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리즈② '비트코인 증후군'에 빠지지 않는 길

[이코노뉴스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2000년 IPO(Initial Public Offering·주식공모) 가격이 2,300원에 불과한 회사가 30만원을 넘어서까지 가격이 오른 종목이 있다. 바로 새롬기술이다. 그 당시 새롬재벌이란 말이 있었는데, 새롬기술 주식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주가가 2,300원에서 30만원 이상까지 올라가자면 하루 상한가가 15%로 제한되던 시기에는 한달 반이나 걸린다. 아침에 출근해서 주식시장이 열리면 바로 상한가를 기록한다. 그러면 소위 새롬재벌들은 흥분해서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번 돈으로 뭐할까 행복감에 젖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새롬재벌 주위의 사람들이다. 그들도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나는 왜 사지 않았을까? 뒤늦게 사려고 해도 상한가에 매도물량은 나오지도 않는다. 새롬재벌들의 희희낙락에 맞장구 쳐주긴 하지만 속은 편하지 않다.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이 800만원을 넘어서면서 새롬기술 증후군이 다시 생기고 있다. 비트코인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져 양쪽 모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의 양상은 비트코인보다 더 나은 기술을 바탕으로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화폐공개)된 이더리움이나 다른 암호화폐들은 가격이 정체된 상황에서 비트코인만 가격이 상승하는데, 이를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최근 1개월간의 그래프를 보면 가격변동의 차이가 드러난다.

▲ 최근 1개월 비트코인 가격변동 그래프/빗썸거래소 캡처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으로, 법정화폐로 치면 미국의 달러마냥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특별한 존재이다. 암호화폐의 종류가 토큰(Token)을 포함하면 1,200여종 이상이나 난무하는 상황에서 가장 권위를 가진 암호화폐이고 암호화폐의 존재 이유를 인정하든 하지 않든 암호화폐간의 거래는 비트코인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만큼 비트코인은 아직도 암호화폐의 대명사이다.

암호화폐의 가격은 결국 기존 법정화폐와의 환율(교환비율)이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그런데 이 지구상에 달러나 영국의 파운드, 일본 엔, 유럽의 유로, 중국의 위안과 같은 화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잃은 많은 나라의 화폐도 유통되는 것이 현실이다.

가격변동을 해석할 때 단기간에는 뭐니 뭐니 해도 수요와 공급이 가장 정확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지금의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 최근 1개월 이더리움 가격변동 그래프/빗썸거래소 캡처

비트코인의 공급자는 기존에 들고 있던 것을 파는 사람과 채굴해서 팔려고 하는 사람이다. 채굴은 연간 60만개 정도 이뤄지는데 점점 채굴량이 줄어들 것으로 누구나 예상하고 또한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기존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파는 공급보다 새로 사는 사람이라는 수요가 많다 보니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새롬기술 주식이 계속 올라갈 때 사고 싶어도 사지 못했다. 나중에 다이알패드라는 새롬기술의 가치의 원천이 흔들리면서 출렁거리는 시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상승 초기에는 극소수의 물량을 제외하면 연일 상한가를 치달으면서 매도물량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 1 비트코인 = 100,000,000 사토시

그러나 비트코인은 미친 듯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니만큼 사고 싶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비트코인이 이렇게 가격이 올라가면 어떻게 유통이 되는가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 지난 9월 12일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에 오픈한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에서 한 고객이 대형 전광판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주식가격이 너무 높으면 액면분할이라도 하지만 암호화폐는 어떻게 하나?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물론 가명이지만)는 비트코인의 1억분의 1을 사토시라는 기본단위로 책정하고 만일 1개의 비트코인의 가격이 1억원이 되어도 유통되는데 문제가 없도록 설계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암호화폐가 기존의 법정화폐보다 확연히 나은 점은 발행량의 한도를 정해 놓은 점이다. 한도도 없이 정부의 권력을 쥔 소수의 사람이 정책을 결정하고 그들 맘대로 발행해서 통화량을 늘리는 오늘날의 법정화폐를 견제하는 게 그 본연의 암호화폐 탄생의 배경이다.

비트코인은 2,100만개, 라이트코인은 8,400만개, 이런 식으로 설계된 알고리듬이 총수량을 제한한다. 법정화폐는 얼마나 발행될는지 모르지만 암호화폐는 그 한도가 정해져 있다. 비트코인에 비해 이더리움은 총발행물량이 다소 유동적이다. 채굴을 통해서 생성되는 것을 POW(Proof of Work·작업증명)라고 하는데 이더리움도 최근 채굴을 어렵게 하고 기존의 보유자 중심으로 채굴을 가능하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의 가격변동에 흥분하거나 실망하지 않으려면 형편에 맞게 조금이라도 비트코인을 사 놓으면 될 일이다. 그러면 자연히 암호화폐에 대해 그리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대해서 공부할 수밖에 없다.

▲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컨벤션 별관 지하 커피세도나에 설치된 '코인플러그 ATM기'/뉴시스 자료사진

날려도 되는 돈이란 없지만 나름 기댓값을 계산해보고 0보다 높다면 조금 사놓으면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를 굳이 받지 않을 수 있다. 가격이 하루아침에 폭락하는 일은 생길 것 같지가 않지만 그런다 해도 이를 통해 정부의 통화량 관리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면 나의 나머지 재산을 지킬 수 있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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