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청호칼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지난 4일 63회 신문의날 기념식이 있었다. 1달 전에 신문협회에서 초청장이 와서 올해는 참석해 요즘 돌아가는 언론계 사정을 듣고 싶었다.

▲ 남영진 논설고문

1주일 전 “대통령이 참석하니 주민등록번호를 알려 달라”는 전화가 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사퇴에 이어 2명의 장관후보자가 낙마한 뒤라 문재인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어떤 평가와 주문을 할지 궁금했다.

저녁 프레스센터 행사장인 20층 국제회의장엔 공동주최자인 신문협회장,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한국기자협회장등 3인과 각 신문사 사장이 입구에 도열해 참석자들을 맞았다. 조선, 동아나 한겨레, 경향 등 정파적 보수, 진보의 차이가 없이 함께 모였다. 전보다는 많이 영향력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신문사경영진들과 언론인들이 모였다.

홀 가운데 이번 신문의날 표어인 '신문보며 배우네. 나무도 숲도 읽어 내는 안목'이 크게 붙어있다. 한국기자협회 고문자격이어서 먼저 선후배 고문들과 인사했다. 이들도 문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신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다며 무슨 메시지를 발표할지 관심이 높았다. “지지율이 떨어져 프레스 프렌들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 아냐?“라는 농담과 1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언론친화’ 행보라는 말이 오갔다.

문대통령이 신문의 날에 참석하는 게 대국민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메시지인 것 같아 조금은 고무적이었다. 최근 대변인, 장관후보자 등 잇단 낙마에 신문들이 집중 포화를 겨냥하자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는 것 같다는 평가였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곧바로 있었던 신문의 날에 참석 못한 것은 정신없는 일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9월 방송의 날 기념식에는 참석해 ‘공정방송’을 주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처음 참석했다가 이후 임기 4년간 한 번도 참석치 않았다. 언론에 일방적인 발표만 하고 기자회견도 기피했다. 언론과의 대면을 기피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초인 2013년과 2014년 두 번 나오고는 이후 2번은 불참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도 기피해 일방적인 메시지만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끝내 ‘불통’이라는 평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이제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고, 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많은 해직 기자들이 일터로 돌아갔지만,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가 다시 높아지는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부출신 대통령 집권시절과 이명박, 박근혜시절의 언론통제의 기억을 되살리는 언급이었다. 그러면서 현재 경제 권력과 소유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신문의 현실을 지적하는 말이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요인으로 SNS 등을 통한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의 범람과 자극적 보도와 속보경쟁과 진영논리에 매몰된 기사작성 등을 지적했다. 그는 "진실한 보도, 공정한 보도, 균형 있는 보도를 위해 신문이 극복해야 할 대내외적 도전이 여전하다"라며 ”그러나 국민들이 모바일로 뉴스의 70%를 보는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문의 위기를 얘기하지만 신문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대통령은 첫 기조에 한국 신문이 ‘독립신문’에서부터 나라를 만들고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온 120년의 역사를 언급했다. 그는 "양심의 자유가 언론자유의 토대”라며 “신문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존경을 받는다.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기초로 한 비판과 국민의 입장에서 제기하는 설정은 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문과 신문인이 언론의 사명을 잊지 않고 스스로 혁신해 나간다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은 변치 않고 지속될 것"이라며 "신문이 공정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로운 ‘혁신적 포용국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돼주길 기대한다."고 축사를 끝맺었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 네번째)과 이병규 신문협회장(왼쪽 세번째) 등 신문협회관계자들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기념떡 커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기념식에 앞서 발표된 '2019년 한국신문상'은 뉴스취재보도부문에서 아시아경제의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시험문제 유출 의혹'과 제주신보의 ‘예멘인 난민 입국 최초보도 및 연속보도’가, 기획탐사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부산일보의 ‘난개발 그늘, 부산해안의 역습’이라는 기사 등 4편이 수상했다.

이병규 한국 신문협회장(문화일보 발행인)은 환영사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반석인 신문은 뉴스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소중히 키워가야 할 국가적 자산이지만 언론환경의 악화로 2004년 이후 1,400여개의 지역언론사가 휴,폐간되어왔다”며 ”대표적인 문화콘텐츠인 신문이 구독료 소득공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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