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최충현 대치동 서울공인중개사 대표] 부동산 시장이 ‘총량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돈줄’을 죄니 중도금 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또 미분양이 속출하면 중소 건설업체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당국은 별다른 대책 없이 가계대출 증가 억제만을 외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 최충현 대표

올해 1~2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1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금융권의 대출 심사가 강화된 데다 아파트 매매와 분양 거래량이 줄어든 게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 상황과는 무관하게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대출심사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는 대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대출 총량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 때보다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분양한 주택사업장 52곳 중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곳이 37곳(2만7000여호)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6조7000억원으로 전체 대출규모의 74.5% 수준이다.

계약을 체결해도 고금리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3.2~3.7% 수준이던 시중은행 집단대출 금리는 올해 2월 들어 3.46%~4.13%로 올랐다. 제2금융권은 3.88~4.5%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누가 봐도 심각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44조원에 달한다. 우리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뇌관이 될 수도 있는 수준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상호금융회사·보험사 등 제2금융권 돈줄까지 틀어막는 걸 무작정 비난할 수만도 없다.

그러나 주요 타깃이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라는 점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금융당국이 매일 중도금 대출 점검에 나서니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에서도 아파트 중도금 대출 신규 취급을 잠정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로 그다지 크지 않다. 연체율도 낮은 편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 현재 0.29%로 가계신용대출(0.51%)이나 기업대출(0.79%)에 비해 상당히 낮다.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국이 ‘총량 규제’에 나서니 분양시장은 ‘돈맥경화’에 걸렸다. 100% 계약이 완료된 완판 아파트 단지도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1차 중도금 납부일을 늦추기 일쑤라고 한다.

▲ 서울 중구의 한 은행 앞에 표시된 대출 금리/뉴시스 자료사진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와 건설사 몫이다. 금융권이 돈줄을 죄니 시중은행의 중도금 대출 금리가 최근에는 4%대 중반까지 올랐다. 주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중소 건설사들이 대규모 미분양이 나오면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

당연히 부동산 시장 양극화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강남과 부산 해운대 등 고가 주택시장은 ‘그들만의 리그’ 성향이 강하다. 정부 규제의 영향을 안 받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구매력이 있는 수요자가 많아 외풍에 비교적 강하다.

특히 강남 사람들은 현금이 풍부해 굳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을 뿐더러, 담보가 아닌 신용대출을 받아도 대부분 3%말에서 4%대 초 수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강남이라고 해도 다른 지역 주택시장이 투자수요에 이어 실수요마저 줄어들면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또 집을 살 요인보다 전세나 월세에 머물러 있을 요인이 높아지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월세로의 전환도 가속화할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중도금 대출 점검만 강화하는 건 곧 출범할 새 정부가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을 염두에 두고 ‘우리도 할 일은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 행정’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다음 정권에서는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이 나오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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