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최충현 대치동 서울공인중개사 대표] 얼마 전 오랜 단골 손님인 A씨가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다. 서울 강남의 대치동에서도 부동산 부자로 통하는 ‘사모님’이다. 부자동네 이야기니 보통 사람들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먼저 이야기 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A씨에게는 결혼한 아들이 두 명 있는데 큰 아들은 목동, 작은 아들은 이촌동 아파트에 살고 있다. A씨는 오랜 전부터 두 아들의 집을 강남 쪽으로 바꿔 주려고 이 궁리 저 궁리를 해온 터다. 물론 두 아들이 사는 아파트도 사실상 A씨가 마련해주었다.

▲ 최충현 대표

A씨는 큰 아들이 살고 있는 목동의 부동산중개소에서 아파트를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일단 다음달인 4월 잔금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최고가 대비 4000만원 싸게 팔았다고 했다.

워낙 부동산 경험이 풍부한 양반이라 이쪽 강남권은 이미 1억원 정도는 떨어져 있는 것을 간파하고 과감하게 매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온 것이다.

A씨는 대치동의 A,B 등 30년 이상 됐으면서도 교통이 좋은 대단지 위주의 아파트 매물을 보여달라고 했다. 이들 단지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재건축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 ‘미래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곳이다.

필자는 나름 급매물을 포함해 이것 저것 설명은 했지만, 지금 사도 되는 지 판단하는 게 중요했다.

내 집(목동)은 팔아놓고 무작정 기다리는 게 불안하다는 둥 얘기가 길어졌지만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일단 대치동 전세로 이사를 온 다음 상황을 지켜보면서 저점 매수 타이밍을 잡아보기로 했다.

필자는 지금은 매수 타이밍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이 여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데다 국내외 상황을 따져 볼 때 당분간은 반등이 어렵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A씨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집값이 오르면 알아서 하라”는 윽박지름도 빼놓지 않았다.

아무튼 목동 아파트를 팔고 돈을 쥐고 있는 만큼 자주 방문해서 분위기를 실시간 체크하기로 했다.

늘 그렇지만 “언제가 적기”라고 딱 꼬집어 얘기하기는 매우 힘들다. 부동산 경기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전망이 쉽지 않다.

그러나 새해 들어 아파트 매매 시장이 얼어붙은 건 사실이다. 올해 1월 1일 이후 분양되는 신규 아파트의 경우 청약자가 아파트 집단대출을 받을 때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과 청약 1순위 조건도 강화됐다.

특히 디딤돌대출 DTI(총부채상환비율)의 기준이 이미 축소(80%→60%)된 데다 DSR(총체적상환능력심사) 도입이 예고되는 등 각종 대출규제가 동시다발로 시행돼 아파트 매매가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DSR은 모든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해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것이 특징으로 '기타 부채의 경우 원금 상환액을 따지지 않는' DTI와 차별성을 갖는다. '갚을 수 있는 만큼의 빚'만 대출받게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더욱 굳어지고 있다.

▲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모습/뉴시스 자료사진

입주 물량 증가로 집값 하락세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매매 시점을 늦추라는 조언도 적지 않다.

여기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탄핵 사태 등 국내 정국이 워낙 혼란스러운 상황인지라 집을 사려고 시기를 저울질 해온 수요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말 대표적인 단기금리 지표인 연방기금(FF) 금리를 0.50~0.75%로 0.25% 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이달 14~1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히는 등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당연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양국간 금리차가 줄어들면 자본유출 압박을 받는 만큼 한은이 마냥 금리를 동결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도 우리 경제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대통령 탄핵 사태의 와중에서 누가 새로운 대통령에 당선된다 한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놔두고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을 쓰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대내외적인 상황이 모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올해에는 매매든 경매든 쉬어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짧게 잡아도 올해 4분기, 아니면 내년은 돼야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물론 금리 상승 등에 영향을 덜 받는 강남은 이보다 더 빨리 반등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매수 타이밍이 아닌 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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