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미래연구소

[이코노뉴스=강철구 전 이화여대 사학과교수]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와 한국의 일자리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 강철구 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절반 정도의 임금에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 하루하루 어려운 삶을 살아간다.

따라서 이 분절된 2중노동시장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이다.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장 우선적인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비정규직이기는 하나 전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있다. 그것은 대학강사들이다. 현재 전국의 대학강사는 7만명을 헤아린다. 한 때는 11만명이었으나 상당히 준 숫자이다. 그러나 이들은 시간당 국립대에서는 8만원, 서울의 큰 사립대에서는 5만~6만 원 정도를 받으며 한 학기에 한 과목 또는 두 과목의 강의를 한다. 작은 대학의 강사료는 2만~3만원도 부지기수다.

국립대학 강사의 경우 월수입은 한 강좌가 보통 3시간이므로 4주에 96만원 정도다. 이것도 세금을 빼지 않은 액수다. 여기에 다른 큰 사립대학에서 시간당 6만원짜리 한 과목을 더한다고 해 봤자 합해서 대략 170만원 미만이다. 게다가 1년 중에 한 학기가 4개월이므로 이 기간을 뺀 나머지 4개월은 아무 것도 지급받지 못한다.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한다. 8개월 동안 170만원씩 받는다고 해도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고작 113만 원이다.

시간강사를 하는 사람은 대개 박사 학위소지자로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학문에 뜻을 두고 공부를 열심히 한 축에 속하고 그 가운데에는 외국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도 이 정도 박봉을 받는다면 그 비참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이다. 혼자 사는 경우도 어렵지만 가족이 있는 경우는 이것 갖고 생활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인이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다. 시간강사라는 것이 연속된 일자리도 아니다. 자기 전공 수업이 있으면 다행이고 없으면 교양강의라도 해야 하는데 경쟁자가 많으면 매 학기 강의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전임교수가 될 가능성이 크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교수 임용 적체가 심해 40대 중반 넘어서야 겨우 교수가 되는 경우도 많고 그 나이에도 안 되면 분루를 삼키며 교수되기를 포기해야 한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최근 시간강사들의 자살이 가끔씩 언론에 등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어려움을 견디며 학문을 계속하지만 결국 미래에 대한 아무런 전망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절망에 빠져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 아마 언론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많은 강사들이 조용히 자살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강사들의 이런 자살이 여론을 불러일으킴에 따라 2011년에 강사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강사법)이 국회에서 부랴부랴 통과되었다.

이 법은 시간강사에게 그때까지 거부되었던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고등교육법의 기존 교원 자격 조항에 따라 한 사람이 한 학기에 3과목, 9시간씩을 담당하도록 했고 고용기간은 1년 이상으로 정했다. 그래서 강사들은 이제 방학기간에도 강사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부당한 해고 등의 경우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소도, 또 4대보험 가입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체 강좌수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한 사람에게 이렇게 강의를 몰아주면 다른 강사들에게 기회가 없어지므로 강사나 교수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래서 강사법은 2013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음에도 더 많은 논의를 위해 유예되었다.

그 후에도 강사법은 이해당사자 사이에 의견 불일치로 3차례 유예되었고 2018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또다시 이해당사자들인 학교, 교수, 강사단체들 사이의 의견 불합치로 1년 유예되었다. 그만큼 문제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교육부 주관 하에 이해당사자들이 의견을 다시 조정하는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나 전망이 그렇게 밝지는 않다.

▲ 대학의 비정규직 교원인 강사에 대한 낮은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강사법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학교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지난 2015년 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간강사 대량 해고하고 근로조건 악화시키는 교육부의 현 강사법 강행 음모 규탄, 대학구조조정 저지 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사립대학 연합체인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예산부족을 내세우며 강사법 폐기를 주장하고 있고 영남지역 강사들이 중심인 한국비정규교수노조(한교조)는 강사법 시행이 강사들의 대량해고를 가져온다며 역시 강사법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교수들의 조직인 민주교수협의회는 한교조의 입장을 받아 들여 역시 폐기를 주장한다. 유일하게 강사법 시행을 주장하는 것은 법 제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김영곤·김동애 선생이 대표하는 전국강사노조(전강노)이다. 이 부부는 지난 10년 동안 강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온 분들이다.

