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물 밑에 있었던 잠룡(潛龍)들이 솟구쳐 오르고 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마음에 드는 용이 없다. 그렇다고 무관심할 수도 없다. 눈에 비춰지는 대로 대선 후보를 살펴보자.

문재인은 신사다. 하지만 무늬만 신사일지 모른다. 문재인 패권을 반대하는 반문연대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겉모습은 신사답지만 실익을 몽땅 챙겨가는 배타적 자기중심주의가 친문세력 내에 뿌리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 주장하는 바가 분명하지 못하다. 남북문제, 격차사회, 청년실업, 노인문제 등등 한국사회에 산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불투명하다. 문재인의 이런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만일 문재인 후보가 대권을 잡는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안희정은 젊고 팽팽하다. 중원에 은거하다가 중앙무대에 등장했다. 신선한 이미지다. 어떤 후보보다 철학적이고 사회과학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하지만 그가 구사하는 개념들이 별로 단단해 보이지 않다. 젊고 신선한 외모와 이미지와 달리 실 내용이 크게 새로울 게 없는 것 같다. 사고도 상당히 보수화되어 있는 듯하다. 아직은 대의와 가치에 대한 충실한 느낌보다 강한 권력장악욕이 더 우세한 듯 보인다. 언듯언듯 오만함도 보인다. 더 지켜볼 일이다.

이재명은 촛불 정국에 급거 부상한 후보다. 다양한 문제에 대해 많은 구상을 다듬은 흔적이 있다. 여러 사안에 대해 명쾌히 답변한다. 사이다처럼 시원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팟캐스트 운영자같은 면모가 보인다. 말이 너무 많아졌다. 지난해보다 군더더기가 많아졌다. 유명인이 되어가는 것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드라이하고 논리적인 언변 이면에 깊게 닦인 토대가 취약해 보인다. 또 웬지 불안해 보인다. 이게 왜일까?

안철수의 행보는 참 답답하다. 그간 정치지형에 주요한 변화를 이끌었던 정치인답지 않게 역동성이 없다. 예전보다는 웃음이 많아졌다. 늘 굳어 있었던 얼굴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드디어 정치바닥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는지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하지만 삼성동물원을 바꿔야 한다고 등장하기 시작한 안철수의 초기 이미지도 어딘가로 사라졌다. 여의도 바닥에 발을 디뎠지만 자기 만의 색깔이 없어졌다. 또 하나의 정치인이 된 것이다.

유승민은 인물로만 보면 가장 안정되어 있다. 그의 지지기반과는 달리 경제정의를 관철하는데 가장 분명할 듯 하다. 불공정한 운동장에 대한 논리적인 이해가 가장 충실해 보인다. 하지만 지지기반의 반발을 넘어 그의 경제정책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안보관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친미적이다. TK로부터 배신자의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이겠다.

어쩌다보니 후보군으로 들어간 황교안 총리가 만일 대선 후보로 나간다면 아마도 대통령을 꿈꾼 기간이 가장 짧은 후보일 것이다. 황 총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신공안정국이 시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법 논리로 무장한 대통령, 혹은 검찰의 시각을 가진 대통령이겠다. 서비스라곤 전혀 해보지 않은 아주 경직된 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시점에서 모든 대선 캠프가 맹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음미해보기 기대한다.

孟子曰 「愛人不親 反其仁,治人不治 反其智,禮人不答 反其敬。

行有不得者,其身正 而天下歸之。

《詩》云:『永言配命,自求多福。』」

맹자가 말씀하셨다. “내가 남을 사랑하는데 그가 나를 친애하지 않으면 나의 인(仁)을 돌아보고, 내가 남을 다스리려 하는데 사람들이 다스려지지 않으면 나의 지(智)를 돌아보고, 내가 남을 예우하는데 돌아오지 않으면 나의 경(敬)을 돌아보아야 한다. 어떤 일을 행하고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 바르면 천하가 귀의한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영원히 천명에 합하는 것이 스스로 복을 구하는 길이라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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