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 우리는 초저금리시대에 살고 있다.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

초저금리시대가 되었다. 이번 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p(포인트)를 낮춰 역사상 최저치의 금리시대가 되었다. 1년간 은행에 돈을 맡겨도 1% 이자수익도 겨우 나오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저금리 현상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좀 산다는 나라들의 기준금리나 국채가격은 거의 1%대이고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여서 돈을 맡겨도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주고 돈을 맡겨야한다.

1000조원의 자금이 갈 곳을 잃고 가야할 곳으로 가지 않아

시중에는 현금통화, 요구불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간 내 인출이 가능한 부동자금(浮動資金)이 100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고수익을 쫓아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왔다 갔다 하는 자금인데 지금은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다.

만일 고수익을 쫓아 잘못 투자하면 원금마저 날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독일과 미국 등 해외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증권펀드(DLF)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금리하락으로 원금의 상당한 부분을 손해 볼 것으로 예상되고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는 환매가 제한되는 등 투자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 이런 피해는 저금리시대에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장기 저성장 국면과 인구절벽의 위험에 봉착하고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수출마저 위태로운 우리 경제를 생각한다면 이들 자금이 흘러가야 할 곳은 실물경제 부문이다.

▲ 지난 7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관람객들이 보이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특히 고용을 창출하고 신성장동력을 기대한다면 스타트업(start-up)의 창업과 이들의 스케일업(scale-up)에 자금이 제공되어야 하지만 이런 바람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스타트업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신생벤처기업을 의미하고 스케일업은 스타트업이 사업 규모가 확대되고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을 뜻하다.

원금 피해를 막으려면 투자의 위험과 수익의 상관관계를 이해해야

투자자가 원금을 상실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투자의 위험과 수익의 상관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수익은 내 돈을 투자했을 때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기대되는 원금을 초과하는 돈이다.

위험은 실제수익과 기대수익의 괴리를 의미하는데 통상적으로 기대수익보다 더 높은 수익이 나오는 경우는 희박하므로 미래의 실제수익이 기대수익보다 못할 수 있는 확률을 의미한다.

그래서 모든 투자 상품을 위험과 수익으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은데 이 중 (1) 고위험 / 저수익은 바보나 선택할 것이고 (4) 저위험 / 고수익과 같은 상품은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1)은 선택하지 말아야 하고 (4)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선택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투자상품은 (2) 고위험 / 고수익이거나 (3) 저위험 / 저수익의 2가지밖에 없다. 고수익을 원하면 고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저위험을 원하면 저수익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위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수익만 강조하는 유혹에 이끌려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의 경우에는 투자자 책임보다 은행의 불완전판매행위가 문제되고 있다.

이번에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을 위험과 수익으로 분류하면 (5) 중위험 / 중수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상품을 구입한 투자자들은 저위험 상품이라고 소개받았다고 한다.

독일 국채 금리를 기반으로 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가장 안전한 상품”으로 소개했다고 하니 금융회사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래 투자는 그 결과에 대해 투자자가 책임을 져야한다. 그렇지만 판매과정에서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충분히 고지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불완전판매행위라고 하여 규제와 처벌의 대상이 된다.

금융회사에서 개인투자자를 상대하는 분들은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품이라고 하면 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지난 2012년 12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KIKO 사태 재조사 요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시스

은행의 판매직원들은 상품의 내용과 위험성을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써놓고 고객에게 서명하라고만 하고 고객에게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거나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본인들도 그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완전판매 행위보다 더 나쁜 것은 금융회사의 모럴 해저드

위에서 언급한 상품의 경우 판매과정도 문제지만 더 나쁜 것은 아예 팔지 말아야 할 상품을 팔았다는 점이다.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을 도산으로 몰고 간 키코(KIKO)란 파생상품의 후유증이 아직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에 전문적인 기관투자자에게만 판매할 상품을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은 금융회사들의 명백한 모럴 해저드이고 감독기관으로서는 감독실패이다.

파생상품은 포지션에 따라 이익을 보는 이와 손해를 보는 이들로 나누어져 그 합은 제로섬(zero sum)이 된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은 손해를 본 국내 투자자들은 있지만 이익을 본 투자자는 국내에 없다.

국내에 들어오는 파생상품은 통상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과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nvestment bank)들이 자기의 포지션을 헤지(hedge)하기 위하여 국내 금융회사에게 반대 포지션을 싸게 넘기는 경우가 많이 있다.

키코(KIKO)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그래서 이번처럼 국내투자자의 손해에 대해 이익을 보는 이는 반대 포지션을 가진 해외의 누군가일 것이다.

