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한 시일 내에 유해성에 대한 객관적인 의견 제시해야

[이코노뉴스=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호남향우회와 고려대동문회, 그리고 해병대전우회는 그 구성원들이 끈끈하게 잘 뭉치고 오래간다고 하여 대한민국 3대 조직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여기에 필적할 수 있는 ‘4대 조직’으로 ‘흡연자동우회’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우스갯소리니까 귀담아 들을 이유는 없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흡연자들은 지금 사회에서 푸대접과 질시의 대상이다. 본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므로 심지어 자기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담배를 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흡연자들이 배척당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 싫다고 담배를 끊는 사람도 많이 생겨났다. 물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끊는 사람은 더 많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싫어해도 애연가들은 담배를 끊지 못하고 흡연권리를 주장하는데 소수의 목소리에 그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같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간의 동병상련이 동질감을 불러 일으키고 조직화한다면 전라도, 해병대 그리고 고려대 못지않을 것 같으니 4대 조직이라 부를 만도 하다.

필자도 담배를 피운다.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계속 담배를 피우는 것은 의지가 약하거나 몸에 큰 무리를 느끼지 못하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개개인마다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다.

▲ 아이코스/한국필립모리스 제공

이런 흡연자들에게 몇 년 전 전자담배가 도입되었고 말보로로 유명한 필립모리스 담배회사가 ‘아이코스’라는 찜담배(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했다.

기존의 전자담배에 만족하지 못한 애연가들은 아이코스의 출시와 더불어 조그마한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고픈 흡연은 계속하면서도 건강을 조금이라도 돌볼 수 있다는 희망이다.

필립모리스는 기존 담배에 비해 담배의 해악을 90% 가량 감소시킨다고 광고한다. 언뜻 봐도 불을 붙여 태우는 기존 담배에 비해 쪄서 피우는 담배가 마치 삽겹살 직화구이보다 쪄서 먹는 수육이 건강에 덜 해롭다는 상식처럼 흡연자의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다.

▲ 한 남성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필립모리스의 경쟁사이자 던힐로 유명한 다국적 담배회사 BAT(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에서는 ‘글로’라는 이름의 아이코스를 일부 개선한 담배를 몇 달 전에 출시했고 한국의 KT&G는 이번 달에 ‘릴’을 선보이고 있다.

아이코스는 나오자마자 시장의 약 10% 이상을 점유하고 ‘글로’도 나름 지지층을 만들면서 국내에서는 3파전이 재미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담배는 자기가 좋아서 피는 것이지 누가 피라고 권장하거나 강제해서 피우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 갑에 4,500원하는 담배에 세금이 75%를 차지한다. 어느 품목에 이렇게 많은 비중의 세금을 낸다 말인가?

▲ 궐련형 전자담배기기 ‘릴’과 전용 궐련 ‘핏’/KT&G 제공

그렇다면 정부는 최소한 정보제공이라는 의무가 있다. 찜담배는 해악을 줄인다는 게 부질없는 희망인지 아닌지 과학적인 기법을 동원해 연구하고 객관적이고 성실한 분석을 통해 세금 내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공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아이코스가 들어오고서 세금의 형평성을 들먹이면서 세금 올리는 데에 혈안이고 몇 달 전부터 분석은 하겠다면서 아직도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찜담배가 일반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는 증거가 없다는 발표를 했는데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무엇인가 더 해롭고 덜 해롭고 차이가 있을텐데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를 해석해 주지도 않는다.

▲ 글로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점/BAT코리아 제공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만든 기관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다. 새로운 담배가 들어온 지 5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 곳에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도움되는 발표 하나 없다. 담배는 끊으면 다 된다는 식인데 그래도 담배 피우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부모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그 집 자식이 아닌 것이 아니듯 아직도 담배 피우는 사람들에게 헛된 희망인지 아닌지는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인체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결과를 당장 발표하라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은 시간이 걸려야 하겠지만 성분 분석과 유해성 분석을 몇 년이나 걸려서 한다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필자는 찜담배를 피면서 유해성이 얼마나 줄었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연기와 악취가 없이 담배를 필 수 있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 덜 미안하다. 세상은 발전하는데 정부서비스도 발전했으면 좋겠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