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조희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 반박 답변서가 18일 국회에서 공개됐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내용을 전면 부인했는데, ‘궤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객관적 증거가 없고,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인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으며, '낮은 지지율과 100만 촛불 집회로 국민의 탄핵의사가 분명해졌다'는 이유로 탄핵소추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의준(왼쪽) 입법조사관이 헌재 직원에게 '대통령(박근혜) 탄핵사건 수행자 선임서'를 제출하고 있다./뉴시스

국민들은 답변서를 보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먼저 박 대통령 측은 세월호 침몰 당일인 2014년 4월 16일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과 관련, "조치가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의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 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서도 "국정수행 총량 대비 최순실 등의 관여비율을 계량화한다면 1% 미만에 불과하다"고 강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순실 등이 국정 및 고위 공직 인사에 광범위하게 관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입증된 바 없다"며 "그 과정에서 최순실이 사익을 추구했다고 해도 피청구인(대통령)은 개인적 이득을 취한 바 없고,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에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 이권 사업 등에 국한돼 있는 바 이는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수행한 국정 전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은 최순실의 이권개입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한겨울에도 광장에 나설 수밖에 없는 촛불민심과는 한참 동떨어진 현실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최순실씨 등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내용에 대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적극 해결해 주라고 관계 수석에게 지시한 것은 국정 업무의 일환으로서 제3자 뇌물수수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한 대목에서는 고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결국 탄핵 절차에 심각한 법적 흠결이 있고, 소추 사유가 사실이 아니며,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는 만큼 청구는 각하 또는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답변은 충분히 예상됐다. ‘나는 몰랐고 다 최순실이 잘못했을 뿐’이라는 1∼3차 대국민 담화의 기본 입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을 이번 사태의 공범으로 지목한 검찰 수사 결과를 두고서도 '상상과 추측으로 지은 사상누각'이자 '부당한 정치공세'이며, '인격살인'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0% 안팎과 여야 국회의원 234명이 탄핵에 찬성했지만, 박 대통령은 특검과 헌재의 심판 과정에서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맞서고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안에 담긴 모든 사유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본격적인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야당에서 "그야말로 혼이 비정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거나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는 비난이 나오는 게 무리도 아니다.

자진 하야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이제 헌법재판소가 법과 양심에 따라 ‘민의’를 담은 결정을 하루 빨리 내려주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욕하는 것도 못할 짓이라고 국민들이 지쳐가기만을 기대한다면 대통령은 참 나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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