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현의 강남 부동산 이야기

[이코노뉴스=최충현 대치동 서울부동산 대표]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 매매시장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2단지 재건축 일반분양이 성황리에 완판되면서 강남권에서 재건축이 진행중이거나 계획된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몇 달 사이 2억원에서 3억원 가까이 올랐다.

▲ 최충현 대표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활황은 ‘투기’와 ‘실속’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자들의 ‘투기’에 가까운 묻지마식 투자와 미래가치의 실속을 따지는 실수요자들의 자금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개포단지뿐만 아니라 압구정과 방배동 등 강남권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발표된 인기 지역에서의 매매가 상승은 미래 가치를 따져볼 때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중도금 대출억제와 분양가 조정 등 정부의 개입으로 조금은 주춤한 강남권이지만 현장에서의 느낌은 억누르는 힘의 강도가 상승기류보다는 약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7월부터 정부의 중도금 대출 보증 규제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청약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확실한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인기 단지엔 청약자가 대거 몰려들지만, 비인기 단지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강남권에서는 매도하려는 집주인들이 지금까지 팔린 가격보다 더 비싸게 받으려고 작정하고 있다. ‘최고 기록 갱신’을 노리고 집주인들이 배짱을 부릴 때가 적지 않은데, 매물이 귀하다 보니 매도인이 정한 가격에 간간히 매매가 성사되는 걸 보면 강남권의 아파트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그런 만큼 현장에서 일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끼여 힘겨운 중개를 이어가고 있는 게 요즘이다.

▲ 재건축중인 개포주공 3단지 모습/뉴시스 자료사진

얼마 전 대치동 152㎡(구 46평형) 아파트를 18억5000만원에 내놓은 매물이 있었다. 이를 맡아 열심히 광고도 하고 집구하는 고객들을 설득해 막상 매물을 보여 주었는데 집주인은 딴 소리를 했다

그사이 마음이 변해 19억원은 받아야겠다고 버티니 매수하려는 사람도 한발짝 물러나게 되고, 그러면 중개업자만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나를 포함해 대치동 일대의 중개업자들은 최근 이같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경험을 한 두 번은 갖고 있다.

실매매가가 아니라 호가만 올라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과연 지금이 시세상승기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계약이 성사되는 모습을 보면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게 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그렇지만 고객들이 늘 상 하는 질문에는 여전히 움츠러든다.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나요”하는 단순한 질문이지만,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는 족집게 점쟁이가 아닌 이상 맞추기가 힘들다. 여기에는 여러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매수인에게 ‘좀 더 기다리자’는 말을 함부로 할 수도 없고 매도인에게 빨리 처분하자고 권할 수도 없어 답답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국토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앞세워 주변 시세의 10%라는 분양가 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강남 재건축 시장의 과열만큼은 반드시 틀어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의 경우 규제가 늘어날수록 되레 시장이 더 과열되는 양상을 빚은 사례가 적지 않아 앞날을 예측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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