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이 부회장에게 횡령 또는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수사팀의 고려사항인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회삿돈을 최순실씨 일가 특혜 제공에 사용한 게 확인될 경우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최씨 일가에 94억원이 넘는 금전적인 지원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배경에 지난 2015년 7월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표가 있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 및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뉴시스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도 이날 이 부회장을 위증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지난달 6일 국조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과 관련, 대가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단 한 번도 무엇을 바란다든지, 반대 급부를 요구하며 출연했다든지 지원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으며, 최순실을 알고 있었냐는 국조특위 위원의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며, 2016년 2월 언저리쯤 알았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와 관련,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조사가 진행된 이후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혐의 내용이 위중한 만큼 영장 청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특검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대 그룹의 수장이 구속 직전의 처지에 몰린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다.

삼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의 대가로 최순실씨 모녀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삼성과 최씨 모녀의 뒷거래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연결고리가 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미 특검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지시를 했고, 이를 청와대와 논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만약 양사 합병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도움을 받았다면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의 수혜자가 된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반대급부로 혜택을 받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있어서도 결정적 판단요소가 될 사안이다.

삼성은 승마선수인 정유라씨를 지원하기 위해 코레스포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 가량을 송금했다.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원을 후원했다.

삼성 측은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최씨 측에 돈을 지원한 이유는 압박에 못 이겼기 때문이며 자신들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공갈·강요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에 이어 SK와 롯데 등 다른 그룹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들 기업은 회장 사면과 면세점 인허가라는 중요 현안이 자금출연과 연결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내 상위그룹 총수 상당수가 처벌될지 모를 지경이다.

SK그룹은 이날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게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 "당시 출연은 준조세 성격의 지원이었을 뿐 뇌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의혹은 피할 수 없다. 특검이 이런 고질병을 근절해주길 바란다.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삼성도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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