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 경우 대기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지난 총선결과로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이 만들어졌다. 그 후 자유로워진 공간을 통해 현 정권에 잠복해 있던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민의 분노는 촛불행진으로 이어졌고 탄핵정국을 만들었다. 촛불의 위력은 여당을 둘로 갈랐고 대통령선거를 앞당기게 하였다.

정치는 사람들을 격동시켜 희망으로 부풀게 한다. 반면 선호하는 후보를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며 타 후보를 격렬히 비난함으로써 무모하게 돌진하는 멧돼지 같은 맹목성도 불러일으킨다. 후보와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모두를 광풍으로 몰아간다. 열정이 위대한 성취를 낳기도 하지만 파괴도 낳는다.

▲ 남경우 대기자

열정이 위대한 성취로 이어지려면 모름지기 자기성찰이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후보와 참모 그리고 핵심지지자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자기성찰이 이루어지지 않는 캠프는 위세, 위선, 겁박, 술수 등 정치공학적 자기기만에 빠져든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설령 승리하는 캠프라 할지라도 갈 길이 멀다. 미래가치와 공정을 잃고 위세와 술수로 무장한 승리라면 정권을 잡자마자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다수의 유권자들에게도 자기성찰은 공정한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타 후보에 대한 지나친 분노,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미래의 달콤한 현실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후보를 판단하는 것이라면 혼란은 계속된다. 바로 이 시점에서 피선거권자와 선거권자 모두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하루 30분이라도 인류의 위대한 고전 앞에서 자신을 가다듬을 일이다.

고전읽기의 위력은 매우 크다. 고전읽기는 마음을 가다듬게 할 뿐만 아니라 끝내는 현실적인 이익도 가져다 준다.

논어는 뻔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듯 하다. 하지만 구구절절 인간사의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몇 구절만이라도 마음 속에 담아 둔다면 생활하는 데에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다.

▲ 고전읽기의 위력은 매우 크다. 고전읽기는 마음을 가다듬게 할 뿐만 아니라 끝내는 현실적인 이익도 가져다 준다. 사진은 지난 2014년 중국 후난성 창샤시 악록서원에서 열린 공자 탄생 2565년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공자상에 절을 드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가령 논어 학이(學而)편에 나오는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라는 구절을 보자.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 하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얼핏 대수롭지 않은 말처럼 보이지만 곱씹어 볼수록 대단한 통찰이다.

권력이나 학식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 비서들을 대동하고 다니거나 고급식당에서 종업원들에게 호통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알아달라는 것이다. 남녀 모두 특히 무언가 가진 사람일수록 알아주지 않으면 섭섭해 하기 그지없고 심지어 적의를 품기도 한다.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깊은 욕망을 공자는 넘어서라고 했다. 공자 자신도 인정받고 싶어 주유천하했으면서 말이다. 여하튼 이런 구절을 곱씹으며 자신을 돌아보면 깊어지고 넓어진다.

중용의 제2시중(時中)장에는 군자와 소인의 중용을 비교하는 글귀가 나온다.

子曰 君子中庸 , 小人反中庸。(자왈 군자중용, 소인반중용)

君子之中庸也,君子而時中。(군자지중용야, 군자이시중)

小人之中庸也 小人而無忌憚也。(소인지중용야 소인이무기탄야)

즉 군자의 중용은 늘 중(中)을 취한 반면 소인의 중용은 기탄(忌憚)없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도올 김용옥 선생은 “요즘 우리들은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기탄없이 말하라. 참으로 개똥 같은 말이다. 이것이 바로 서구의 자유주의 교육의 허상이다. 기탄없이 말하면 안된다.”고 일갈한다.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것 이것은 강자의 표현이다. 거리낌 없이 내질렀다가 아니면 말고 식이면 안된다. 꺼리낌이란 신중함이다. 거리낌 없으면 거침없어진다. 이것이 지나치면 사고를 친다. 한 정치인의 ‘선의 발언’도 내면을 살펴보면 사태나 국면에 대해 기탄이 없었던 것이다.

고전은 과거를 돌이켜보고 주위를 살펴보게 하며 분노와 불안을 잠재우는 묘한 힘이 있다.

폭발성과 휘발성이 강한 이 정치의 계절에 함께 고전을 읽기를 기대해 본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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