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어 만 기자] OCI가 힘겨운 봄을 맞고 있다.

태양광 수요가 좀처럼 늘지 않는 데다 중국발 치킨 게임으로 고전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태양광 산업의 기초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도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져 태양광 업계는 당분간 힘겨운 나날을 보낼 전망이다.

OCI는 폴리실리콘 생산규모가 5만2000톤으로 세계 3위, 국내 1위를 자랑한다.

신한금융투자는 24일 OCI에 대해 부진한 태양광 수요와 업계의 치킨게임으로 고전이 예상된다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 주가는 기존 10만5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하향했다. OCI는 이날 7만8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OCI는 1분기에 매출 1조1220억원, 영업이익 88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 영업이익은 19.4% 증가하는 수치다.

◇ 1분기 영업이익은 태양광발전소 매각에 따른 ‘일회용’

그러나 영업이익은 미국 태양광발전소인 알라모6 매각이라는 일회성 요인 때문에 발생했다. OCI는 워렌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헤서웨이에 알라모 태양광발전소를 4500억여원에 매각했다.

▲ 경남 창원시 진북산업단지에 설치될 태양광발전소 조감도 이미지. 36㎿ 규모의 이 발전소는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창원시청=뉴시스 제공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나마 영업이익도 시장 기대치(906억원)보다 낮은 것”이라며 “폴리실리콘 판가(15.8달러/kg)가 추정치(16.3달러)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돼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일단 “올해 태양광 수요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낙관적이지 않았지만 OCI 주가를 긍정적으로 봤던 이유는 이익 개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고순도 폴리실리콘 공급이 빠듯해서 ASP(판가)가 하락하지 않는 대신 원가는 하락한다고 가정했는데 폴리실리콘 실제 가격은 2월 고점 대비 21% 하락한 상태로 태양광 수요가 기존 예상보다 더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OCI가 폴리실리콘 부문에서는 부진해도 꾸준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한 효과를 올해 보게 될 것”이라며 “특히 에너지솔루션 부문과 석유석탄화학 부문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184.2%, 48.4%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해 1월 1주에서 3월 3주까지 kg당 16달러 전후의 강세 흐름을 이어가다 1분기 말인 3월 4주차에는 kg당 15달러로 떨어졌다.

그 후 4월 들어 낙폭이 확대되면서 kg당 13달러40센트까지 떨어지면서 최근 한 달 사이에만 가격이 13.2% 급락한 상태다.

OCI의 사업부문별 매출액 비중은 베이직케미컬이 전체의 58.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카본케미컬 25.2%, 에너지솔루션 14.7%, 기타 2.0%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베이직케미컬 사업부문은 폴리실리콘, TDI(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 과산화수소 등 관련 제품의 제조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 폴리실리콘 가격 손익분기점 밑도는데 업계는 ‘치킨게임’

OCI의 실적은 폴리실리콘 가격 변동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있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 자료: 신한금융투자 제공

최근의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은 분기 말 재고 소진을 위한 가격 경쟁 및 그리드 패리티(Grid-Parity·화석연료 발전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기) 확산에 따른 모듈 가격 하락세 지속에 기인하고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그리드 패리티와 맞물려 있어 모듈 가격 반등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미있는 폴리 가격 상승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OCI에 대해 폴리실리콘 이익 전망치 하향과 업황 회복 지연에 따라 목표주가를 낮추는 분위기다.

물론 일각에서는 2분기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의미 있는 상승은 여의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태양광 업계의 '치킨게임' 양상도 우려된다. 통상 태양광 업계에서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kg당 15달러인 경우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이를 하회할 경우 생산할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구조다.

당장 수익 악화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생산규모를 늘리는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OCI는 연산 2만톤의 말레이시아 도쿠야마 공장 인수를 추진 중이다.

폴리실리콘 연산 세계 1위인 독일 바커(7만8000톤)와 2위인 중국 GCL(7만2000톤)도 각각 폴리실리콘 생산규모를 2만톤 이상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어 만 기자는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등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익힌 시장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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