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워렌 버핏은 ‘투자의 귀재’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뛰어난 경영자이기도 하다.

워렌 버핏은 75개 자회사를 거느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자회사의 최고경영자에게 완벽한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그는 간섭하지도, 감시하지도, 추궁하지도 않는다.

▲ 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이것이 경영자의 우상으로 존경받는 잭 월치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잭 웰치는 제너럴일렉트릭(GE)을 미국 최고 기업의 하나로 키우는 과정에서 불도저 같은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업무 처리를 제대로 못하는 임직원을 향해 대놓고 모욕을 주었고 심지어 사표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그는 자서전에서 숨기지 않고 있다.

무능한 직원은 웰치에게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끊임없이 감시하고 평가하고 추궁했다. 이런 경영 스타일을 그는 기업의 번영과 효율성 제고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십이란 구성원의 협력을 자발적으로 이끌어내고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것이다.

워렌 버핏은 이 점에서 최고경영자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1965년 버크셔 해서웨이 경영권을 장악한 이래 50년 넘게 임직원을 해고한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는 임직원의 업무에 여간해서는 간섭하지 않으며, 자회사의 최고경영자는 본인이 원하면 정년까지 일한다.

워렌 버핏은 자회사 CEO들을 본사에 불러 놓고 회의를 열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한다. 자회사 CEO들은 기자회견을 하거나 기업설명활동(IR, investor relations)을 해야 할 의무도 없다. 워렌 버핏이 그런 것들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회사 최고경영자가 경쟁 기업으로 옮긴 경우도 매우 드물다. 해고와 이직이 일상화된 미국의 기업문화에서 이는 놀라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대기업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2014년 5월 3일(현지시간)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익살스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오마하=AP/뉴시스 자료사진】

이들의 유일한 의무는 실적을 내는 것이다. 어떤 전략과 방식으로 실적을 내야 하는가는 전적으로 해당 최고경영자의 자율 권한이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면서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자회사 최고 경영자들이 해마다 실적을 개선하면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기업가치가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이는 워렌 버핏이 처음부터 능력이 검증된 최고경영자를 선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애초에 잘하는 사람을 뽑으니 나중에 간섭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을 사들일 경우 기존 경영진이 그대로 경영을 맡도록 하는 게 버크셔 해서웨이의 매입 원칙 가운데 하나이다.

워렌 버핏은 “우리는 좋은 기업일 뿐만 아니라 수준 높고 재능이 있으며 호감이 가는 경영자가 운영하는 기업을 사들이려 노력한다”고 강조한다. 경영진 교체는 마치 이혼처럼 고통스럽고 시일이 오래 걸리며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캡처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은 그 회사의 오너였다가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을 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신이 맡은 사업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운영할 수 있다. 네브래스카 퍼니처 마트의 로즈 블룸킨 여사는 104세까지 회사 경영을 맡았다고 한다. 60대가 되면 물러날 각오를 해야 하는 기업 풍토에서 비켜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워렌 버핏은 자회사를 일단 매입하면 다시 매각하는 법도 없다. 그의 리더십을 대변해 주는 대목이다.

※ 이민주 대표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I.H.S버핏연구소를 설립해 투자교육 및 기업교육 전문회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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