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스포츠가 인기있는 콘텐츠가 되면서, 이 인기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중계권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현대사회에서 스포츠와 미디어가 결합되면서 기업의 스폰서십을 불러오게 되었고 거대한 산업이 구축됐다. 앞으로 몇 차례의 칼럼을 통해 스포츠와 미디어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스포츠 산업은 미디어와의 결합을 통해 급성장을 해왔다. 최초로 기업의 형태로 구단이 운영된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1800년대부터 신문에 경기결과와 분석표(box score)를 제공하면서 팬들과 소통하였다.

이에 따라 1800년대 말에는 스포츠 전문 잡지가 생겨나게 되었다. 1921년에는 미국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처음으로 메이저리그(MLB) 경기가 송출되었고 1923년에는 월드시리즈가 전미에 송출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야구 구단주들은 라디오 송출을 반기지 않았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라디오만 듣고 경기장을 찾지 않을까봐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라디오 송출을 통해 야구는 미국 전역에서 팬들을 사로잡기 시작하여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라디오 전파를 통해 더 큰 수요를 발생시킨 것이다.

텔레비전 중계는 193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경쟁적 균형을 중요시하는 미국 프로 리그들의 성향에 따라 1950년대에는 팀들의 중계권을 패키지로 묶어서 전국방송권을 판매하고 리그가 그 수익을 분배하는 모델이 적용되었다.

1961년에는 프로 미식축구리그인 NFL의 전미 중계권 계약이 독점 금지법에 어긋난다는 법원판결 (the Sports Broadcasting Act) 이후에 스포츠 중계 관련법이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서 홈 경기를 지역에 송출하지 못하게(black out) 하거나, 대학경기를 개별 학교나 컨퍼런스 차원에서 중계권 협상을 하는 등의 시장 질서가 생기게 되었다.

1979년에는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이 설립되어 지금까지 최고의 스포츠 전문채널로서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도 스포츠 시장은 미디어의 성장과 함께하고 있다<표 1>.

NFL 슈퍼볼의 광고료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시장조사업체 닐슨 (Nielsen)에 따르면 2002년 3만 시간 정도이던 방송시간이 2017년에는 13만 시간 이상이 되었다.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고 각본 없는 드라마를 선사하는 스포츠에 온 세계가 열광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지구인의 축제가 되었고, 방송사들은 서로 이 강력한 콘텐츠를 확보하고자 중계권료 경쟁입찰에 뛰어든다.

더 많은 노출과 긍정적인 이미지에 목마른 글로벌 기업들이 스폰서십 경쟁에 끼어들고, 광고시간을 사들이면서 비로소 스포츠와 미디어 그리고 기업의 삼각구도로 거대산업을 구축한 현대 스포츠가 완성되었다.

▲ 미국 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빌 벨리칙 감독이 지난 2월 3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볼 53 풋볼 경기에서 LA 램스를 꺾고 우승하며 선수들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있다.【애틀랜타=AP/뉴시스 자료사진】

이처럼 중계권이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경쟁이 되면서, 중계권 협상 시장에도 수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미국은 바야흐로 중계권의 춘추전국시대가 돌입했다고 할 수 있겠다.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을 끊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전통의 강자인 ESPN은 시청자도 줄고 중계권 협상력도 줄었다. 아마존과 유튜브 같은 IT 기업들이 온라인 중계권 협상에 뛰어들었고,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도 중계권 협상에 나섰다.

중계권 협상이 시장경제의 흐름에 따라 발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박찬호의 MLB 활약 이후에 지상파 3사가 중계권을 나눠가지던 방식을 벗어나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IB스포츠가 MLB 중계권을 사들인 이후 방송3사가 공조를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SBS의 코리아풀 파기 선언을 계기로 경쟁이 더욱 가속되었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방송국의 힘이 강하고, 오히려 해당 종목 측에서 방송국에 중계를 부탁하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풀뿌리가 강하지 못해서 팬들의 수요가 없고, 억지로 중계를 맡기지만 시청률 저조로 외면 당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는 종목들이 많다. 이는 시장경제가 건강하지 못한 구조다.

물론 미국의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유럽에서는 치솟는 중계권료에 대한 대응으로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법률제정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선발 투수 류현진이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3회 투구하고 있다. 【덴버=AP/뉴시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스포츠가 거대한 산업이 되었고, 그 거대한 수요를 방증하는 콘텐츠의 중계권료에 대해 시장은 날이 갈수록 세밀화되고 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의 보급으로 새로운 미디어와 새로운 콘텐츠들이 등장하면서 중계권 시장은 더욱 더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ESPN은 매년 경영악화로 인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인터넷 중계 서비스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전통적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진단하고 새로운 미디어 및 콘텐츠의 등장에 대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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