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나이키의 마케팅 행보가 또 다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 이현우 교수

나이키의 상징적인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슬로건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광고는 인종, 장애, 종교, 성별에 따른 구조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스포츠에 도전해야 한다는 진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용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논란이 중심이 된 것은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의 등장이다.

콜린 캐퍼닉은 과거 NFL(미국프로풋볼리그)의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San Francisco 49ers) 쿼터백으로, 2016년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고자 경기 직전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무릎을 꿇음으로써 인종차별에 대한 침묵시위를 이끌었다.

이 사건으로 캐퍼닉은 보수적인 NFL 구단주들의 반발에 밀려 재계약에 실패하고 정치적으로 양분된 미국사회전역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 소송을 진행중인 그는 여전히 정치적인 담론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광고가 전파되기 이전부터 광고모델로 콜린 캐퍼닉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양한 기관과 매체들에서 나이키의 매출감소를 예상했다.

실제로 광고가 전파를 탄 동시에 보수적인 정치 성향의 소비자들은 나이키 신발 불태우기 운동을 시작하며 사진과 영상들을 소셜 네크워크에 공유하며 반발했고, 정치권 인사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하지만 실질적인 매출지표는 나이키의 판단이 다시 한 번 옳았음을 보여준다. 광고가 첫 선을 보인 직후 잠시 주가가 하락을 하였지만, 온라인 매출은 사흘간 3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주가도 현재 하락을 모두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나이키 신발 불태우기 운동과 더불어 광고 발표 후 48시간 동안 약 1억1400만 달러의 미디어 노출효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발표됐다(Apex 마케팅 그룹).

이를 넘어서 인터넷에서는 나이키가 발표했다는 ‘자사의 신발을 안전하게 태우는 방법(How to Burn Our Products Safely)’이라는 인터넷 밈(meme)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광고의 출처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 자체로 노출효과를 얻었다.

마케팅적 관점에서 지켜보면, 나이키의 주 고객층이 젊은 층이고 흑인이 많다는 점에서 해당 고객층을 노린 노이즈 마케팅이자, 치밀한 시장 세분화에 따른 정교한 전략에 가깝다.

▲ 지난 2016년 9월25일 미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미 프로풋볼(NFL) 시애틀 시호크스와 샌프란시코 포티나이너스의 경기 시작 전 미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포티나이너스의 콜린 캐퍼닉이 무릎을 꿇고 앉아 미국 내 인종주의적 행태에 항의하고 있다. 【시애틀(미 워싱턴주)=AP/뉴시스 자료사진】

이를 통해 나이키는 그들의 충성고객이 아닌 백인 중장년층을 잃을 수 있지만 그들의 충성고객인 젊은 층과 흑인들의 지지를 끌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즉, 버리는 카드는 확실히 버리면서 이득은 확실히 취했다. 이번 광고가 비록 여러 사람들의 반발을 일으켰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나이키는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리게 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그들의 충성고객층을 더욱 단단하게 뭉치는 결과를 가지고 온 것이다.

세계시장을 보면 이번 광고가 더욱 말이 된다. 전 세계의 나이키 고객들은 사실 미국 내의 정치적 문제 보다는 나이키의 저항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에 더 주목한다. 나이키의 전략적 승부수가 더욱 치밀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윤리적이기 보다는 철저하게 사업적인 전략에 가깝다. 과거 나이키가 후원한 선수들을 살펴보면, 그 선수로 인해 어필할 수 있는 시장이 큰 경우는 해당 선수가 논란을 일으켜도 계약을 유지하고 그 선수의 호소력이 떨어지면 논란을 일으킬 경우 바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예를 들어 타이거 우즈(Tiger Woods)의 외도나 투견사건에 연루되어 유죄를 선고받은 미식축구선수 마이클 빅(Michael Vick) 사건에서는 시간을 두고서 계약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반면에,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의 도핑 검사발표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패럴림픽 육상선수인 오스카 피스토리우스(Oscar Pistorius)의 살인기소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약을 해지했다. 철저히 시장의 크기를 계산하고 나온 결정들이다.

이번 사건도 그렇다. 캐퍼닉의 저항행동은 2016년 8월부터 시작되었다. 그전까지는 가만히 있던 나이키가 ‘Just do it’ 슬로건의 30주년을 기념하면서 그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그 사이에 치밀한 분석이 이루어 졌을거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나이키의 광고행보와 실제 기업윤리를 동일시 할 수 있을까? 사회학자들은 기업의 개입이 저항운동을 오히려 맥빠지게(trivialize) 한다고 주장한다.

캐퍼닉은 무릎꿇기 사건 이후 인종차별, 경찰문제 등 국가의 불합리한 부분에 있어서 메시지를 던져왔다.

▲ 전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나이키의 새 광고가 샌프란시스코 쇼핑몰 유니온스퀘어에 걸려있다.【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자료사진】

하지만 나이키는 이번 광고에서 이러한 캐퍼닉의 신념, 투쟁에 대한 내용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그의 유명세와 화제성을 자본화시켰다. 광고의 내용에서는 비록 캐퍼닉이 메인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그의 메시지와 그동안의 노력은 지워버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나이키가 후발주자였던 20세기에는 소비자들에게 나이키의 저항이 새롭고 신선했다. 스포츠를 기반으로 하여 인종차별, 성차별에 대한 진보적인 메시지를 사회에 던져주었으며, 소외지역, 장애 혹은 논란의 중심인 사람들을 선두에 내세우면서 그들이 여론과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지지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제 스포츠 시장을 선도하는 가장 커다란 기업이 된 지금, 나이키가 감당해야할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 이는 단기적인 마케팅 행보를 넘어서 지속적이고도 일관된 사명감을 실천적인 행동으로 관철하는 것이다.

나이키는 진보적인 이미지 홍보 행동과는 반대로 노동착취 등의 다양한 비판도 받아왔다. 나이키가 지난 모든 공과를 기반으로 윤리적인 발전을 이루고, 앞으로는 더욱 일관된 모습으로 업계를 선도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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