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동준 기타큐슈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미국과 일본의 ‘경제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8일 도쿄에서 열리는 미일 경제대화에서는 무역이 최대 초점이 될 전망이다.

▲ 이동준 교수

물론 일본 정부는 이번 경제대화에서 무역불균형 문제와 환율을 의제에서 제외시키는 대신 인프라 투자 협조를 주요 의제로 올리려 하고 있지만, 미국이 선뜻 이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14일자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일 간 경제대화 실무협상에서 미국 측은 양국 간 무역협상을 의제로 다룰 것을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대신 일본은 양국이 공동으로 적용할 수 있는 통상 분야 규칙(룰), 가령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금융·소매업에 대한 외국 기업의 진출 규제 완화, 국유기업 우대 폐지 등을 모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통상 규칙에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를 미일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도 확대 적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측은 일본의 이런 제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이 18일 회의에서 양국 간 무역협상 개시를 요구할 경우 경제대화 자체가 공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경제대화에서 무역만은 피하고 보자’

도널드 트럼프 정권은 중국에 그랬던 것처럼 일본과의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목적으로 별건인 안보문제를 일본 측에 제기할 수도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전략 자체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번 경제대화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정례화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성사됐다.

미국 측에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일본에선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일본 입장에선 펜스 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신인이라는 점이 다행이나, 로스 장관이 무역불균형 해소에 적극적인 인사라는 점이 부담이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연단 위에 서있다.【팜비치=AP/뉴시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무역적자 해소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대화 의제 마련을 위한 실무진 접촉에서 미국이 무역 문제를 가장 우선시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자동차뿐 아니라 농산물, 의약품, 관광 등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엔화 약세와 미국산 자동차 수입제한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쇠고기 수입 제한, 서비스분야 외자규제 완화를 의제로 삼은바 있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아베 총리가 취임한 이후 23% 가량 떨어졌다. 이후 일본은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대미(對美) 무역에서 630억 달러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했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타깃으로 삼았다.

일본도 적극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국내 수요가 저하되는 상황에서 수출이 그나마 경제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초안 작성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일부 요소를 협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 측이 TPP 수준 이상의 자유화를 갑작스럽게 요구해 올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 크다

세코 경제산업상이 경제대화에 앞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별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양국의 무역정책 담당 각료가 별도 회동에서 무역 및 통상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자리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대화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창을 아베 총리가 어떤 방패로 막아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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