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놓고 말들이 많다. 지난달 27일 시행된지 2주가 지났지만 지정된 종목은 하나도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공(空)매도는 ‘없는 걸 판다’란 뜻이다.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판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주식이나 채권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면 된다. 약세장이 예상되는 경우 시체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작전’으로 볼 수도 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논란을 보면서 새삼 ‘가치투자’를 생각해본다.

해외의 가치투자자들을 보면서 가장 부러운 것은 수십 년에 걸친 수익률 기록이다.

예를 들어 버크셔해더웨이 사업보고서를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이 회사의 주당 장부가치(Per-share Book value)와 S&P500지수 상승률을 비교한 표이다.

이 표의 출발 연도는 1965년으로 무려 5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 워렌 버핏 회장은 버크셔해더웨이 이전에 운영했던 버핏 투자조합의 수익률을 보여 주는 표도 가지고 있다. 이 표의 시작 연도는 1957년으로 자그마치 반세기도 넘는 옛날 일이다. 지금의 40,50대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가치투자가 이루어 낸 장대한 성취의 역사를 워렌 버핏은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딱 부러지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투자자들에게 먹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표가 거의 없다. 한국의 가치투자의 역사는 아무리 길게 잡아도 약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된 1992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국의 가치투자의 역사는 25년 정도 되고, 전자공시 시스템이 도입된 1999년을 기준으로 하면 그 역사는 이제 겨우 18년이다.

그러다 보니 가치투자를 둘러싸고 참으로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오해가 생기고 있다. 2008년의 증시 대폭락으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가 큰 손실을 입은 것도 원인이다.

▲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왼쪽)이 지난 2007년 10월 25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대구텍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통공연을 관람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일반인들은 가치투자를 뭐라고 생각할까. 아니, 주식 투자란 뭐라고 생각하는가. 가치투자의 효용성을 의심하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대충 이런 이유일 것이다.

"가치투자는 워렌 버핏 정도가 돼야 가능한 투자법이다. 개인 투자자는 절대 따라 할 수 없다."

"여기는 한국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가치투자로 돈을 번 개인투자자를 본 적이 없다."

"가치투자가 효용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치투자와 기술적 분석을 결합하면 몇 배의 성과를 낼 수 있다."

가치투자를 쉽게 따져 보자. 가치투자는 100원짜리 물건을 40원에 사는 투자법이다. 이를 워렌 버핏은 "1달러 지폐를 40센트에 사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00원의 가치를 가진 물건이 어떻게 40원에 시장에 나와 있을 수 있는가.

시장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군중심리, 인간의 광기와 탐욕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다. 어느 기업의 어제 주가와 오늘 주가가 똑같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시장에서 가격(주가)은 비이성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그러나 길게 보면 기업의 주가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수렴해 간다. 이때 주식시장에서 어느 기업의 주가가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주식이 있다면 매입했다가 가격(주가)이 가치에 수렴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가치투자의 원리다. 이 간단한 사실이 투자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은 워렌 버핏에게 의아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워렌 버핏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누가 맞는 것일까.

※ 이민주 대표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I.H.S버핏연구소를 설립해 투자교육 및 기업교육 전문회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