필자는 이번 강사법 유예 직전인 작년 11월말의 국회 공청회에 참석하여 각 당사자들의 주장을 들었다. 그런데 대교협이나 민교협, 또 한교조 측이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강사법이 7년이나 유예되었는데도 그 동안 어떤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예산부족과 한 강사가 3과목씩 두 학기를 하면 대량해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강사법 폐기만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전공노 쪽에서는 기존 강사법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여 시행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대량해고 우려를 감안하여 고등교육법의 교원자격 조항의 3과목 9시간 강의를 2과목 6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전공노측의 기본적인 태도에는 동의하나 세부 방안에서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교조나 민교협에서 우려하는 대량해고론이 과장은 있으나 아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세 과목이 아닌 두 과목씩 두 학기를 한다고 해도 한 학교에서 한 사람이 1년 동안 네 과목을 하게 된다. 그러면 다른 강사 한 사람 이상의 몫을 빼앗아가게 되고 강의를 못하게 된 사람들은 당연히 불만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어차피 고등교육법의 교원 조항을 개정할 생각이라면 시간강사의 경우 특례로 두 과목이 아니라 한 과목을 두 학기씩 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강사들의 불만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지금 같이 한 사람에게 한 학기 단위로 강의를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두 학기씩 배정하게 되므로 어떤 사람은 1년 동안 강의를 전연 맡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돌아가며 한다면 1년 후에는 먼저 한 사람이 또 1년 동안 쉬어야 할 것인데 물론 그 동안에 다른 학교에서 강의를 할 수도 있으나 여하튼 그 공간이 매우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불만을 최소한으로 줄여주기 위해 강사료를 대폭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에서 말했지만 현재의 강사료는 한, 두 강좌로는 생존을 유지하기에도 힘든 수준이다. 한국의 학문을 이어갈 후속세대를 이렇게 푸대접해서야 어떻게 제대로 된 학문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나. 대교협이나 국립대학 측에서는 방학기간에 강사료를 계산해 주는 것까지 예산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정부지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나친 태도이다.

실제로 각 대학의 교원봉급 예산 가운데 강사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적다. 서울대는 2017년에 교수들에게 돌아가는 봉급이 총 2147억 원인 반면(교수 1963명에 부속학교 교사들 206명 포함) 강사료 총계는 136억원(1213명)에 불과하다. 교수봉급을 2000억원으로 치면 6.8%이다. 2018년 연대 본교 예산을 보면 교수봉급 1314억원(1039명)에 강사료는 125억원(1460명)으로 9.5%이다. 이화여대는 2016년에 교수봉급 995억원(997명)에 강사료 101억원(883명)으로 10.1%이다. 경희대는 2018년에 교수 봉급 1816억원(1452명)에 강사료는 133억원으로 7.3%이다. 약 7%에서 10% 정도이다. 교원보수가 학교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에서 많게는 40~50%에 이르므로 전체예산에 비해서는 더 적다.

따라서 강사료를 두 배로 늘인다고 해도 크게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지방의 빈곤한 사립대학은 제외한다 해도 국립대학이나 큰 사립대학의 경우 다른 예산을 조금씩 줄인다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돈이다. 빈곤한 대학은 따로 정부 보조를 받으면 될 것이다.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정말 예산이 부족하다면 교수들의 봉급에서 좀 덜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교수봉급이 급속히 올라서 2017년에 전국 227개 대학 정교수 평균 연봉은 9667만원에 이른다. 서울 큰 대학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높다. 일반 기업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크게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대학에서도 교수와 비정규직교수·강사들 사이의 격차가 지나치게 커졌다. 이제 신자유주의 시대도 거의 종막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대학에서의 이렇게 커진 봉급 격차가 언제까지 정당화될 수 있겠나. 차츰 줄여야 할 것이다. 교수들도 이제 비정규직 교수나 강사들에게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사법 협의 과정에서 나의 제안을 포함하여 여러 가능성이 진지하게 논의되어 빨리 시간강사들의 어려움을 약간이나마 덜어 주기를 희망한다.

 

 

※ 강철구 민족미래연구소 고문은 서울대 서양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1979~2012년 서원대, 이화여대 등 대학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쳐왔습니다. 강 고문은 현재 민족미래연구소를 만들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할 미래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과 강의를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역사와 이데올로기’, ‘우리 눈으로 보는 세계사’가 있으며 ‘민족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역서를 갖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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