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주역은 늘 생각해 보아도 무궁무진하다. 얼개가 잡힐 듯 하다가 또 오리무중이다. 그러면 싫증이 나서 한 동안 손에서 놓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주역을 손에 잡지 못한다. 감히 다시 주역의 세계와 씨름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역경문(周易經文) 너머 열릴 심오하고 장대한 세계에 대한 매력에 이끌려 다시 주역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주역이라는 산을 넘다 보면 늘 공부를 자극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새롭게 만나는 책이고 또다른 하나는 사람이다.

새롭게 만나는 책은 시들었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시 저자의 관점을 따라 또 주역을 보게 된다. 주역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주역공부에 대단한 자극제다. 주역공부를 통해 맺어지는 인연은 공부의 처음이자 끝이다.

나는 십수 년 전 전부터 주역에 관심이 있어 책을 모았지만 언제나 서문을 보고 책을 덮기가 일쑤였다. 도대체가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했다. 한동안 주역을 잊고 살았다. 그러던 중 한 명의 주역인연을 만났다. 커피숍에 앉아 이러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주역이야기가 나왔다. 주로 그 분이 이야기를 했다.

“주역을 익히려면 우선 점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

“점치는 방법에는 전통적인 시초법이 있지만 최근에는 팔각형 주사위 두 개와 육각형 주사위 하나를 이용하거나 동전 여섯 개를 이용하는 척전법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가방에서 주사위를 꺼내 점을 치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그분의 30분간 설명은 필자의 주역공부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는 주역학사와 각종 주역책이 갖는 의미를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필자가 한 10년간의 공부보다 그와 나누었던 몇 시간의 대화가 더 넓고 깊은 것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또 새로운 인연이 나타났다. ‘점수 주역’을 쓴 조영주 선생이다. 40대 중반의 아직 힘이 펄펄한 장부다. 내가 만나고 들어본 사람들 중 최고의 고수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이나 전통문화연구원에 주역을 해설하는 분들이 많다. 다들 훌륭하다. 하지만 이분들은 대개 주역에 정통하기보다 한문의 고수이거나 고전을 많이 공부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이분들이 주역을 깊게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헌데 조영주 선생은 강의를 들으며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대단한 고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조 선생은 수 많은 사안에 수 없이 많은 점을 쳐왔다. 그의 지인은 제자들과 같이 아마도 10만번 정도의 점을 쳤을 거라고 귀뜸해주었다.

▲ 서주 시대의 분봉 제후도

그에 따르면 수없이 많은 점을 친다는 것은 주역의 64괘와 384효에 대한 풍부한 백데이터를 축적한다는 의미다. 즉 세상사는 64개의 유형중 하나며 그 안의 여섯 국면 중 하나에 해당한다. 모든 세상사를 주역의 384개의 타입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은 점을 쳐보지 않으면 각각의 세상사가 384개 타입 중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주역의 괘사 효사에 대한 의미도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에 주역의 저자 문왕의 처지, 당대의 사정, 그 이전의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왕의 입장에서 괘를 어떻게 배열했고 괘효사를 붙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문왕이전의 역사를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일 년 중 10개월은 주나라의 무대였던 중원을 탐사하며 연구한다. 문왕 주공 및 상나라 때의 주요 유적지를 배회하며 주역 64괘 효사의 의미를 탐사하고 있다. 주역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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