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파생상품이란 그 이름이 의미하듯 종류도 많고 트레이딩(trading) 할 수 있는 범위와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이 분야는 고도의 지식과 숙련되고 빠른 판단 등이 요구되므로 순전히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우리도 잘 아는 게임을 할 때 더 잘하는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한다는 명목으로 항상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일반인들은 선물지수나 옵션(option) 정도에는 투자할 수 있겠지만, 그것마저도 취급할 수 있는 투자자들은 제한적일 것이다.

이런 파생상품을 응용하여 일반인들도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이나 주가지수, 이자율, 원자재가격 등과 같은 기초자산과 결합하여 만든 것이 증권사를 한 때 먹여 살렸던 파생결합증권이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것은 만기 때 기초자산(주가 혹은 지수, 혹은 원자재 가격 등)의 가격이 일정 폭 이상 등락하지 않으면 원금과 가입시에 약속한 수익금을 받을 수 있는 형태의 상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었다.

파생결합증권은 어느 정도의 예상 수익률이 상당 부분 지켜지는 확정이익(Fixed Income)의 성격과 주가와 지수가 설계된 상품별로 우호적인 방향으로 변할 때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의 투자자들은 대체로 옵션형 상품을 매우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2010년 이후 2015년까지 연평균 27%의 성장률을 보이며 매년 발행액을 늘려 왔다. 워낙 저금리에다가 주식시장이 한동안 박스(box)권에 갇혀있다 보니 이 같은 파생결합증권이 그 기간에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

▲ 한국전력공사와 LG화학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키움증권의 주가연계증권(ELS)/키움증권 제공

게다가 증권사에서도 저금리 시대에 은행에 돈을 넣어두기 싫어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중위험, 중수익’이란 요상한 표현으로 광고하여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ELS(Equity Linked Securities)는 기초자산을 주식이나 주식 관련지수를 바탕으로 발행한 파생결합증권인데 상환된 ELS 평균수익률을 보면 2014년까지는 꽤 높은 편이었다가 2015년에는 2.9%, 2016년에는 2.8%로 기대보다 턱 없이 낮아지고, 일부는 원금손실을 보거나 조기상환이 어렵게 되면서 차츰 인기를 잃어갔다.

2017년 들어서는 지난 몇 년간 경험하였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신종 상품들이 출시되었지만 주식시장 활황과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에 따라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인기가 떨어져 그다지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은 듯하다.

만일 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그 동안의 파생결합증권 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투자자라면 필자는 현재야 말로 오히려 파생결합증권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폭락을 경험하고 글로벌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 최근 5분기 ELS 발행현황/자료=한국예탁결제원

하지만, 파생결합증권을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여긴다면 그것보다 어리석은 판단은 없다. 세상에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고수익이 나오는 상품이라는 것은 없다.

운이 좋아 고수익이 한 번은 나와도 계속 나온다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이러한 파생결합증권을 저축이라고 생각하고 소중한 전 재산을 투자한다면 독이 되어 손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투자는 우선 자기 체질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투자대상을 보고 약이 되는지 독이 되는지 판단하자.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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