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전세계에서 미국의 스포츠 중계권 시장 규모가 가장 주목할 만하다.

▲ 이현우 교수

스포츠 전문기관인 스포츠비즈니스(SportBusiness)에 따르면 북미 대륙의 중계권 시장규모는 현재 약 224억 달러(USD)로 추정되며, 이는 전세계 중계권 시장의 44%에 육박하는 규모다.

컨설팅회사인 PwC의 조사에 따르면 북미 스포츠 중계권 시장의 최근 5년간 연평균수익률은 5.5%로 스폰서십(3.9%)이나, 입장수익(2.7%), 상품판매(1.4%)와 같은 여타 스포츠 시장 수입원 가운데 가장 높았다.

북미 4대 프로 스포츠 리그들(NFL, MLB, NBA, NHL)은 리그가 전국단위의 중계권을 담당하고, 로컬 스폰서 및 연고지역 지역방송 중계권은 구단 스스로가 담당하는 구조다.

특히 1922년에 대법원 판결로 반독점법으로부터 면제를 받은 야구(MLB)에서 지역중계권 협상이 활발하다.

중계권 계약의 규모는 해당지역의 시장크기와 구단의 가치에 비례한다. 그 중에서도 연고지의 시장크기가 절대적이다.

2016년에 가장 높은 중계권 수익을 기록한 두 팀 모두 로스앤젤레스에 연고를 둔 다저스(약 2조400억 USD)와 엔젤스(약 1조1800억 USD)였고, 뉴욕 양키스(약 9800만 USD)와 보스턴 레드삭스(약 8000만 USD)가 이들을 뒤따랐다.

▲ LA 다저스 류현진(오른쪽)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 5회 말 타석에서 1점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축하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비영리단체인 전미대학체육협회(NCAA)의 경우 농구의 포스트 시즌 토너먼트인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을 통한 중계권 수입(약 9억 USD)이 전체 협회 수입의 90%에 육박하기도 하였다.

이외에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제 이벤트에서도 중계권 판매가 절대적인 수익원 중 하나다. 미국의 NBC 방송국은 올림픽 중계권으로 연간 5억 4700만 달러(USD)를 지출하고 있다.

이처럼 중계권 협상은 스포츠 시장의 존립과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중계권 시장의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인터넷의 보급과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시장은 더욱 분화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도 하였지만, 반대로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은 뉴미디어의 등장에 따라 타격을 입기도 했다.

세계 첫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은 2017년 2월 이후 550만 가정에서 구독을 취소했고, 미디어 시장을 조사하는 닐슨(Nielson)사에 따르면 북미에서 스포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12개의 채널 가운데 11개의 채널이 근 1년간 구독자를 잃었다고 한다.

반면에 MLB는 2000년 미디어 서비스 회사로서 MLBAM(Major League Baseball Advanced Media)을 설립하여 자체적인 온라인 중계권을 소지하고 웹,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 팬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 미 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지난 2월 3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볼 53 풋볼 경기에서 LA 램스를 꺾고 우승하며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패트리어츠는 LA 램스를 13-3으로 꺾고 통산 여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며 모두 빌 벨리칙 감독 부임 이후 거둔 우승이다. 【애틀랜타=AP/뉴시스】

NBA도 리그의 자체 네트워크인 NBA TV와 계약권자들을 통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연간 구독권인 NBA 리그 패스도 이제 TV,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모두 시청가능하다.

이처럼 인터넷의 보급으로 기존의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Over The Top (OTT) 서비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였다.

이로써 팬들은 이제 어느 장소에 있더라도 인터넷 접속만 가능하면 생방송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스포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짐으로써 스포츠 시장의 전체 저변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었다.

리그와 구단들에게는 새로운 중계권 협상 시장이 열렸다. 미국의 경우 협상의 주도권을 가진 리그와 구단들이 독점권 계약권을 행사하면서 중계권료의 상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 지난해 7월 15일(현지시간)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간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가 4-2로 승리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2번째 우승이 확정되자 수도 파리에 쏟아져나온 프랑스 축구팬들이 프랑스 국기를 흔들며 열광하고 있다. 【파리=AP/뉴시스】

국내에서도 OTT를 통한 스포츠 중계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이제는 거의 모든 스포츠 경기를 디지털 중계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KBO)는 기존 계약금액의 2배가 넘는 금액으로 유무선 인터넷 중계권을 체결했다. 반면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시청하는 한국 팬들은 8월부터 기존에 중계를 해오던 네이버가 아닌 카카오티비와 아프리카TV로 디지털 중계권이 넘어간 것을 기억할 것이다.

KBO는 네이버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통신•포털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했고, EPL은 중계권을 보유한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SPOTV의 모회사)와 네이버 사이에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중계권이 넘어갔다.

이는 중계권의 계약방식이나 그 활용 방법에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마지막으로 독점성과 희소성을 중심으로 중계권의 본질을 생각해보고 스포츠 종목에 따른 시장의 규모와 문화적 차이점들을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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