[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포털 검색에 ‘사회공헌’을 입력해보면 다양한 내용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대충 훑어보니 ‘사회공헌 박차’ ‘기금 전달식’ ‘참여 증가’ 등의 제목이 눈에 많이 띈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00기업이 국내외에서 ‘상수도 건설’ 등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대부분이다.

▲ 임태형 대기자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은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자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게 점차 ‘참여와 투자’라는 방법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자신들이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의 투입을 크게 늘려 왔다. 투입 자원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 성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투자의 증가에 따라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이제 사회공헌에서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사회공헌의 성과에 대한 오해는 여전히 눈에 띈다. 기부 규모나 봉사인원과 시간, 수상 실적과 같은 게 사회공헌의 성과로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투입자원(input)이지 성과(outcome)는 아니다.

경영활동의 성과가 매출과 이익의 증대로 나타난다면, 사회공헌의 성과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의뢰인(Client·클라이언트) 삶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지역 사회의 생활 환경이 얼마나 좋아졌으며, 행정에 대한 기여도 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 지 등이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사회공헌에서 지나치게 효율과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적더라도 ‘사회적’ 성과의 목표를 정하고 목표가 실현될 때까지 때로는 방향을 수정하면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때 사회공헌의 당위성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바람직한 사회공헌 미래상은 바로 ‘변화’라는 성과를 일구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성과를 중시하는 활동방법론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011년 마이클 포터 교수에 의해 제시된 CSV(공유가치창출, Creating Shared Value)는 ‘이미지 제고’와 같은 막연한 효과 대신, 사회적 성과와 함께 매출, 이익 증대와 같은 경영적 성과를 함께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참여에 커다란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 지난 3월 22일 필리핀 타나이 자치구 도청 청사에서 현대자동차 관계자 등이 안전한 식수 확보를 지원하는 신규 사회공헌 사업의 런칭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현대자동차 제공

또한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공익마케팅도 과거 개별 기업 차원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캠페인으로 확산되면서 미래 사회공헌 자원 생산의 주요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임직원의 봉사활동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선물과 위로, 단순 노력봉사 위주였던 활동이 변화와 발전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한 사람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멘토링 활동이나, 비영리단체의 운영개선을 목표로 하는 프로보노(Pro-bono) 활동은 기업의 훈련된 인력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활동의 만족도와 사회적 기여도 제고를 실감함으로써 기업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프로보노는 1980년대 말 미국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무료 법률상담을 하기 시작하면서 붙인 일종의 공익활동 브랜드이다.

또한 기업의 임직원들은 전세계 인구의 66%를 차지하는 빈곤층(BOP=Bottom of Pyramid)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에 의한 제품을 보급하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회사에서 익힌 역량을 기꺼이 나누며 사회적 성과와 경영적 성과를 동시에 거두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점차 효율과 성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만 ‘좋은 일을 많이 했다’는 투입자원에 대한 자기만족형의 성과가 아니라 ‘변화’와 ‘결과’라는 사회적 성과를 우선해야 한다.

아무리 획기적인 사회공헌의 활동방법이 나오더라도 변치 않아야 할 자세는 진정성과 지속성이다. 또한 투입자원의 양이 아니라 자원의 활용방법과 변화된 마음가짐이 더 나은 기업사회공헌의 모습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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