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EBS의 다큐멘터리 ‘극한직업’은 장수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많다. 힘든 작업환경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밀착 촬영하여 생생하게 보여준다.

▲ 한창환 대표/월간 커피앤티 제공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숭고한 직업의 세계를 밀착성과 역동성을 최대한 살려 활기 있게 모습을 담아낸다. 또한 현장 SOT를 담아 리얼 다큐로 생동감을 더한다. ‘라오스 커피농장’ 편도 이러한 기획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라비카 커피농장은 고산지역에 위치해있어 재배나 가공여건이 좋지 않다. 수확기가 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친 노동에 참여한다. 이 때문에 아동들의 노동력 착취 문제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커피 관련 제작물과 달리 커피농장에서의 농부들의 작업 환경을 고스란히 앵글에 담았기 때문에 그들의 노고와 애환을 간접 체험하기에 충분하다.

볼라벤 고원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

팍송 지역 ‘볼라벤 고원’의 광활한 라오스 커피 농장은 일 년에 한번 커피 수확을 한다. 라오스 커피의 95% 이상이 볼라벤 고원에서 재배가 이루어지고 아라비카종은 11~12월에, 로부스타종은 2~3월이 수확 적기다.

수확기가 되면 지역 주민들이 총동원된다. 커피 열매를 따기 위해 각자 자기 구역으로 가는 사람들. 잘 익은 것만 골라서 커피 열매를 일일이 손으로 따는 ‘핸드 피킹’ 방식으로 수확이 이루어진다.

높은 곳에 열린 것들은 메꺼(대나무기구)로 당겨 수확을 한다. 야생 상태의 커피나무는 11m까지 자라지만 수확을 위해 2m 정도로 경작한다. 온종일 나뭇가지를 잡고 일하는 이들은 많은 인내가 요구된다. 허리에 묶은 바구니로 몸이 휘청거리는 수확 장면을 지켜보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야말로 중노동. 맨손으로 열매를 따야하니 손톱은 성할 날이 없다. 그나마 이 시기에 열심히 일하면 도심지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수입이 쏠쏠해 일정 기간 농장 인근의 숙소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많다.

그날 오후 펄핑(커피체리의 외과피를 벗기는 작업)이 이어진다. 펄핑 후 건강한 씨앗을 채반에 흔들어 골라내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선별 작업도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진행한다. 품질이 안 좋은 것들은 건조시켜 별도로 싸게 판매한단다.

▲ ‘라오스 커피농장’/EBS 방송 캡처

다시 선별된 커피 씨앗은 냇가로 옮겨져 세척에 들어간다. 쌀을 씻듯 바구니를 여러 차례 흔들어 물에 뜬 씨앗을 골라내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쭉정이를 고르는 작업은 반복되고 열매를 헹구는 수고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게 세척이 끝나면 건조대 위에 씨앗을 널어놓고 하루에 8~10번 이상 손으로 뒤집기를 하고 일주일 동안 골고루 햇볕에 건조해야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커피 한 알마다 농부들의 정성이 가득하다.

자연산 루왁커피는 보물과 다름없다

이른 아침 또 다시 농부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15헥타르 당 40명 정도의 농부들이 일을 한다. 수확기가 되면 아이들도 집안의 생계를 돕기 위해 작업장을 나선다. 한편, 12월이 되면 먹을 것이 없는 루왁(사향 고양이)은 커피열매를 먹는단다.

일반 커피 열매의 약 20배에 달하는 워낙에 높은 가격 때문에 작업자들끼리 구역을 나눠 엄격하게 관리하지만, 야생 사향 고양이들이 커피 농장에 찾아와 열매를 먹은 후 배설한 것을 찾아다니는 일은 보물찾기와 다름이 없다.

‘루왁’ 커피의 원재료인 사향 고양이 배설물을 수거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농장에서 일한 경력이 37년 된 메노이 아주머니가 2년 동안 모았다는 루왁의 배설물을 비밀상자에서 꺼내어 보여주지만 적은 양에 불과하다.

오전 작업이 끝나고 함께하는 점심은 꿀맛이다. 자신들이 직접 생산해서 볶은 커피를 천에 내려 남김없이 추출한 후 연유를 타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그야말로 삶의 활력소 그대로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소박한 현지인들의 모습이 참으로 순순해 보인다. 수확철에 내리는 비는 불청객이다. 비가 내리면 열매가 많이 떨어져 수확양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비온 날은 침수된 길에 경운기가 빠져 커피 운반에 곤혹을 치루는 일도 빈번하다.

밤이 깊은 시각. 야행성 동물인 사향 고양이가 덫에 걸리길 기다리는 농부들. 루왁을 잡아서 커피 열매를 먹이면 배설물을 보다 편하게 수거할 수 있단다. 때가 되면 잡식성에 날카로운 루왁을 포획하고 수확기가 끝나면 다시 풀어준다고 한다. 루왁을 포획하는 생생한 영상이 볼만하다.

재래식으로 볶는 커피 로스팅

라오스 커피 농장일은 재배부터 열매따기, 펄핑, 선별, 세척, 건조 그리고 배설물 수거 과정과 루왁의 포획 과정까지 어느 하나 사람 손이 안 가는게 없는 고된 작업이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여러 과정을 거친 생두는 ‘로스팅’ 작업을 거쳐 갈색의 원두로 탄생한다.

▲ ‘라오스 커피농장’/EBS 방송 캡처

드디어 가공이 끝난 생두(Green Bean) 내수용은 라오스 팍세 시내의 낡은 재래식 로스터가 있는 공장으로 옮겨진다. 원두를 볶는 일 역시 재래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장작불을 때고 뜨거운 불 앞을 지키며 불 조절을 해야 한다.

현지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로스팅 풍경. 30kg을 볶는 시간이 무려 두 시간이다. 극히 단순한 구조의 로스터로 커피를 고루 볶아지게 하는 공정과 쿨링 과정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드럼에서 꺼낸 뜨거운 원두를 삽으로 고르게 펴서 쿨링을 하는 광경도 흥미롭다. 이러한 영상을 통해 로스터와 로스팅의 어제와 오늘을 가늠해볼 수 있다.

굳이 값비싼 외국 로스터로 로스팅을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도 그 의미가 무색해질 정도니까. 쿨링이 끝난 커피는 키질을 해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통에 담아 생산품을 완성시킨다.

극한직업 ‘라오스 커피농장’ 편은 기획 의도에 맞추어 제작되었기에 현재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커피 관련 다큐멘터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상이다. 커피 한잔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고와 정성이 필요로 한지, 그 중에서도 농부들의 고된 노동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일깨워준다.

또한 세밀한 공정 하나하나를 앵글에 담아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값진 자료이기도 하다. 혹여 해외로 떠나 커피투어를 하게 된다면 수확기에 맞춰 이들 농부의 노동을 함께 체험해보는 것도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 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약력

- 커피제조회사 (주)에소 대표 역임

- 고려대 평생교육원 '커피마스터과정' 책임교수(2006년)

- (주)스타벅스커피코리아 바리스타 자격검정 심사위원

- 에스프레소 콜리아 바리스타 스쿨 자문위원(2008년~2012년)

- 연세대 미래교육원 우수강사상 수상(2008년, 2010년)

- 엔제리너스 월드바리스타 그랑프리 심사위원(2013년)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