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사업추진본부장]

◇ 2020년에 불어온 공모주 투자열풍

2020년은 공개모집하는 주식이란 의미의 공모주에 엄청난 돈이 몰려든 한 해이다.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사업추진본부장

지난 주 끝난 방탄소년단(BTS)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공모주 청약을 위해 58조원 이상이 들어왔다. 한국의 연간 예산이 555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몰린 것이다.

금년 들어 공모주가 크게 화제가 되는 것은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 그리고 빅히트 같은 대어(大魚)들이 2014년 제일모직 이후 오랜만에 기업공개(IPO) 시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란 회사가 외부투자자에게 자사 주식을 공개 매도하는 것으로 보통 거래소나 코스닥 등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대어들의 공모주 청약에 큰돈이 몰리는 것은 넘치는 유동성과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거기에다가 집값 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에 생활에 절박한 개미들이 월급으론 살기 어려워 살 길을 찾는 방편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모주투자는 알려져 있지 않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무시하고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빚투(빚내서 투자)하는 개미들이 공모주투자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끌어대어 청약하는 현상은 이미 경계해야 할 상황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 공모주청약은 바로 ‘따상상’을 위해

요즘 신문과 방송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신조어로 ‘따상상’이란 말이 있다. 공모주투자에 몰리는 자금은 바로 이 ‘따상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더블(double)을 뜻하는 ‘따’와 상한가까지의 가격상승을 의미하는 ‘상’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이미 거래가 되고 있는 주식의 가격은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당일 거래를 시작하지만 처음 상장된 주식의 경우 시초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를 기준으로 –10%∼+100%의 범위 내에서 오전8시와 오전 9시 사이에 매수와 매도에 대한 동시호가로 결정된다.

높은 가격에 매수를 희망하는 투자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초가는 높게 형성되는 데 상장시초가가 상한선인 공모가의 2배에 도달하는 것을 ‘따상상’의 ‘따’이다. 공모가 2배의 가격에 시초가가 형성된 후에 상장 당일과 이튿날까지 상한가가 형성되면 ‘따상상’이 된다.

30%로 가격제한폭이 상승된 이후에 ‘따상상’을 기록한 사례는 엘이티, 현대사료, 녹십자랩셀과 펩트론에 이어 금년에 상장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있다.

이 중 현대사료와 펩트론은 ‘따상상상’까지 기록하기도 하였다. 오는 15일 상장되는 빅히트도 개미들이 ‘따상상’을 기대하는 종목의 하나이다.〔Table 1 참조〕

◇ ‘따상상’은 비합리적 투기 수요의 결과

가령 100원으로 결정한 공모가가 거래가 개시되고 이틀 후에 가격이 338원으로 상승하는 것이 ‘따상상’인데 실제 6개 회사의 주식가격이 상장초기에 ‘따상상’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상장주식에 대한 공모가가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 ‘따상상’과 같은 가격이 합리적으로 결정된 시장가격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공모가는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에서 유사 회사들과 비교하고 발행회사의 요청과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공모가 밴드, 즉 공모가의 범위를 정하고 제시한 공모가 밴드 안에서 전문지식을 가지고 시장 경험이 풍부하다고 믿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통해 결정된다.

공모가가 결정되는 시점과 거래가 개시되는 시점간의 짧은 시기에 해당 회사의 가치에 대해 큰 변화가 없거나 새로운 정보가 알려진 것이 없다면 비록 개인투자자의 의사가 공모가에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시장의 근간 역할을 하는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결정한 공모가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적정가격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3.4배로 상승한 가격은 개미들의 투기적인 수요에 의해 형성된 버블 가격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기존 ‘따상상’했던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여 형성된 현재의 주식가격을 감안하면 아무리 탐나는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따상상’이 계속 반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 공모주투자를 위해 막대한 청약증거금이 필요

현행 공모주투자를 위한 여러 제도들은 기관투자자 중심이며 개미투자자에겐 불리하게 정해진 것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기관투자자는 증거금 납부가 면제되는데 비해 개인들은 청약을 위해 매수에 필요한 자금의 50%에 해당하는 증거금을 납부해야 하는 점이다.

빅히트의 경우 공모가가 13만5천원이다. 만일 경쟁률이 1:1이라면 10주를 취득하고자 할 때 135만원의 50%인 67만원만 있으면 되지만 높은 청약경쟁률로 인해 실제로 필요한 자금의 규모는 훨씬 커진다.

