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조희제 기자] 정유년(丁酉年) 새해 한국 경제의 앞날이 불안하기만 하다. 정부 당국자나 재계, 금융권 인사등의 신년사에는 한결같이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촛불 민의는 송박영신(送朴迎新)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기재부 시무식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는 대내외 도전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느냐, 주저않고 마느냐하는 절체절명의 변곡점에 놓여있다"며 위기감을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 출범과 글로벌 금리 상승, 잠재성장력 둔화, 고령화 등 구조적 취약성으로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더 나아가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뉴노멀을 넘어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뉴 애브노멀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국내 주요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도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신년사를 통해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과 쇄신을 통해 난국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떨어지기는 1999년 외환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정부의 위기의식도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다.

통상 정부 전망치는 정책 의지와 시장에 전달하는 메시지를 담아 높게 잡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2%대 중반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진행 속도는 여전한 데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데다 4차 산업이나 핀테크 등 신경제에서도 발전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넘어야 할 장애물은 도처에 널려 있다. 트럼프 당선인 등장과 함께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상승 전환했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은 서민은 물론 중산층을 더욱 짓누를 태세다. 시중에는 벌써 대출기간 연장에 따른 재계약을 하면서 금리가 0.5% 포인트 정도는 올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따라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대외적인 환경도 우리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 등 불확실한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중국은 이미 관광과 한류 등의 분야에서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답은 신년사에 나와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기재부가 무너지면 우리 경제도 무너진다는 비상한 책임감과 긴장감으로 올 한해를 헤쳐 나가자"고 독려했다. 대기업 회장들도 "내실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 나가자"는 등의 다짐을 했다.

가계와 기업, 정부가 똘똘 뭉쳐나간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의 벽을 넘어설 수도 있다. 대통령 탄핵정국에 도끼자루 썩게 놔둘 수는 없다. 우리 경제가 정유년 붉은 닭처럼 재도약의 날갯짓을 힘차게 펼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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