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주식시장에는 유독 소음이 넘쳐난다. 이른바 ‘증권 찌라시’다. 발표일 이전에 전해지는 기업의 예상실적, 주가의 상승재료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이를 믿고 매매에 뛰어들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일기예보와 월스트리트의 전망치는 틀릴 수 있다.

▲ 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엉터리 기상예보와 같은 시장의 소음을 걸러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투자 기간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니 마스크를 꼭 준비하세요’와 같은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모 식품회사의 음료수가 수십년전부터 잘 팔리고 꾸준히 히트 신상품을 내고 있다면 그 회사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뉴스 끝자락에 나오는 일기예보와 증권가의 다음 분기 실적 예측을 열심히 본다. 장기적인 예측과 투자가 맞는 말이지만 뻔한 이야기라 ‘재미’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영화 ‘머니 몬스터’에 나오는 경제 쇼는 눈길을 끈다. 진행자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는 댄서들과 춤을 추며 등장해 뛰어난 언변으로 금융시장 시황을 ‘쇼’처럼 전해준다.

게이츠는 특정 종목을 사는 게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과장 섞인 말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그는 이 말은 믿고 주식을 샀다고 쪽박을 찬 시청자에게 생방송 중 인질로 잡혀 주가 폭락의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그가 한 말은 특정 회사에서 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 딱히 세세한 분석 끝에 나온 말이 아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채권투자 전략에 관한 정보보다 폭등하는 주식 이야기가 더 재미있기 때문에 책임감은 뒤로 한 채 근거가 없더라도 흥미로운 쪽에 주력하게 된다.

애널리스트의 의견도 독자적인 게 아니라면 소음에 해당된다. 훌륭한 애널리스트는 단순한 사실 전달에서 벗어나 회사에서 전해들은 자료를 분석해 자신만의 의견을 내놓는다. 반면 통찰력 없는 애널리스트는 회사에서 들은 내용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전하기만 한다.

그런데 언론에는 통찰력 있는 애널리스트보다 이익 추정치와 투자의견을 자주 바꾸는 애널리스트들이 더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기업 이익을 연초부터 제대로 추정한 애널리스트는 “올 초 저희 방송에서 00기업에 대해 제시한 추정치는 얼마였고, 매수 추천을 하셨조.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달라진 건 하나도 없습니다. 같은 의견을 유지하며 그 주식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입니다‘라고만 대답할 수밖에 없다.

▲ 한국거래소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서울사옥 국제회의장에서 2017년 제1차 코스닥시장 간접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에 반해 통찰력 없는 애널리스트는 “최근 분기에 이 기업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이익 추정치를 얼마만큼 상행 조정했습니다. 이 회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예상외로 급증했고 세계 경기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죠”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물론 통찰력과 별개로 더 흥미로운 인터뷰는 통찰력 없는 애널리스트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기 쉽다.

이처럼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의 견해가 소음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애널리스트의 말을 그대로 믿는 투자자는 회사와 관련된 일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전하는 IR(투자자 홍보활동)팀의 논리에 세뇌당하게 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최고경영자)와 같은 가치투자자는 소음을 듣고 매매하는 일의 거의 없다. 1달러 짜리를 50센트에 사는 게 목표인 데다 평균 주식 보유기간이 수년 이상이기 때문에 남보다 조금 먼저 사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음과 투자’의 저자 리처드 번스타인도 “일반적인 투자 전략 점검은 1년에 한번으로 충분한 만큼 사건이 아닌 시간에 따라 장기 투자 전략을 실행하는 게 주식시장에서 소음을 피하는 법”이라고 조언했다.

※ 이민주 대표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I.H.S버핏연구소를 설립해 투자교육 및 기업교육 전문회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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