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요즘 TV 프로그램을 보면 여행 프로그램 또는 체험 프로그램이 대세다.

▲ 최성범 주필

여행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그 내용이 몇 년 전에 비해 완전히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의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면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중심이었다면 최근 추세는 같은 여행 프로그램이라도 차원이 달라졌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체험 관광 중심으로, 해외여행 일변도에서 해외여행과 국내여행 반반으로, 그리고 한국인이 해외로 나가는 관광 일변도에서 외국인이 한국 관광의 매력을 발견하는 프로그램도 증가하는 게 추세다.

여행 프로그램의 원조는 2005년 시작된 ‘걸어서 세계속으로(KBS)' 2008년부터 시작한 ’세계테마기행(EBS)‘ 등이다. 유명 관광지를 구석 구석 찾아다니면 소개하는 간접 관광 프로그램이다. 현지인과의 접촉 등 체험 관광이 간혹 섞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보는 관광이다.

그러나 해외 관광이 유명 관광지를 그냥 둘러 보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산티아고의 길’, 바이칼호수, 히말라야, 남미 일주 등을 떠나는 추세가 되면서 관광 프로그램도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보는 여행이 아니라 모험하고 맛보고 즐기는 여행으로의 변화다. 2010년 런닝맨(SBS), 2011년 ‘정글의 법칙(SBS)’, 2013년 연예인들의 해외 배낭 여행기인 ‘꽃보다' 시리즈(tvN) 등이 거대한 이정표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요즘 들어선 ’혼자서 간다‘, ’뭉쳐야 뜬다’ 최근 인기인 도시어부(채널A) 등 체험형 여행 프로그램이 예능의 대세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가장 최근 들어서의 대세는 힐링과 맛 체험을 중시하는 국내 여행 프로그램이다. 2007년 방영되기 시작해 시즌3가 방영중인 ‘1박2일’은 선구자적인 프로그램이다. 학습형 여행 및 토론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떤 ‘알쓸신잡(tvN)’, ‘오지의 마법사’, ‘구석구석 대한민국’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단순한 관광에선 재미를 못 느끼지 시작한 사람들이 늘어난 탓일 것이다.

특히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는 외국인들의 국내 여행 프로그램의 등장이다. 주한 외국인들의 토론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과 주한 외국인들의 생활상인 '이웃집찰스(KBS)' 등을 통해 뭔가 변화를 예고하더니 최근 '어서와 한국 처음이지(MBC)'는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한국 관광 체험 프로그램로서 예능 프로그램 전체에서 인기 순위 5위를 차지하는 등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 나가는 관광에서 들어오는 관광으로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한마디로 한국이 매력적인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신호다. K팝, 드라마 등 한류, 삼성전자 휴대폰, LG전자 가전제품 등에 힘 입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외국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는 현실이 TV 프로그램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구조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동안 제조업 중심이었던 한국이 서서히 3차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는 반증이다. 서비스 경쟁력의 중심에는 관광산업이 있다. 선진국들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 대국으로 발돋움하고 결국 관광대국이 됐던 사례를 감안하면 한국도 관광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부푼 기대를 갖게 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소니와 도요타로 대표되는 일본 제품이 전세계를 휩쓸고 전세계적으로 일본 경제 붐이 일면서 스시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과연 한국도 관광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

관광 산업은 급성장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2015년도에 12억명에서 2030년에는 세계 관광객 수가 18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해외 관광에 나서면서 관광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제조업이 노쇠화 기미를 보이고 있는 한국으로선 공해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관광 산업이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수도 있다.

▲ 이제 한국은 화장품 쇼핑 위주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관광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사진은 중국과 동남아 등 세계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 / 뉴시스 자료사진

2016년 현재 한국의 관광 경쟁력은 세계 19위. 2015년 대비 열 계단 올랐다고는 하지만 11~12위권이라는 경제력이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정책 분야에서만 점수를 좀 땄을 뿐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여도(5.9%)도 세계 평균(9.2%)에 못미친다. 일본은 9위에서 4위로 도약했다. 만년 적자를 지속하던 일본의 관광 수지는 2014년 22억달러(약 2조4000억원) 흑자로 돌아서 지난해엔 116억달러(약 12조7600억원)까지 늘어났다. 수직 상승했고, 올해는 9월까지 106억달러(약 11조65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고, 중국도 15위에 이르렀다. 막강한 문화 컨텐츠를 보유한 중국이 관광대국으로 도약하는 건 시간문제다. 관광산업 경쟁력 향상이 시급한 과제다. 한국의 연간 관광 적자는 무려 10조원이나 된다.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나라 전체의 문제다. 볼 거리는 물론이고, 음식, 교통 및 숙박 인프라, 문화 컨텐츠, 사람들의 의식 등이 복합된 결과다. 한 마디로 전반적인 수준이 다 올라가야 한다. 바로 업그레이드 코리아다.

관광대국 도약위해서는 인프라 정비하고 나라 전체를 업그레이드해야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관광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인프라도 못 미친다. 대도시의 경우 좀 낫지만 지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실제로 방문지역이 서울과 제주(98%)에만 편중돼 있다. 만족을 얻어내려고 하기보다는 쉽게 돈 버는 데에만 골몰하는 경향이 있다. 쇼핑 중심의 관광이 얼마나 취약한지는 최근 사드 여파로 인한 중국 관광객 급감에서 처절하게 경험했다. 미세 먼지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이제 한국은 화장품 쇼핑 위주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관광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분야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바로 관광에 ICT와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게 스마트관광이다. 게임, 공연, 음식, 의료 등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관광자원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게임 강국이자 브레이크댄스 강국이자 최첨단 의료 수준을 자랑하는 나라인 만큼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이 관광지로서의 위상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케이팝의 영향과 한국 제품의 우수성에 힘입은 것이지 관광산업의 경쟁력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한국의 경제력과 국력이 이제 관광 대국이 될 수 있는 자격은 갖췄다고 본다. 프랑스, 스페인처럼 관광 대국이 되려면 찾아온 손님이 다시 올 수 있도록 관광 인프라를 정비하고 나라 전체를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관광 대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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