금융감독 기관도 이번 사태에 큰 책임을 져야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보니 금융감독 기관의 수장들은 최근의 투자자 피해사례에 대해서 금융회사의 잘못만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감독기관도 큰 잘못이 있다고 보여진다.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도 사모펀드이고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상품도 사모펀드인데 감독기관들의 사모펀드에 대한 안일한 감독의 결과가 지금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조국펀드 논란으로 처음으로 알게 된 분들이 많을 만큼 낯선 용어다.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투자상품을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로 나눌 수 있는데 공모는 분산투자, 즉 종목당 10%의 투자 제한을 받으며 감독기관의 인가를 거쳐야 하는데 반해, 사모펀드는 모집하는 투자자 수를 49인으로 제한하면 이익이 발생할 만한 어떠한 투자대상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우리 정부는 사모펀드를 활성화하여 투자를 장려하고자 2015년 최소 투자한도를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하향하였고 그 영향으로 당시 수조원에 불과한 펀드규모가 현재 400조원 수준으로 단기간 지나치게 급성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사모펀드를 더욱 활성화하고자 투자자 수를 49인에서 100인으로 늘려주려다가 연이은 사고가 터지자 서둘러 법안을 철회한 적이 있다.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한 치킨집에서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나 건배를 하고 있다./뉴시스

대체로 사모펀드는 공모펀드보다 기대수익이 높은 대신 위험도 높은 것이 보통이다. 고수익을 위해 고위험을 감수하는 형태의 운용이 일반적인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감독기관은 사모펀드 운용에는 관여하지 않더라도 기본의무인 투자자보호에는 관여했어야 했다.

초저금리시대, 이제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스타트업이란 말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로 창업붐이 일어났을 때 생겨난 용어인데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한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기업으로 벤처기업과 혼용해서 사용되고 있다.(경기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김민준 학위논문에서 인용)

스타트업은 고위험·고수익·고성장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첨단기술 기반의 회사를 말한다. 창업자의 시드머니로 사업을 시작하고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탈 회사가 투자하고 정부에서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투자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은 매우 제한적이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스타트업 기업은 투자를 갈망

자금부족으로 많은 기업이 데스밸리(Death valley)와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를 건너고 있지만 시중의 넘치는 자금은 실물경제로 흘러들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데스밸리는 미국 네바다주의 황량한 땅으로 여름 최고기온이 50℃에 달하며 연간 강수량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다윈의 바다는 악어와 해파리 떼가 가득해 수영은 커녕 일반인이 접근하기조차 위험한 호주 북부 해변이다. 즉, 스타트업 기업들이 무사히 건너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고통의 창업 초기의 기간을 의미한다.

부동자금의 1%라도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해야

부동자금의 1%만이라도 스타트업에 투자하자는 주장을 하고 싶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2019년 지원예산은 10조3000억이다. 1000조원 부동자금의 1%만 스타트업에게 투자해도 정부 예산을 2배로 올리는 효과가 있다.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분이든 이자수익으로 생활하는 은퇴생활자이든 가지고 있는 자금의 99%를 수익은 낮아도 위험이 낮은 곳에 투자하고 나머지 1%는 고수익·고위험 투자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타트업 투자는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고위험 투자지만 반대로 성공했을 때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저위험 / 저수익과 고위험 / 고수익의 포트폴리오(portfolio)를 취하면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99%의 자금에서 나오는 이자수익으로 원금은 보전할 수 있다.

내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투자한 자금으로 스타트업은 기술개발과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는 우리 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절 벤처 투자붐이 일어났을 때 벤처들의 연구개발과 투자는 한국이 인터넷강국이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내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성공하는 기업은 생기게 마련이다. 성공한 기업은 투자자에게 고수익을 보상할 것이고 그러한 고수익의 가능성은 장기적으로 모든 투자자에게 골고루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은행예금보다 몇% 더 높은 수익을 바라다가 원금의 상당부분을 날리는 파생상품보다, 그리고 국내투자자만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한 방향의 투자보다, 필요할 때 환매하지 못하는 헤지펀드보다는 스타트업을 포함한 투자 포트폴리오가 분명 더 생산적이고 현명한 재테크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회사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

부동자금의 1%라도 끌어들여 스타트업과 같은 실물경제로 자금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나서줘야 한다. 유망한 스타트업의 발굴과 분석 및 관리는 금융회사가 그 역할을 해주어야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금융회사들은 초저금리인 한국을 떠나 해외의 주식이나 채권 그리고 빌딩, 부동산, 원자재 등 대체투자처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외의 법규와 시장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 잘못된 분석과 판단, 그리고 환경의 변화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여 본의 아니게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안겨줄 수 있으며 그런 위험에 처한 펀드도 실제로 많이 있다.

▲ 애플의 헬스케어 부문 수석 부사장 숨불 데사이가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애플 스페셜 이벤트 2019' 중 '애플워치 5'의 새로운 기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쿠퍼티노=AP/뉴시스】

정부도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예산을 마련하여 창업기업과 벤처기업을 지원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 펀드의 투자자들에게 세제혜택이나 지원을 통해 시중의 자금이 스타트업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물꼬를 열어주는 노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위해 발상의 전환 필요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강의 부국으로 건재할 수 있는 것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애플, 구글,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들의 영향이 크다. 이들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세계 최고인 성공기업들이다.

자유롭고 정부의 간섭이나 통제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 실리콘밸리에서도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부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정책과 스타트업 투자가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의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함께 스타트업에 무심한 투자문화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이제 우리 한국에서도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데 투자자, 금융회사와 정부 모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다.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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