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최성범 이코노뉴스 주필]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논이 끝없이 이어지고 사이 사이에 한 두 채의 농가와 오리를 키우는 웅덩이가 이어지는 길 옆으로 작은 촌락이 보이더니 갑자기 거대한 공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장 한 쪽 벽면에 베트남 여자 종업원 세 명의 사진과 함께 ‘SAMSUNG(삼성)’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밑에는 ‘World's Best from Vietnam'이라는 글씨가 씌어져 있다. 바로 삼성전자의 타이응우웬 공장(SEVT)이다.

하노이 시내에서 30여 분 거리인 박닝 공장이 2008년에 설립된 제1 공장이라면 2013년 완공된 타이응우웬 공장은 제2 공장이면서 규모가 훨씬 크다.

▲ 베트남 여성 근로자들의 밝은 표정이 삼성전자 타이응우웬 공장의 거대한 외벽을 장식, 눈길을 끌고 있다./최성범 주필

이 공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종업원수는 무려 7만4000명에 달한다. 이 중 3만명은 39개 동의 기숙사에 거주하고 4만명이 출퇴근한다.

출퇴근하는 종업원을 위해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통근 버스만도 무려 800대에다 주차장도 네 곳이나 된다. 구내식당만 해도 7개나 되며 한 식당에서 한번에 5000명이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급여수준도 매우 높다. 생산직 종업원의 경우 기본 급여는 540만동이며 잔업 휴일 수당을 포함할 경우 월급이 700만~900만동에 달한다. 1달러는 2만1000동이다.

2017년 현재 지역 최저임금이 332만동인 걸 감안하면 높은 급여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3년제 사내 대학도 개설했다.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1070만동을 받는다. 성과급과 자격수당 등은 별도다.

물어보지 않아도 삼성전자가 인기 직장임을 알 수 있다. 베트남 공과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이다. TV와 휴대전화의 시장 점유율이 1위이고 우수인재 육성 프로그램 등으로 좋은 평판을 쌓은 결과다.

2017년도에만 해도 삼성탤런트 프로그램, 기능 올림픽 후원, 직업학교 지원, 박창성 학교시설 개선 지원, 물소은행 등의 사업에 4억5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타이응웬 공장에서만 연간 1억5000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스마트폰 생산의 절반이 이 공장에서 이뤄진다.

갤럭시 S8, 노트 8등 한창 인기가 있는 스마트폰이 모두 이곳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50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이중 휴대폰 사업에서 12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베트남 공장이 삼성전자의 실적에 기여하는 바를 알 수 있다.

타이응우웬 공장에서만 지난해 238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2016년 수출은 375억 달러로 베트남 전체 수출의 무려 21%를 차지했고, 2017년에도 무려 543억 달러로 20%를 차지했다.

▲ 베트남의 삼성전자 박닌공장 휴대폰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 공항의 화물터미널 물량의 45%를 박닌공장과 타이응웬 공장의 휴대폰 수출이 차지한다고 한다.

타이응웬과 박닝의 휴대폰 및 부품 공장, 호치민의 가전 공장을 합칠 경우 전체 수출액은 무려 543억 달러로 베트남 전체 수출의 25.4%를 차지한다.

기계, 전자 등 고부가가치 분야 산업 기반이 거의 없고 한국으로 치면 1970년대 중반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베트남으로선 삼성전자가 점하고 있는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베트남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 인력만 해도 무려 16만명에 달한다.

베트남의 삼성전자 사랑은 대단하다. 오죽하면 찐딘중 부총리가 “삼성전자는 베트남 기업이고, 기업이 잘 되는 것이 국가가 잘 되는 길”이라고 말을 했을까.

막연한 말뿐만이 아니다. 베트남 정부가 삼성에 베푸는 인센티브는 파격적이고도 다양하다. 30년간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우대했을 뿐만 아니라 용지도 공짜다.

더 놀라운 것은 기업 지원에 관한 베트남 정부의 파격적인 태도다.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 세관을 아예 삼성전자 공장 내에 입주시켰다. 통관 편의를 돕기 위해서다.

박닌공장의 경우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타이응웬 공장의 경우 공장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공장내 세관 입주다.

박닌공장의 경우 수출을 시작하면서 통관 시설확충을 요구하자 베트남 정부가 삼성전용 화물터미널을 공장 옆에 지어주겠다고 역제안을 했다고 한다. 박닌공장의 경험을 살려 타이응웬 공장의 경우 건립 당시부터 공장 가운데에 세관 부지를 마련해 입주를 했다.

▲ 최성범 주필이 베트남 호치민 시내의 호치민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타이응웬 공장에서 생산된 휴대폰은 800개 단위로 묶여 공장 옆 세관으로 바로 이동한다. 간단한 X레이 검사를 마치고 운송장 번호와 목적지가 적힌 레이블을 붙인 뒤 화물을 트럭에 옮기면 통관 끝이다. 30분만의 통관이다. 공장 내 라인 이동과 똑 같다.

외화가 부족한 사회주의 국가라서 원래 통관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지만 삼성전자만큼은 완전하게 예외다. 한국이라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서 고용을 유지하고 수출에 앞장서는 모습이 국민 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경제 수준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 [이코노뉴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