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권원오 수필가] 이 세상의 문화는 크게 동양을 중심으로 한 정신문화와 서양을 중심으로 한 물질문화로 나눌 수 있다. 한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정신문화는 나와 너는 우리이다. 남이 아니다. 서로 남이 아니면 욕심이 줄어들고 본심이 많아진다.

나와 네가 우리인 사회에서는 서로가 두렵지 않다. 그래서 법을 앞세우기보다 도리를 앞세운다. 법을 좀 어겨도 우리가 남이 아니기에 적당히 넘어가기를 바란다. 퍽 인간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프랑스의 쟈크 아탈리는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인간적이라고 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물에 빠지면 모두 “헬프 미(Help me) 날 살려 줘!”라고 소리치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나 살려달라는 말 대신 “사람 살려!”라고 한다는 것이다. 물에 빠진 것은 나가 아니고 사람이 빠져 사람을 살리라는 것이니 얼마나 인간적이냐는 것이다.

▲ 지난해 5월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도산서원 특별전 개막식'을 찾은 관람객들이 ‘도산서원과 퇴계 이황’이라는 전시물을 보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너무 인간적이다 보니 대충 넘어간다. 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에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 양궁이다. 양궁은 과녁을 바라보고 감으로 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이 우승한다.

골프도 그렇다. 그린을 보고 감으로 치는 것이 골프이다. 철저하게 법을 지키는 것을 싫어하고 철저하게 계산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근래 전통적으로 굳게 자리잡은 본심의 정신문화가 뿌리인 한국에, 욕심의 물질문화가 기어들어 와서 주인 노릇을 하려고 든다. 서양문화에 열등감을 갖고 있는 한국인은 본심의 정신문화보다 욕심의 물질문화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욕심이 살살 본심을 밀어내고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다.

이 두 문화가 밀고 당기고 하다 보니 갈등과 혼란만 가득하게 된다.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서양의 물질문화는 나와 너는 남이다. 그래서 서로가 두렵다. 그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 법을 정해 놓고 철저하게 지킨다. 계산을 철저하게 한다.

퇴계 이황 선생의 사상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그가 제자들과 다른 선비들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경(敬)’이다.

‘공경하다’ 혹은 ‘존경하다’라고 할 때의 경인데, 이 경이란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퇴계는 언제나 공부를 함에 있어 마음을 한결같이 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다잡는 일이다.

인간 본성의 선함과 자율성을 굳게 믿었던 퇴계는 마음이 흩어지지 않게 하나로 모아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의관을 바르게 하고 그 시선을 존엄하게 하라. 마음을 가라앉혀 상제를 마주 모신 듯이 하라. 입을 다물기를 병마개 막듯이 하고, 잡생각 막기를 성문 지키듯이 하라. 성실하고 공경하여 감히 잠시도 경솔하게 하지 마라 등등의 가르침을 주셨다.

퇴계는 주리론(主理論)에서 사람의 마음에는 두 가지가 함께 있다고 하였다. 선한 마음인 본심과 악한 마음인 욕심이 공존하는데, 욕심이 들어와서 본심을 밀어내고 주인 행세를 하게 되면 마음이 집중이 안 되고 흔들려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해, 인격이 부패되고 성과가 떨어진다고 했다.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어 흔들리지 말고 한곳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세상일이란 있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고 보는 대로 있기 때문이다.

참새가 앞마당에서 지저귀고 있다. 낙천적인 삶을 사는 미국인은 ‘새가 노래한다’라고 말하지만 수천 년간 서글픈 역사를 살아온 한국인은 ‘새가 운다’라고 표현한다. 보는 대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악한 마음인 욕심이 들어오지 못하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이 들어와서 주인자리에 앉으면 자신의 판단의 기준이 비틀어지는데 본인은 그것이 바른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기회의 씨앗과 행복의 원천이 숨어 있다. 우리에게 발견돼 실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꿈을 소중히 여기고 애정을 쏟고 내면의 에너지와 인내와 열정을 발휘하면 진정으로 성공할 수 있다.

당신의 다이아몬드 밭은 어디에 있을까. 누구나 다이아몬드 밭을 가지고 있다. 그 밭을 발견해서 소중하게 아끼고 채굴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밭이 어디에 있는지는 오직 당신만이 안다. 욕심이 차면 멀리 있는 남의 것을 탐하다가 큰 죄를 짓는다.

퇴계 선생이 살아 계시면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고 크게 호통을 칠 것이다. “데끼 이놈들, 남의 집에 불질러 놓고 달려들어 끄는 척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더 불타기를 바라는 놈들아! 마음 보따리 ‘심보’를 바로잡아라! 10배나 더하면서도 양심적인 사람을 보고 야, 이 도둑놈아, 하고 큰소리치는 큰 도둑놈들아! 심보를 바로 잡아라!”라고 하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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