만일 기관경쟁률이 1,117:1인 것을 보고 개인경쟁률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10주를 취득하기위해 67만원의 1,117배인 7억 5천만원(135,000원 X 10주 X 1,117 ÷ 2)의 증거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개미들은 조달한 금액에 맞춰 청약 가능한 최대치를 써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빅히트의 경우 1억원을 집어넣은 사람은 증권사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1,481주를 신청하고 최종적으로 결정된 경쟁률 607:1에 따라 겨우 2주만을 배정받게 된다.

◇ 청약증거금이 야기하는 공모주투자의 한계와 위험

자기가 청약한 주식의 주가가 ‘따상상’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하더라도 경쟁률이 예상보다 높아 배정받는 주식의 수가 적다면 조달한 자금대비 수익률은 실망스럽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떠오를 것이다.

〔Table 2〕을 보면 실제 최근 공모주 투자열풍을 몰고 온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5주 만을 배정받아 '따상상'이 되었어도 1억원을 조달하여 19만원의 수익을 얻는데 그쳤다. 그 이전의 SK바이오팜의 경우에도 94만원의 수익을 얻는데 그쳤다. 이런 수익은 연간수익률로 환산해도 그다지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

‘따상상’의 가능성이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몰리면 몰릴수록, 경쟁률이 높아져 원하는 만큼의 주식을 배정받을 기회가 줄어든다. 오히려 청약을 위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하여 추격매수하거나 다른 주식에 투자하여 손실을 입을 경우 빚을 갚지 못하고 남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경쟁률이 예상보다 현저하게 낮아질 경우에는 더 큰 낭패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청약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어 최대치를 청약했다가 경쟁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즉 갑자기 그 종목이 인기를 잃으면 원하지 않거나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주식을 배정받게 되고 주가의 하락에 따른 회복하기 힘든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주 청약 마지막날인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NH투자증권 마포WM센터를 찾은 개인 투자자들이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대어들의 공모주투자는 안전하고 단기간 확실하게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믿는 투자자들이 많이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빅히트와 같은 핫한 종목도 최종경쟁률은 기관투자자 경쟁률의 절반 수준인 607대 1로 결정되듯이 경쟁률 변동은 청약시기의 시황이나 많은 변수에 의해 언제나 일어날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 소액투자자에게 불리한 청약제도의 개선

현행 개미들에게 불리한 청약제도가 개선된다면 상황은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현행 제도는 개인이 기관에 비해 불리하고 개인투자자 중에서도 고액자산가에게 유리하고 소액투자자는 불리하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것을 금융 감독당국은 검토해 보길 희망한다.

첫째, 핫한 주식의 경우 전체 공모물량 중 일반인에게 배정되는 비율이 제고되었으면 한다. 금융투자협회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공모주의 20% 이상을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많이 배정하여 청약불이행이란 디폴트위험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상장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두 번째는 개인투자자에게만 부과하는 증거금 비율을 현행 50%에서 낮추는 것이다. 그리고 증거금으로 인정하는 자산을 지정하여 자금조달의 고충을 덜어주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예탁주식이나 예금 등을 증거금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청약수량에 비례하여 배정하는 현행 방식을 보완하여 일정 수량까지는 소액투자자를 우대하고 최소 배정수량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공모의 취지인 투자자 분산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상장을 한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로비 전광판에 시세가 게시되어 있다. 이날 카카오게임즈 코스닥 상장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열리지 않았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 공모주투자보다 벤처와 스타트업의 투자자금으로 활용되길 기원

공모주투자에 대한 대박환상은 금물이다. 어떤 회사가 신규로 상장되는 경우 그 회사 주식에 대해 투자자들은 마치 패션업계에서 혹은 백화점이나 유통업계에서 말하는‘신상’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상장된 더 훌륭한 회사의 주식보다 더 많은 관심을 표명하는데 오늘의‘신상’도 내일이면‘구상’이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금년에 상장된 42개의 회사 중에서 30% 이상은 공모가 이하에 현재가가 형성되어 있다. 현재와 같이 지수가 상승하는 시기에도 공모가보다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공모주에 집중 투자하는 공모주펀드의 수익률도 다른 펀드의 평균수익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것을 알면 공모주투자에 대한 환상은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SK바이오팜 청약에는 31조원이 몰렸고 빅히트와 카카오게임즈에는 58조원을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한 해 동안 정부가 벤처와 스타트업을 양성하는데 들어가는 예산보다 몇 배나 많은 자금이다. 이런 자금이 단기간의 시세차익을 위한 투기적인 용도보다는 벤처와 스타트업을 키우는 장기적인 투자자금으로 활용된다면 우리 경제는 더 나은 미래를 보장받을 것이다.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사업추진본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사업추진본부장/숭실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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