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청호칼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국가정보원이 지난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과 미국이 2월 말로 거론되고 있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 문안 조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남영진 논설고문

아직 구체적인 회담 일정이나 장소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나 보수매체인 워싱턴 타임스(WT)가 28일자 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경제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해 북미 간에 꽤 구체적인 사전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WT지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는 무지개다리 건너편에서 금항아리가 김정은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글로벌 계좌에 미국의 동맹국들과 친구들이 돈을 넣기로 했으며 이 돈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대가“라고 미국이 강경책보다는 ‘당근’을 제시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정상회담이후 가진 몇 차례 북미접촉 중에서 가장 ‘희망적’인 전망이다.

문재인정권은 초기부터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 남북관계 호전을 통한 경제회복을 꾀해왔다. 지난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2인자인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참석한 이래 남북관계가 급진전돼 지난해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으로 물꼬를 텄다.

내쳐 싱가포르 북미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김정은 체제보장’이라는 북미 간 빅딜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 결과로 이번에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셈이다.

1차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은 새로운 북미 관계 구축과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구축에 노력할 것임을 세계에 알렸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남북 정상 간의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국전쟁 포로(POW), 전장실종자(MIA) 유해 송환 등 4개항에 합의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냉전체제의 한 축인 북미간 적대적 관계가 변화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기대를 높였다.

▲ 2월말 베트남 다낭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다시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6월 제1치 북미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샹그릴라호텔.

공동합의문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새로운 북미관계 형성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포괄적이고 심도 높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되어 있다. 또 첫 북미 회담은 수십 년 간의 적대감과 긴장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위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획기적’인 행사였으며 두 정상은 합의문 조항을 ‘신속하고 완전하게 이행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상회담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 북한 고위층인사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협상을 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과 세계의 시각은 기대와 흥분 속에서도 이 공동성명에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가 명기되지 않아 ‘잘 될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미국의 정보기관들도 북한이 핵무기가 정권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시설은 해체하더라도 핵심역량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차 회담을 앞두고 국정원의 발표와 미국 언론들의 논조로 보아 시들했던 기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빅딜의 내용이 구체적일 뿐 아니라 양 정상이 처한 국내적 입장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장벽 설치문제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예산승인을 못 받아 미국 사상 최장기 연방 ‘셧다운’ 사태를 겪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의 경제제재로 석유등 에너지난은 물론 국제결제도 원활치 않은 상태다.

필자는 지난 19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해변에 솟아있는 샹그릴라 호텔 언덕을 걸어 올라가면서 뜬금없는 의문이 들었다.

북한과 미국 정상들은 왜 이 더운 나라에서 만날까? 2차 회담장소로 베트남 중부의 해변도시 다낭이 유력하단다. 적도와 바로 위에 있는 싱가포르라 30도를 웃도는데... 함께 간 고교 친구들은 센토사 섬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들어갔고 나는 역사적 현장을 확인하고 싶어 걸어 올라갔다.

지난해 6월12일 ‘세기의 만남’이라며 남북한 국민들을 물론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했던 그 호텔이다.

입구 ‘라자 센토사 호텔’이라는 표지판 앞에 1.17~20일 아시아 남자 프로골프 포스터 큰 입간판이 서있다. 아시아의 남자 프로골프 개막전이랄 수 있는 ‘싱가포르 오픈’ 포스터에 스페인의 세르히요 가르시아를 메인으로 아래에 한국의 송영한, 미국의 데이비스 러브3세, 그리고 일본 이시카와 료(石川僚) 등 3명의 초청선수의 사진을 내세웠다.

당시 TV생중계를 통해 눈에 익은 로비에 들어가니 이곳이 골프선수들의 공식숙소다. 탁 트인 로비 천장에 큰 선풍기가 돌아갔지만 더웠다.

바다 쪽으로 내려가는 실외풀장에서 노는 가족들과 지프라인을 타고 센토사섬에서 작은 섬으로 내려가는 장면들이 흥겨웠다. 당시 양국 정상들이 국기를 배경으로 악수하는 장면이 세계의 이목이 집중시켰다.

이 만남은 6·25 전쟁 3년1개월 만인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사상최초로 미국과 북한이 종전을 협의하기 위해 65년 만에 만난 회담이었다. 샹그릴라 호텔로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문대통령이 주력하는 신남방정책이 경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통일, 외교적으로도 큰 성과를 내기를 빌어보았다.

<싱가포르에서>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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