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숭실대 겸임교수]

국가긴급재난지원금, 99.5%가 받아가고 65%가 이미 사용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

지난 5일 국가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신청이 마감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 전체 가구의 99.5%인 2160만여 가구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약 13조6000억원을 받아갔다.

이는 전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2171만 가구의 99.5%, 총예산 14조2448억원의 95.4%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원금을 신청한 가구 중 68%가 신용·체크카드를 선택하였다. 소비 집계가 용이한 신용·체크카드 사용 현황을 보면 수령금액 중 65%를 이미 소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하니 사용기한인 8월 31일보다 훨씬 이전인 6월 이내에 지급한 지원금은 거의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진작 효과에 고무되어 제2 긴급재난지원금 주장 대두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등 정부는 물론이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언론 등은 재난지원금이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코로나19로 위축되었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매출액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재난지원금의 효과에 고무되어 추가적인 재난지원금을 서두르자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보편적인 재난지원금을 지원하였던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다시 전 국민에게 20만원씩 지급하자고 한 것을 시작으로 여야의 많은 정치인들이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 지난달 20일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에서 성동구청 직원이 정부긴급재난지원금으로 한우를 구입하고 있다.(사진=성동구 제공)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수 국민은 추가적인 재난지원금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론을 등에 업고 일시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이 아니라 아예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으로 확대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약자의 물질적 자유”를 언급하며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민주당 경제전문가인 최운열 의원은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할 시기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정책은 정치권보다 정부에서 먼저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그럼에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적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국채 증가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면 적절하지 않다는 홍 부총리의 소신은 높이 살만하다.

그렇지만 경제정책에 대한 그림은 정부가 먼저 그려주어야 한다.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전망하고 이에 대응하는 대책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이 대안이 아니라면 어떻게 경제를 진작시키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 제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므로 한편으로는 추가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의 가능성 또한 검토하여야 한다.

▲ 서울 양천구청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구청 정문에서 열린 '마음 더하기 마음' 행사에 참석해 구청 직원들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구매한 뒤 기부한 물품들을 푸드뱅크마켓센터 차량에 싣고 있다./뉴시스

만일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하고 방안을 마련해 두어 이전의 정책시행에서 일어난 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의 재난지원금은 국고 소진을 우려하는 기획재정부가 주장한 하위소득 70%까지 지급하자는 원안이 지급기준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지급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게 되었고 그 결과 수조원의 예산이 추가적으로 투입되었다.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극복할 당시의 금 모으기 운동처럼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기대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기부예상액은 약 7000억 원에 불과해 정부와 여당이 기대한 수준보다 턱없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난지원금의 사용가능 업종과 관련한 형평성 논란도 있었고 지급방식과 사용기한 등의 문제도 노출되었다. 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세세한 문제까지 재검토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므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하여야 한다.

재정건전성과 재난지원금 필요성과의 논쟁

조만간 재정건전성과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예상되는데 그 논쟁의 중심에는 재난지원금 지급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재정문제와 지원금의 지급구조와 방식이 있다. 재난지원금을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가?

초기에 기획재정부가 제안한 것은 하위소득 70%에게만 지급하고 나머지 30%에게는 1원도 지급하지 않는 이분법적인 방식(도표A 참조)인데 하위 70% 가구의 월 처분가능소득이 400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가구들은 억울해하거나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미국의 경우, 연 소득 7만5000 달러를 기준으로 최대 금액인 1200달러를 지급하고 그 이상의 소득자에게는 100달러 당 5달러를 차감하여 지급한다.

예를 들어 소득이 8만 달러라면 250달러를 차감(5000달러*5/100)한 950달러를 지급하며 10만 달러 이상의 소득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 구조(도표B 참조)이다.

지원금 지급구조와 방식에 대한 재고

지난번에는 지급시기를 앞당기고 국민 화합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상황에 대비하고 국고를 감안하여 지원해야 할 대상자를 극히 일부라도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득과 부동산 등 명백하면서도 단순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권에서 인정하는 부자기준인 금융자산이나 월 소득 혹은 보유 부동산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급범위 안에서도 소득기준 등을 통해 차등을 두어 지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기준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만큼 시간을 가지고 합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에 지급한 지원금은 비과세로 처리하였지만 과세소득으로 처리한다면 분배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저소득층에게 지원금에 대한 과세를 통해 지원효과가 감소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할 필요가 없다. 납세의무자 중 절반가량이 근로소득 과세미달자인데 저소득층은 대부분 과세미달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과세미달자란 소득 금액에서 소득공제와 필요경비공제 등의 영향으로 납부할 세금이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소득세는 누진세율이 적용되어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소득세를 통해 소득에 따라 경제적 이익이 차등 지급되는 이상적인 구조(도표C)에 거의 근접하는 아래와 같은 모양(도표D)이 될 것이다.

소득세 누진세율은 과세표준액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로서 2019년 기준으로 1200만원 이하 6%, 4600만원 이하 15%, 8800만원 이하 24%, 1.5억원 이하 35%, 3억원 이하 38%, 5억원 이하 40%, 5억원 초과는 42%의 세율이 적용된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비과세가 아닌 과세소득으로 처리하고 소득 구간별 차등 지원하는 것과 현 방식을 비교하기 위하여 4인 가구 100만원을 지급받은 경우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이와 더불어 지급대상에는 포함되지만 수령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전액 기부한 것으로 간주하여 소득세액 공제혜택을 부여한다면 지금 방식보다 훨씬 많은 기부금액을 기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소득세와 차등 지급으로 인해 포기할 경제적 이익과 세액공제 혜택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과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지급구조와 방식을 통해 절감되는 재정규모는 고소득자 미지급분과 기부금 증가, 그리고 소득세를 통한 환수를 합하면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재정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국고 소진의 우려를 줄이면서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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