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기업이 사회공헌활동과 관련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기업이 선호하는 사회복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자체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얼마든지 있지만, 해당 기업이 관심을 갖는 분야와 접목한 문화예술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 임태형 대기자

한화그룹과 한국메세나협회가 함께 진행하고 하고 있는 ‘예술더하기’ 사업은 대상을 소외 아동 청소년들로 하고 있다.

외환은행 나눔재단은 다문화 이주여성들과 함께 하는 ‘꿈에 햇살 공방’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에게 한국문화습득과 취업의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이 임직원 봉사활동 대상자들에게 악기제공과 훈련, 연주회의 기회까지 제공하는 예는 많다.

기업이 흔히 행하고 있는 사회복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문화예술과의 접목점을 발견할 수 있다.

기업은 물론 개인 기부자도 마찬가지이지만, 좋은 것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에 기부해야 한다.

사회복지 제안은 기본적으로 ‘인간사랑’이라는 설득력 좋은 이유를 담고 있기 때문에 채택되기가 쉽다. 문화예술계에서 가져오는 다양한 제안서가 국가나 지역사회 발전 등을 위해 좋은 활동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정말로 중요한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설득논리가 부족한 면이 있다.

문화예술이 사회복지나 장학사업 이상으로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할 만큼 중요하다’는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한독약품이 인간문화재 지원사업을 하는 이유는 하나 둘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어가는 인간문화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산은 ‘시간여행자’라는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에게 사진촬영을 통한 우리의 역사와 지역사회 문화의 가치를 깨우치게 하고 청소년이 안고 있는 폭력, 왕따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하고 있는데, 이도 ‘중요한’ 역사와 청소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진촬영이 ‘중요한’ 도구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사업이다.

기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중시한다. 진정한 성과, 즉 문화예술을 통한 거대한 변화가 당장에 나오기는 어렵지만, 도너(donor·기부자)에게 투자의 결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망 예술가 발굴을 위해 노력했다면, 발굴된 예술가가 사회에서 활동폭을 넓혀가면서 조금씩 인정받아가는 실적이 나오고 배후의 지원기업 노력도 부각되어야 한다.

직접적인 재무성과에 기여는 못해도, 노력의 결과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가져오게는 하여야 한다.

기업이 스스로 이러한 사업을 홍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적어도 이러한 사업을 수행하는 예술단체는 기업의 노력을 치켜세우고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는 데에도 노력을 해야 한다.

▲ 지난해 4월 21일 서울 중구 남산국악당 체험실에서 전통문화예술교육사업인 ‘한화예술더하기’ 사회공헌 활동에 참석한 한화그룹 임직원 봉사자들과 아동들이 가야금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한국메세나협회 제공

모 기업은 다문화 중창단을 이끄는 예술단체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 예술단체는 수많은 공연을 가지며 그때마다 지원기업을 알림으로써 지원기업에 최소한의 감사표시를 하고 있다.

기업의 메세나(mecenat) 전략은 기업의 사회공헌 전략 속에서 찾는 것이 더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메세나는 기업들이 문화·예술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 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총칭한다.

메세나 전략에는, 어떠한 활동을 하든, 활동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 나아가 브랜드 파워 제고를 통한 매출 증대를 포함하게 된다.

기업을 향하는 제안서에는 기업 대신 이러한 전략을 포함시켜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에게 수많은 결재선을 돌파할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

경쟁사와의 차별화된 사회공헌, 단기적 중장기적 성과 제시,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선진국의 증거 데이터와 사례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에서 문화예술의 비중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 문화예술이 분명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도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문화예술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여기면 기업은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에 대해서는 거의 박사급 지식이 나오지만 아직도 메세나 활동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조금의 지식밖에 없다.

단순 지원과 막연한 효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원을 통한 지역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좀 더 분명한 성과를 내기 위한 해법으로서의 문화예술을 제시한다면 기업은 사회복지 대신 문화예술을 선택할 것이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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