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롯데가 지주회사 출범으로 힘차게 도약합니다. 더욱 투명해진 경영구조로 신뢰받는 기업으로, 함께 하는 나눔으로 보다 따뜻한 기업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롯데의 약속입니다‘.

▲ 최성범 주필

‘사랑과 신뢰를 받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Lifetime Value Creator로 거듭난다.’

롯데 그룹 홈페이지에 나오는 롯데의 다짐과,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출범을 전후해 선포한 미션과, 비전이다. 이른 바 뉴롯데의 미션과 비전들이다.

‘롯데그룹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이 22일 법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신 회장의 대부분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신동빈 회장에 대해 횡령·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10년, 벌금 1000억 원을 구형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기존에 추진하던 '뉴롯데'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지주 회사 출범을 계기로 선포했던 미션과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판 도중에 선포한 미션과 비전이긴 해도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뉴롯데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

신 회장은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 지난해 10월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 사과 및 경영 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뉴(new) 롯데'를 약속했다.

질적 성장과 투명성 강화를 통해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겠다는 것. 뉴롯데 추진 방안은 크게 7가지다. ▲준법경영위원회 설치 ▲질적 성장 전환 ▲지주회사 체제 전환 ▲호텔롯데 상장 ▲정책본부 쇄신 ▲5년간 40조원 투자 및 7만명 고용 ▲경영권 분쟁 빠른 시일 내 해결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단은 지배 구조 개편이 급한 과제다. 신 회장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일본 주주들을 설득해 한·일 롯데 경영권을 유지하는 한편, 한·일 간의 연결 고리를 떼어내기 위한 수순으로서 지난 10월 롯데그룹 계열사 분할 합병을 통해 출범한 롯데지주를 상장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4개사를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 분할한 후 롯데제과의 투자 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투자 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롯데지주는 국내 계열사 91개 중 42개사를 편입했다. 롯데지주의 자산은 6조3576억원, 자본금은 4조8861억 규모다. 지주는 가치경영실, 재무혁신실, HR혁신실, 커뮤니케이션실 등 6개실 17개팀으로 구성되며, 전체 임직원 수는 170여명 규모로 출발했다.

그러나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는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가 100% 지배하고 있어 여전히 '반쪽 지주사' 체제에 머물러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 롯데의 상장이 관건이다. 그러나 증권 신고서까지 제출했떤 호텔롯데 상장은 지난해 검찰 수사와 사드 사태로 무산돼 무기한 연기됐다. 따라서 호텔 롯데 상장 작업을 이제 마무리지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지주사에 포함되지 않은 관광 화학사업부문 계열사를 지주사에 편입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사드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급하게 철수하면서 헝크러진 해외 사업을 다시 재정돈해야 하는 일도 남아 있다. 현재로선 중국 시장 대신 동남아 신시장 개척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지난해 해외 시장 매출은 11조6000억원. 그중 절반 이상인 6조원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아 시장에서 거뒀다. 현재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굵직한 해외 사업 규모만 100억달러(약 10조8000억원)가 넘는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총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나프타 분해 설비 증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베트남 호찌민 '에코 스마트 시티' 사업 등에 2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에서의 한계를 확인한 만큼 동남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마련하는 게 과제다. 또한 중국 선양 롯데타운 건설사업과 중국 롯데 마트 매각 등 중국 사업에 대해선 어떤 모양으로 마무리할지의 문제만 남아 있다.

▲ 신동빈 회장이 지난 22일 법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음으로써 롯데그룹이 '뉴롯데'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뉴시스 자료사진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 재편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은 실추된 그룹 이미지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동안 경영권 분쟁과 재판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롯데의 치부는 국민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주었다. 재판부의 표현대로 기업 집단을 총수 일가의 사적 소유물로 여기고 불법적인 행동을 저질러 온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즐거움과 맛을 파는 기업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법의 잣대로는 큰 고비를 넘겼다고 해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것은 아니다. 실제 행동으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뉴 롯데’에 걸맞는 투명경영, 합리적 거래관행 등 새로운 기업 문화 정립해야

이를 위해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롯데가 돈 버는 데에만 급급하지 그동안 기업 규모나 이익규모에 비해 사회공헌활동 등에 과도하게 인색하다는 점에서 눈총을 받아 왔다는 점에서 한 두 번의 이벤트로는 곤란하다.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롯데가 달라졌다는 점을 확실하고도 지속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거래 관행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뉴롯데의 추진방안 7가지 중 질적 성장 전환이라는 항목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뉴롯데가 가는 길에 기대를 갖게 한다. 그동안 외형에만 집착해온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과도한 실적 주의, 우월적 지위 남용, 갑질 등 불공정 거래 관행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뉴롯데에 걸맞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립하는 일이다. 롯데는 사실 그동안 투명하지 않은 경영, 전근대적인 인사, 갑질 문화, 과도한 효율성 추구 등으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아 온 게 사실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합리적 거래 관행, 글로벌한 기업에 걸맞는 투명경영, 책임경영의 토대가 되는 기업문화를 정립해야 뉴롯데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

판결문의 표현대로 ‘건전한 기업활동으로 경영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해 우리 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새로운 롯데가 어떻게 변신해 나갈지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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