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일반 국민들은 대한민국 기업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과 생산라인, 고용을 창출하고 법인세를 내며 국가와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모습이나 소외이웃을 위해 거액을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임직원들의 모습을 떠올릴까. 아니면, 횡령, 배임, 편법적 상속 증여나 땅콩회황 같은 모습이 먼저 생각날까.

▲ 임태형 대기자

기업의 부정적인 측면이 먼저 연상된다면, 그것은 우리 기업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법인세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는 물론 재산국외도피와 횡령,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지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과 관련해 중국 측의 보복 조치로 타격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도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측면이 전체 기업인들에게 해당되는 것처럼 매도되고 대부분 기업들의 경제적 사회적 ‘공’이 묻혀버리면서 기업활동의 기를 꺾어 버린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압도한 이유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점이고, 이는 개인이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하는 강력한 동기를 만들어준다.

이러한 동기가 노동 의욕을 높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욕이 넘쳐서 욕심의 적정선을 넘어 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발생케하고 있다.

CSR에 대한 정의는 1991년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과 아치 캐롤 교수의 ‘CSR의 4단계 책임론’ 이 많이 인용되고 있다.

캐롤 교수는 CSR을 경제적, 법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으로 분류한다.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경제적 책임(재화와 용역의 생산, 부와 가치 창출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 등)을 제외한 법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을 CSR의 3대 분야로 표현하기도 했다.

법적, 윤리적 책임은 환경영영과 정도경영을 통해, 그리고 자선적 책임은 사회적 공헌으로 구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투명경영, 녹색경영, 상생경영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역시 법적, 윤리적 책임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인간을 편리하게도 만들어 주면서 삶의 가치를 높여왔다. 기업활동은 큰 이익으로 환류되는 동기를 만듦으로써 기업을 계속 성장시켰다.

▲ 현대자동차가 지난 2월 17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개최한 ‘청소년 영화제작소 진로페어’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영화 <부산행> 제작사인 레드피터의 이동하 프로듀서 등이 ‘나의 영화인생’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기업의 성장은 주주를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게 되고, 높아지는 기대에 맞추기 위해 기업은 탈법의 유혹을 받거나 비윤리적 행동에도 발을 들여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2001년 12월 파산한 미국의 자원개발회사 엔론은 부실을 감추기 위해 회계부정의 유혹에 빠졌고 거짓말을 덮기 위해 계속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속이는 한편 부실 속에서도 성과급 잔치를 하는 도덕적 해이마저 불사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을 곤경과 비탄에 빠지게 했고 결국 미국 경제를 흔들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를 초래하며 파산한 리먼브라더스의 경우도 무한대로 확장된 욕심이 세계 경제를 위기로 까지 몰고 갔다.

그래서 기업의 규모에 비례해 그 책임도 함께 커지는 게 당연하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조직 내 의사소통(communication)에도 장애가 발생한다. CEO(최고경영자)의 의지가 하부 조직에까지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개인과 부서의 실적 이기주의 때문에 쉽사리 회사의 막대한 손실이 예측되는 데도 불구하고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가 암암리에 벌어지곤 한다. 이 모든 문제의 해법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혜롭게 이를 실천하면 기업은 생활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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