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조희제 국장] 조기 대선이 예상되면서 대통령 선거를 향한 레이스가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이 대선 주자들의 핵심 어젠다로 부상했다.

우선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과 재정 능력을 총 투입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80만개, 근무시간 단축으로 50만개 등 모두 1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핵심 공약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대선출마 선언식에서 “혁신을 통해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줄곧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안철수 등 후보는 기업활동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본소득을 강조하는 등 거의 모든 후보들이 모두 직간접의 형태로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선거공약의 핵심의제로 부상할 게 분명하다.

일자리만들기 대선주자 핵심 어젠다 부상

과거 대통령 선거에선 경제활성화가 핵심의제였던 반면 이번엔 일자리 창출로 방향이 좁혀졌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만큼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정부 차원의 각종 대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업문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실업자는 10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1999년 통계 기준이 바뀐 이후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통계상 잡히지 않는 잠재적 실업자까지 합하면, 실제 국내 실업자는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청년 실업문제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양상이 지속돼 왔다. 정부 통계상으론 청년실업률이 9.8%이지만 체감실업률은 34%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 대선의 핵심 화두가 됐다는 사실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엄청난 예산 투입과 각종 제도 시행에도 불구, 전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그보다는 기존의 정책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수출과 내수, 설비투자 등 경제의 모든 동력이 꺼져 있어 경제활성화가 안 되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 대책만으론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경기타령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수록 기존 정책이 뭐가 문제인지 따져보지 않으면 안 된다.

청년 인턴제와 취업교육 지원 등 기존 대책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인턴제의 경우 청년층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임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부담함으로써 정규직으로서의 취업가능성을 꾀하는 청년고용 촉진지원사업이라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인턴제는 인건비 절감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청년 인턴을 뽑은 245개 공공기관 중 152개 기관에서 청년 인턴의 정규직 전환 실적이 전무했다. 청년 창업정책도 마찬가지다. 막상 청년 창업의 대부분은 음식점, 카페, 옷가게 같은 생계형 창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성공가능성이 낮은 자영업에 청년층을 몰아넣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미시적 대책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 비정규직 중심의 임시직이라서 근본적인 실업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이젠 발상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일자리 만들기가 대선 주자들의 주요 어젠다로 등장했지만 근본적인 발상전환이 없으면 일자리 만들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6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취업정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우선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 방안이 고육지책이긴 하나 현실적으로 좋은 대안이라고 본다. 물론 예산 부담을 가중시키는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기존 대책들이 투입액 대비 효과가 검증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차라리 좋은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 실업 문제는 일자리 자체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수십만명의 청년층이 안정적인 수입 기반을 확보할 경우 경제적으로는 물론 사회 안정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산업정책적인 면에서도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해외로 나갔던 공장들이 국내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웬만한 대기업이면 국내 공장 증설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려고만 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문제의 근본 해결은 불가능하다.

시장 개척의 필요성 때문에 해외 공장을 짓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연간 생산량이 500만대에 이르고 있으나 국내 고용인력은 100만대 시절 그대로다.

오히려 해외 공장 증설을 할 때마다 하청 회사들이 대거 해외이전하는 바람에 국내 고용사정만 악화시켰을 뿐이다. 대기업들의 해외투자는 글로벌화의 당연한 과정이라는 식의 사고로는 문제해결이 난망하다.

한국형 리쇼어링, 세재개편, 경제특구 등 다양한 방안 논의 필요

이제 한국형 리쇼어링(reshoring)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리쇼어링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싼 인건비나 판매시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이다.

기업들도 생산성만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고려할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를 지어 독일로 돌아온 아디다스의 사례가 좋은 예다.

제4산업혁명의 시대에선 임금수준보다는 기술 기반이 잘 갖춰진 지역이 오히려 공장 설립 적지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점에서 최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 정책에는 주목할 만한 점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정책의 목표는 일자리를 되찾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에 있는 기업 자산을 미국으로 들여오면 1회에 한해 10% 특혜 세율을 적용하지만, 떠나는 기업이 물건을 미국으로 들여오면 최대 3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각종 기업 CEO들과의 면담을 통해 미국 내 투자를 끌어내기도 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애플과 애플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으로, 미국에 70억 달러(약 8조2300억 원)를 투자해 디스플레이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 개편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본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할 지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지만 이 문제는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법인세를 인상해서 복지재원을 마련하되 일자리창출을 위한 공제제도를 대폭 확대하자는 방안이다.

일자리를 늘이는 기업에 대해선 획기적인 공제를 줌으로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면 일자리를 줄여서라도 이익을 키우겠다는 기업들에 대해선 법인세로 과감하게 환수하면 된다. 또한 임금에 대한 손비인정 범위를 유연하게 설정할 경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너무 큰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좀 더 과격한 발상이지만 과거 마산수출자유지역 같은 경제특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생각해보고 싶다. 이 특구에선 노사분규를 제한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경우 외국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치할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만사라는 전제하에 기존의 틀을 깨고 발상전환을 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기존 틀에만 얽매일 경우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고 확신하다. 경제가 퍼펙트스톰을 앞두고 있는 처지라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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