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미래연구소

[이코노뉴스=강철구 전 이대 사학과 교수] 지난 목요일인 11월 28일 오후 국회에서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결국 통과되었다.

▲ 강철구 전 이대 사학과 교수

2011년에 만들어졌다가 그 후 네 차례 시행이 유예되었는데 이번에 일부 개정을 통해 시행할 수 있는 법이 최종 마무리된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2019년 8월 1일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대학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 동안 많이 애쓰신 많은 분들에게 진정 고맙다는 인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 법이 추구하는 것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대학강사들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는 것, 두 번째는 방학 중에 강사료를 지불하고 4대보험 일부와 퇴직금을 주는 것, 세 번째는 임용기간을 과거의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고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법의 특징은 이해당사자들인 대학측과 강사측, 교육부, 국회의 합의안이라는 것이다. 지난 봄부터 여름에 걸쳐 각 측의 대표들이 강사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하여 18차례의 회의를 통해 합의한 안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강사들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내용은 담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사들이 이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법적인 신분보장을 받게 되고 무단 해고시에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소가 가능하다. 이는 강사들이 박정희 독재 치하인 1977년에 빼앗긴 권리를 41년 만에 되찾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강사들의 보수가 63% 정도 증가하는데 대부분은 방학중 강사료 지불액이다. 어떤 사람들은 무노동 무보수를 이야기하기도 하나 강사들은 방학 중에도 계속 책을 보고 강의 준비를 해야 하므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 이번에는 쟁점이 되지 않았지만 정규직 교수와의 지나치게 큰 보수격차를 생각한다면 추후 점진적으로 강사료를 더 올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용기간의 확대는 강사들을 최소한의 고용불안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의도이다. 매학기 마다 해당 학과에서 전화가 오면 임용이 되는 것이고 안 오면 탈락인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임용기간 확대를 극구 환영할 것이다. 단 3년 연장으로 안한 약간의 부작용은 예상되나 이는 시행하며 개선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 법의 국회통과가 예상되자 지난 한 두 달 사이 각 대학에서는 합의정신을 저버리고 강사법 통과를 막으려고 온갖 꼼수를 써왔다. 어떤 재벌계 대학에서는 강사 1200여명 가운데 500명을 감축하겠다고 하고 어떤 국립대에서는 강사 550명 가운데 400명을 줄이겠다고 나섰었다.

얼마 전부터는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등 많은 큰 사립대학들이 이에 가담하여 졸업학점 축소, 강의통폐합, 강사 축소, 교수의 강의시수 확대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동원하여 압박을 가했다. 교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강사들에게는 대량해고의 공포를 주어 강사법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11월 19일, 서울대 학장 및 대학원장들의 의견서 채택은 하나의 촌극이다. 본회의 의결을 며칠 앞두고 국회의장과 국회 교육위원장에게 전달된 이 의견서는 처음에는 강사법을 환영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으나 그것은 허울뿐 강사법에 반대한다는 취지를 너무나도 뚜렷하게 드러냈다.

우려사항이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사회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신진학자들의 강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이유로 임용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것, 또 3년 연임규정에 반대하고 있고 강사법으로 유발되는 재정적자로 대학교육의 질 저하와 행정혼란을 걱정하고 있다.

▲ 강사법 국회통과를 계기로 일그러진 대학을 정상화하는 본격적인 개혁을 위해 교수 및 강상, 학생들이 마음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임순광(왼쪽 다섯 번째) 한국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이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4차 산업혁명을 끌어들이는 것도 너무 순진하지만 임용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이면 사회수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누구 발상인지 참으로 이해 불가다. 서울대 교수들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필자는 3년 연임에서 오는 문제는 법을 시행하면서 상호협의를 통해서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

또 지금까지 등록금 외에 대부분의 예산을 국고에서 지원받는 서울대 교수들이 다른 대학의 재정을 걱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면 왜 이들이 다른 대학 재정 걱정까지 해가며 총대를 메고 강사법을 막으려고 할까. 그 본질적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고 넘어가겠지만 우려사항의 맨 뒤에 나오는 ‘행정혼란’이라는 말과 관련이 있다.

이 말은 이번 강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바로 강사들에게 교원 신분을 주는 것이란 의미이다. 지금까지 대학강사들은 가장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들이지만 대학에서는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왔다. 혹시 강사자리를 얻지 못할까. 혹시 전임 자리를 얻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학교나 학과교수들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해 왔다. 그러니 부당한 일을 당해도 저항은 불가능했고 강사노조 같은 데 가입하는 것도 보통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그런데 교원 신분을 얻게 되면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과거보다는 훨씬 큰 행동의 자유를 확보하게 된다. 강사노조에 가입하는 것도 웬만하면 가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교수나 대학에 법적으로 대항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나타날 것이다.

강사들에게 전권을 행사하던 교수들의 권력에도 큰 누수가 생긴다. 그것을 ‘행정혼란’이란 애매한 말로 표현한 것이다. 이 문제는 사실 교수들이 전면에 내세울 수는 없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대학 측이 강사법에 반대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이고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다행히 강사법이 통과는 되었다 해도 시행까지 나아가기까지는 아직도 만만치 않은 도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국회의결 직전에 고려대에서는 강사법을 빌미로 한 폭력적인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기 위해 대학원생, 학부생을 포함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는데 이렇게 대학이나 교수들의 잘못된 행위에 학내구성원들이 몸을 바쳐 저항해야만 대학과 학문의 자유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마침 11월 29일에 한양대 일부 교수들이 강사법에 찬성한다는 성명서를 냈는데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교수들도 부당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반동적인 태도를 지키거나 강사법 국면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로 말미암아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대학을 정상화하는 본격적인 개혁을 위해 강사 및 학생들과 마음을 합쳐야 할 때라고 본다.

※ 강철구 민족미래연구소 고문은 서울대 서양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1979~2012년 서원대, 이화여대 등 대학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쳐왔습니다. 강 고문은 현재 민족미래연구소를 만들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할 미래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과 강의를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역사와 이데올로기’, ‘우리 눈으로 보는 세계사’가 있으며 ‘민족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역서를 갖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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