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한필이 칼럼니스트]

傳文5

격물치지(格物致知)

월급쟁이한테 ‘올해 좀 올려주십시오’라는 말은 쉽지 않습니다. 신규 프로젝트를 마젤란이나 콜럼버스의 탐험선 띄우듯이 치고 나가야 하는데 요즘처럼 불확실성의 파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진퇴를 결정하기 전에 두려움이 먼저 밀려옵니다. 두려움은 정체 파악이 안될 때 덮쳐온다고 하지요. 그럴 때 유용한 것이 오늘 말씀 같습니다.

所謂致知在格物者 言欲致吾之知 在卽物而窮其理也

소위치지재격물자 언욕치오지지 재즉물이궁기리야

盖人心之靈莫不有知 而天下之物莫不有理

개인심지령막불유지 이천하지물막불유리

惟於理有未窮 故其知有不盡也

유어리유미궁 고기지유부진야

풀어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이른바 ‘앎에 도달한다’는 것은 사물을 깊이 연구하는데 있다고 한다. 요컨대 내가 뭔가를 알고자 한다면 사물을 파고 들어 그 이치를 깊이 탐구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신묘한 영이 계신데 그것을 잘 모시면, 알 수 없는 것이 없고 하늘 아래 사물에는 이치가 없는 것이 없다. 다만 끝까지 탐구되지 못한 이치가 있어서 앎이 완전히 파악되지 못한 상태로 있는 것이다.]

이치라고 하면 다소 어렵게 다가오지요. 서양인들은 이를 패턴(pattern)으로 부르기도 하더군요. 훨씬 단순 명확해 집니다.

반복되는 규칙, 리듬, 진동수 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상당히 과학을 장려하는 표현 같기도 합니다. 비커와 알코올램프가 반짝이는 과학 실험실 풍경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동양에서는 패턴 진동수를 가진 무형의 작용 에너지를 기(氣)로 봅니다. 이치 역시 기가 짠 그물 같은 것으로 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피안 혹은 열반의 세계를 뜻하는 파라미타(Paramita)를 중국 현자들은 한역(漢譯)하면서 바라밀(波羅密)이라고 음역(音譯)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한자를 물결 파(波), 새그물 라(羅), 꿀 밀(密) 자로 고른 것은 우연으로 보이질 않습니다. ‘달콤한 파동 그물’은 다름 아닌 이치(理致)인 것이고, 이치를 파악하면 번뇌와 두려움이 사라지니 피안이랄 수 있겠지요.

예수님께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란 말씀도 결국 광의에서 통하는 말씀 같습니다.

​​'앎'에 대한 인식론은 동서양 철학을 통틀어 크게 유물론(唯物論)적 객관론과 유심론(唯心論)적 주관론으로 나뉩니다.

인식론은 현대 물리학에서 거시적인 우주 물리학이 미시적인 소립자 물리학과 만나는 것처럼 '우주의 근본소를 무엇으로 볼 것이냐?'는 본체론에 맞닿아 있습니다. 아주 압축해서 "꽃이 있으니까 눈이 볼 수 있지."가 객관론, "눈이 있으니 꽃을 볼 수 있지"가 주관론이 됩니다.

​오늘 글은 '앎(인식)'에 이르고자 한다면 '사물을 깊이 연구하라'는 유물론적 입장과 '마음속 영으로 보면 다 알 수 있다'는 유심론적 입장이 혼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래서 굳이 표현한다면 '사물을 마음속 영혼으로 재라'는 말로 압축정리가 가능할 듯 싶습니다.

어떻게 잽니까? 이 글에서는 숨겨져 있지만 ​마음속 영혼의 파동성을 잣대 삼아 사물의 파동성을 재라는 의미로 읽을 수 있겠습니다. 일종의 생체 레이더를 활용한 연구 방법론입니다. 그 때에 패턴이 드러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러면 주관의 객관화, 객관의 주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게 됩니다. 마음(人心)이라는 주관적 표현을 마음속 신령한 영(人心之靈)이라는 객관적 표현으로 치환했다는데 오늘 말씀을 후대에 전한 분의 고강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즉, 완전한 이치에 대한 파악과 정확한 인식은 객관성과 주관성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 영혼이라는 것이 과학적이냐?'라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과학의 패러다임과 동양학적 패러다임은 다른 구조물여서 관점과 표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요.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기라고 하지요. 하지만 마음을 가라 앉히고 밖을 고요히 바라볼 수 있다면 불확실성 속에서도 선명한 패턴을 발견해 낼 수 있겠지요.

두려움에 망설이기보다, 밀려오는 현안에 격물치지해서 정면 승부하겠다는 마음이야말로 행동하는 자유를 주리라 믿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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