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한필이 칼럼니스트]

대학

전(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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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지선(止於至善): "지극한 선에 머문다"에 대하여

詩云 於戱 前王不忘 君子 賢其賢而親其親

시운 어희 전왕불망 군자 현기현이친기친

小人 樂其樂而利其利 此以沒世不忘也

소인 락기락이리기리 차이몰세불망야

​이를 해석하면 이렇다고 합니다.

[시경에 이르기를 '아아, 이전의 왕(문왕과 무왕)을 잊지 못하겠네!' 라고 하였다.

군자는 이전의 왕이 지혜로운 이에게는 지혜롭게, 흉허물 없는 이에게는 흉하물 없게 대하셔서 못 잊는다.

소인은 이전의 왕이 즐거움을 좇는 이에게는 즐거움을, 이익을 좇는 이한테는 이익을 주셨기에 못 잊는다.

이런 이유로 (군자건 소인이건) 이전 왕께서 세상을 떠나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친구끼리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너는 왜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니?" 가벼운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쓰는 표현이죠. 지극한 선(善)에 머물면 이런 오류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상대에 따라 다 맞춰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대개 종교적 성취를 아주 숭고하고 신비한 영역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글에 의하면 그것은 일종의 환상이라는 말이 됩니다. 궁극의 경지에 가면 선함으로부터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상대에 따라 그 대함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다는 의미도 되겠습니다.

​이를 '도는 원리' O(영)사상으로 보면 팽이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빛에는 파장이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 파장의 길이에 따라 빨,주,노,초,파,남,보 색깔이 있게 됩니다. 붉은 색 파장 너머에 있다고 적외선(赤外線), 보라색 파장 너머에 있다고 자외선(紫外線) 이리 되지요.

이 파장을 달리 보면 도는 회전 속도랄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느리게 도는 성질을 가진 이도 있고, 빠르게 도는 성질을 가진 이도 있습니다. 즉, 사람에 따른 성정과 기호가 영혼의 회전속도와 관련 있게 됩니다.

소인, 대인, 군자가 각기 다른 회전 속도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팽이로 표현하면 빨리 도는 팽이도 있고, 느리게 도는 팽이도 있게 됩니다. 지극한 선에 머무는 자는 이 도는 파장이 짧은 파장부터 긴 파장까지 전 영역에 걸쳐서 조절이 가능한 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완성자가 상대를 대할 때 보면 어떤 때는 너무 부드러워 보이고, 어떤 때는 삼류 엔터테이너처럼 보일 때도 있어서 별로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양반 뭐 한 소식(깨달음) 한 줄 알았더니 별로 다른 것도 없어." 이런 말을 듣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언행 사이에 면면히 흐르는 일관성 같은 것을 느끼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이 인물을 평가함에 있어서 튀는 특별함보다는 질박함과 소박함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셨던 이유도 그래서 인 듯 싶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쌀 맛이 으뜸이란 것이겠지요.

성인을 대하건 도둑을 대하건 밥은 변함없이 같은 맛으로 우리 속으로 들어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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