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EBS다큐프라임 <히말라야 커피로드>는 언제 봐도 재미있다. 국내 최초로 커피 공정무역 생산지를 다룬 이 작품은 2010년 7월 방송될 당시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히말라야 해발 2,000미터 아래에서 살아가는 네팔 커피 농부들의 삶을 80일간에 걸쳐 앵글에 담아낸 스토리가 애틋한 서정으로 다가온다.

▲ 한창환 대표/월간 커피앤티 제공

위도 상으로 커피벨트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는 네팔 커피재배 지역은 만년설의 최고봉으로 둘러 쌓여있는 아열대 기후로 우리의 생각과 달리 최적의 재배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미 1938년 히라 기리(Hira Giri)라는 네팔 승려가 미얀마에서 커피 씨앗을 가져와 굴미 지역에 커피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1990년 중반에 이르러 커피 재배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현재는 약 500톤 정도로 생산량이 증가추세에 있다.

히말라야의 오지 깊은 산속 말레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다큐를 통해 커피 소작농의 삶과 애환 그리고 커피의 전 재배과정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알의 커피를 얻기 위한 농부들의 정성과 저개발 국가가 처한 현실을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1부 커피, 상처를 안아주다.

멀고 먼 네팔 최초의 커피 재배지인 굴미 지역 외딴 말레 마을을 가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다. 히말라야 고산 길을 굽이돌아 도착한 산속 깊은 곳에 있는 말레 마을은 11가구가 전부다. 고산 지역에 있는 이 마을은 구름이 드리워져 커피 재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명 그늘마을로 하루 중에 2시간 정도밖에 해가 들지 않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커피 농부는 커피를 마셔본 적도, 마시는 방법도 알지 못한다. 굴미커피조합에서 커피 교육을 시키기 위해 볶은 커피를 보여주지만, 커피나무에서 열린 빨간 커피체리나 그린빈에 익숙한 터라 신기하기만 하다.

기술도 기구도 없어 커피를 못 마셔본 마을 사람들에게 돌로 으깨고 끓는 물에 커피를 넣고 다시 끓이고 커피가루를 걸러낸 커피 첫 시음이 시작된다. 설탕을 넣어 마시는 홍차에 익숙한 터라 기침에 콜록~ 콜록~. 그들에게 커피 맛은 새롭기 만하다.

열여덟살 커피 농부 움나트는 커피 재배에 열정을 불태우는 청년이지만 뜻밖에 커피나무가 산사태에 쓸려가고 절망감에 그는 인도로 이주노동을 떠난다. 이쏘리 판데의 커피밭 역시 산사태로 쓸려간다. 60그루 중 살아남은 커피나무는 한 그루.

▲ EBS다큐프라임 <히말라야 커피로드>/EBS 방송 캡처

언제나 부지런하고 헌신적으로 가족을 보살피던 커피 농부 다스람도 가족의 생계와 미래를 위해 이주노동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픈 아내와 다섯 살 딸, 젓 먹이 간난아이를 남긴 채.

이곳에 커피를 처음 들여온 사람은 마을 이장격인 데브라스 판데씨다. 그는 천연약초를 이용해 병충해 방지제를 만들고 유기농 농약 제조법을 전수한다. 이쏘리도 유기농법 연구에 열심이다. 커피나무를 보면 벌레 먹은 잎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로지 유기농으로 키워서 건강한 커피나무가 되었다는 얘기다.

2부 커피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

2부는 홀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미나 판데(25세)라는 여인의 삶을 조명하면서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도 커피를 키워서 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간절한 희망이다. 그렇지만 가난은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12그루밖에 없는 커피나무도 염소들이 뜯어 먹어 버리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그녀의 절망. 말레 마을 사람들에게 커피를 키우는 것과 아이를 키우는 것이 똑같다.

한편, 마을 사람들이 모여 팬에 커피로스팅을 하고 절구에 으깨서 커피를 추출하는 광경이 이젠 낯설지 않다. 글을 모르는 로크나트는 막내 아들에게 글을 배우며 못 배운 설움을 토로한다.

아이들 교육은 그들의 희망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커피를 많이 재배해야 하지만 커피묘목을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는 말레 마을 사람들. 때마침 굴미커피조합에서 지원하는 커피묘목사업의 혜택을 받게 된다. 유기농 재배 과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게 조건이다.

커피나무 묘목 3천 그루가 도착한 날. 마을사람들은 묘목을 운반하기 위해 각자 바구니에 담아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기를 몇 차례. 커피 묘목은 미나에게도 커다란 희망이다. 버려졌던 황무지를 일구는 과정은 험난하다.

잡초를 베고 돌을 고르다가 양손은 피가 나 갈라지고 결국 병까지 나버린 미나. 마을 사람까지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서고 마침내 묘목을 심기 위한 87개의 커피 구덩이가 완성된다.

3부 커피, 희망의 길을 떠나다

봄이 되고 드디어 커피 수확의 계절이다. 잘 익은 커피체리를 손으로 한 알씩 따는 표정이 정겹다. 이윽고 조합에서 지원한 커피 펄퍼(커피의 외과피를 제거하는 기기)가 마을에 도착한다.

▲ ‘히말라야의 선물’336쪽, 1만2000원, 김영사 발간

수확한 커피 열매의 껍질을 벗겨서 가공하면 높은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에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펄퍼는 제멋대로 가동된다. 분리돼야 할 껍질과 과육이 묻어있는 그린빈이 섞여 나온다.

목수를 동원해 테이블을 만들지만 더디기가 말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가동하게 된 펄퍼로 말레 마을은 한층 업그레이드 된 커피가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수확과 펄핑이 끝난 커피를 커피조합에 팔러 그들이 개척한 커피로드를 나선다. 무거운 커피 포대를 이고 6시간이나 힘들고 험한 산길을 넘어 도착한 조합. 1년간 정성껏 재배해온 커피는 다행히도 1등급의 품질을 받는다.

어느덧 한국의 한 카페. 말레 마을의 유기농 커피가 신선한 향기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이 한 잔의 커피는 농부들의 정성으로 가꾸어져 그들에게 희망과 꿈을 안겨줄 히말라야의 선물이었다.

이 다큐는 제작진 및 내레이터(방송인 김미화) 등 재능기부 방식으로 제작되었기에 그 의미가 깊다. 총 제작기간 1년에 걸친 기획으로 공정무역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전 제작진이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한 것은 방송사상 처음 시도된 좋은 사례다.

또한 한국에서 18년 동안 가수 생활을 하다가 본국으로 강제추방을 당했던 미누가 재능기부로 다큐멘터라 주제곡을 부르기도 했다. 포토에세이로 다큐의 뒷얘기를 풀어낸 책 ‘히말라야의 선물’도 출간되었다. 다큐와 책을 같이 감상해보는 것도 재미를 더하는 방법이다.

※ 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약력

- 커피제조회사 (주)에소 대표 역임

- 고려대 평생교육원 '커피마스터과정' 책임교수(2006년)

- (주)스타벅스커피코리아 바리스타 자격검정 심사위원

- 에스프레소 콜리아 바리스타 스쿨 자문위원(2008년~2012년)

- 연세대 미래교육원 우수강사상 수상(2008년, 2010년)

- 엔제리너스 월드바리스타 그랑프리 심사위원(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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