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사회협력 파트를 전면 폐지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사회협력 파트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대표되는 정경 유착의 근원지로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협력팀과 사회공헌팀으로 구성된 전경련 사회본부는 어버이연합 등 정치 단체 지원 논란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 임태형 대기자

이를 보면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기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CSR은 경제적, 법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으로 분류된다.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과 아치 캐롤 교수는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경제적 책임(재화와 용역의 생산, 부와 가치 창출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 등)을 제외한 법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을 CSR의 3대 분야로 표현하기도 했다.

CSR의 중요성은 ‘나이키 사례’에서도 충분히 드러났다.

나이키는 1996년 개발도상국에서 미성년자 노동착취 문제로 불매운동, 매출감소, 주가폭락 등 CSR 문제로 경영에 큰 어려움에 빠졌던 적이 있다.

이때 나이키는 외부로부터 CSR 전문가를 영입해 부사장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주어 말단 조직까지 CSR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에다 엄청난 비용을 들였다. 그런데도 사건 이전의 주가를 회복하는 데에 무려 5년이 걸렸다.

과거에는 CSR 관련 문제를 어느 정도 덮을 수가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IT(정보기술)의 발달,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활성화로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 존재하기 어렵게 됐다.

따라서 우리 회사의 불법적이고 비윤리적 행태를 묻어버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기업이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다면 이제는 즉각적으로 세계시민이 반응하고 더 큰 파괴력으로 그 기업을 무너뜨리게 되는 걸을 우리는 수차례 경험했다.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크나큰 피해를 입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 기업들의 자선적 책임(사회공헌)은 양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법적, 윤리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안의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기업들조차 곤란한 지경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런 무책임한 행동의 결과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오는지 알 수 있다.

이제 모든 기업활동 종사자는 환경이나 법적, 윤리적 책임을 성가신 규제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CSR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탄탄하게 만들어줄 전략적 자산이라고 여겨야 한다.

마침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생각이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어 다행이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노를 저어야 한다.

CSR에 대해 소극적인 방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준수하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 지난 2월 1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경련 비공개 이사회에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주요 그룹 탈퇴로 와해 위기에 처한 전경련은 이날 이사회에서 차기회장 선출 및 쇄신안 등을 논의했다./뉴시스 자료사진

드러난 잘못을 감추기보다는 과감히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실수의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더욱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흔히 눈앞의 단기 실적이나 그릇된 이기주의 때문에 CSR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기업들도 있는데,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이를 제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CSR의 중요성과 책임을 회피할 경우 입게 되는 막대한 손실에 대해 모르지는 않겠지만 당장의 비용절감과 조급함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자본주의에도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훌륭한 점은 끊임없이 결점을 보완해온 데에 이유가 있다. 결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기업인으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생활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그리고 기업활동을 하면서 미처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수용하면서 기업 발전의 영양분으로 여긴다면 미움받지 않고 국민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지속성장해 나갈 수 있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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