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에 대해 '끔찍하다(horrible)'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미 FTA에 대한 종료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의 언급이 전해지면서 우리 정부도 발언의 진위 파악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인호 통상 차관보 주재로 통상현안점검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주형환 장관 주재로 우태희 2차관, 통상담당 실국장 등 참여해 부내점검회의를 열었다.

정부의 대응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 관련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취지와 배경 등 구체적인 사항을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 원인을 검토한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는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초청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한미 FTA 개선(reform)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한국을 방문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초청 연설에서 "한미 FTA 개선(reform)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재협상'보다는 '개선'이라는 표현에 방점을 두며 본격적인 재협상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에서 나아가 종료까지 직접 언급하는 사태에 직면한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의 원인을 분석하도록 한 행정명령과 반덤핑 상계관세 집행강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는 90일 이내에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는 16개국을 상대로 적자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적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277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한국은 집중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취임 100일을 맞는 29일(현지시간) 교역 대상국, 세계무역기구(WTO)와 맺은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한미 FTA 재협상은 예고된 일이 되고 있다.

이젠 우리 정부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를 ‘일자리 킬러’에 빗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순간 재협상 논의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발언은 전형적인 협상 스타일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비즈니스맨인 그는 1987년 펴낸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라는 저서에서 “협상이란 먼저 강한 어조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고 판을 흔들며 위협한 뒤 새로운 조건을 앞세워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한미 FTA 발언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노림수를 간파해 국익 극대화 방안을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올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제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미 FTA가 파기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회원국인 양 국가는 상대방에게 최혜국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최혜국 관세율은 업종별로 우리가 4~9%, 미국은 1.5~4%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관세율이 높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미 FTA가 종료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입액은 15억8000만 달러, 미국의 대한 수입액은 13억2000만 달러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한미 FTA가 깨지면 미국이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협상 테이블에서 이같은 사실 등을 명백히 함으로써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