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

뒤늦은 공매도 금지조치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고 공매도 금지에 대한 국민청원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지난 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 금지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러한 조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시장 대폭락 이후 9년만의 일이다.

이미 하락할 만큼 하락한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시장의 방향을 돌리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낙폭(落幅)을 줄이고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드는 의문은 개인투자자에게 아픔을 주는 공매도제도를 왜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이다.

공매도에 대한 이해

공매도란 주가하락에서 생기는 차익금을 노리고 실물 없이 주식을 파는 행위를 말한다. 주식을 실제로 가지고 있지 않거나 갖고 있어도 상대에게 인도할 의사 없이 신용거래로 환매하는 투자행위를 말한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으로부터 빌린 후 빌린 주식을 팔고 나중에 다시 사들여서 갚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공매도 이후에 주식이 하락하면 하락하는 만큼 이익을 보고 반대로 상승하면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이다.

이런 주식 대차거래(loan transaction)는 증권회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차거래를 위해서는 자금력과 신용도를 갖춘 전문투자자여야만 한다.

공매도는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만을 위한 제도라는데 그 문제점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끊임없이 공매도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하지만 금융당국은 요지부동 공매도제도의 유용성을 고집하고 있다. 시장이 폭락한 이후에야 이번과 같은 한시적인 금지조치를 취할 뿐 개인투자자를 보호해야한다는 사명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당국 주장의 오류

1.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 있다?

법규상 별도의 제한이 없으니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개인 중에서 공매도가 가능할 만큼 신용도와 자금력을 가진 이는 아주 드물다.

▲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뉴시스

개인은 사실 기관투자자와 같은 전문 전업투자자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1년간 공매도 실적을 보면 기관투자자 42.6%, 외국인투자자 56.6%임에 반해 개인투자자는 0.8%에 불과하다.

2. 공매도는 증권시장에서 여러 순기능을 보유하므로 금지하면 증권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

금융당국이 주장하는 순기능 중의 하나는 공매도제도가 시장 유동성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 너무 어이가 없다.

국내 주식시장은 개인들의 참여비중이 50%에 달하고 개인들의 특성상 단타매매가 많아서 주식회전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오히려 유동성이 너무 좋아 외국인투자자들의 놀이터가 되는 실정이다.

또 다른 순기능의 하나는 가격발견기능과 위험관리기능이라고 주장하는데 개인은 공매도를 이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은 오로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만을 위한 것이다.

부정적인 정보를 신속하게 가격에 반영하여 주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 가능하다는 막연한 순기능 주장보다는 공정한 게임의 룰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에서 증권시장의 발전을 운운하는 것을 보면, 홍콩은 한국보다 더 개방된 선진시장으로 간주되지만 공매도제도에 대해서는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우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궁금하다.

3.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거래소는 공매도와 주가 간의 인과관계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매도에 대한 직접적인 가격 규제로서 직전 체결호가보다 낮은 호가를 제출할 수 없도록 하는 업틱룰(uptick rule)을 두고 있어 공매도가 주가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 1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그러면 대폭락이 있는 날엔 항상 공매도 금액과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공매도 금액은 일평균 4000억∼5000억원 수준에서 이루어지지만 1조원이 넘는 날이거나 공매도비중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평소 4∼6%이지만 9∼11%가 되면 어김없이 대폭락 장세가 나타난다,

인과관계 여부를 확인하려면 시황의 변동성이 적은 시기를 제외하고 변동성이 큰 기간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특히 폭락장에서는 자금력과 정보력을 앞세운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통해 손실을 보전하는데 그들의 손실보전은 모두 개인투자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4. 공매도 거래현황 정보는 모두에게 동일시점에 공개된다?

한국거래소는 당일 장 종료 후(18시) 공매도 거래현황을 집계하여 제공하므로 누구나 동등하게 거래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투자자에게 있어서 공매도 정보는 적시성이 있어야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지 장이 끝난 뒤의 수치는 통계일 뿐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에 반해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는 거래 증권사의 브로커와 리서치센터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고 있으므로 이런 측면에서도 이래저래 개인들은 불리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많은 한국, 자랑스러워할 일

금융당국은 아마도 간접투자로의 전환, 즉 펀드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줄이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선진국일수록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대신에 펀드에 가입하거나 전문운용사에게 위탁한다.

▲ 뉴시스 그래픽

하지만 전반적으로 교육수준이 높고 역동적인 기질의 한국인은 시장에 직접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총 인구 10명 중 1명은 주식을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그룹이다. 이들을 투기꾼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전 국민이 참여하는 한국형 자본시장의 모델이어서 자랑스러워할 일이다.

정보력, 기업분석력, 전문성, 자금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열위에 있는 개인투자자에게 적어도 시장제도는 공평해야 한다.

한국형 자본시장의 발전은 개인투자자를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시장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차제에 공매도제도를 아예 폐지하도록 해야 한다.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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