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계 제1화, 하늘의 진리를 깨우친 중국인의 상술

[이코노뉴스=글·사진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중국의 어디를 가면 제일 좋은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여행 경비에 대한 부담이나 중국을 얼마나 다녔는지 중국말 할 수 있는지도 모르고 차멀미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한군데를 추천할 수 있나?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그렇지만 요즘 같은 한국의 날씨를 보면 중국여행 다녔던 곳 중에서 장가계(張家界·장자제)가 떠오른다. 중국인들은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백세가 된들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장가계를 조금 과장되게 소개한다.

가을 초입에서 장가계를 추천하는 이유는 날씨 때문이다. 장가계는 연중 200일 이상이 비가 오고 안개가 짙게 깔려 영화 아바타(Avatar)의 나비행성의 배경이 된 원가계(장가계 안 천자산의 일부)나 천문산의 황홀한 모습을 좀처럼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9월이나 10월에는 우기가 아니므로 장가계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장가계를 추천하는 것이다. 필자는 4일 동안이나 장가계에 머물면서도 4일 연속 비가 내려 그림 같은 장가계의 경치를 보지 못하고 사진만 보면서 상상했던 아쉬움이 떠오른다.

먼저 소개하는 곳은 천문산, 장가계 풍경구 내에 위치하고 있지만 천문산 하나만 있어도 유명 관광지가 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천문산의 하이라이트는 앞에서 본 사진의 천문동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천연 종유굴 동굴로서 높이가 131.5m, 넓이가 57m, 그리고 그 깊이가 60m에 달한다. 1999년 중국 정부가 아직 국제화가 덜 되었을 무렵 중국, 미국, 헝가리, 카자흐스탄, 체코, 리투아니아, 이렇게 6개국을 초청하여 비행경연대회를 열었다. 이 경연대회에서 경비행기 2대가 동굴을 통과하는 묘기를 보였는데 이 사실은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비행기가 통과하기 쉬울 것 같지만 그리 녹녹하지 않을 성 싶다. 그나저나 만일 사고라도 나면 이런 천연자연이 복원하기도 어려울 터, 천문산을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에서 아직 국제화가 덜 되었을 중국에서나 가능한 경연대회였다. 그 후 다시는 그런 시도에 대해 허가가 나지 않는다.

▲ 필자가 촬영한 상천교 계단 아래에서 찍은 천문산 천문동(왼쪽)의 모습과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천문동 전경, 그리고 먼 곳에서 바라본 천문동의 모습을 함께 봐야 천문산 천문동의 진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비행기 얘기는 그저 지나가는 에피소드. 진정한 중국인의 모습은 해발 1518㎙의 천문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로 사람을 실어 나르도록 설계한 점이다. 장가계 시내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장관을 구경하다 보면 30분 정도 지나 산 정상에 도착한다. 케이블카가 없다면 천문산은 당일에 구경하고 내려오기 거의 불가능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귀곡잔도라고 불리는 절벽에 놓은 아찔한 길을 지나면서 천문산의 경치를 즐긴다. 귀곡잔도는 귀신이나 지나갈 수 있는 도로란 뜻인데 이런 길을 내는 공사는 감탄할만하다. 또한 험난한 산길을 인공적으로 내면서 바닥을 유리처럼 투명하게 만든 유리잔도도 있다. 바닥이 투명해서 아래를 보면 무서워 건너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 정도이다. 바닥을 투명한 강화 안전플라스틱으로 만든 발상은 절묘하다.

▲ 유리잔도의 모습

천문동 외에도 천문산의 볼거리는 많은데 몇 년전 한국 기아자동차가 광고의 배경으로 삼은 모습은 1518㎙에 달하는 천문산의 거의 정상 근처까지 차로를 만들었다. 통천대로(通天大路)로 불리는 이 길은 중국인들의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걸작품으로 10.77㎞의 산길을 포장해서 사람들이 덜 힘들게 산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

멀미에 약한 사람은 필연코 멀미 날만한 꼬불꼬불한 길이다. 특권층이라고 해도 승용차 통행은 절대 금지된다. 우리처럼 누구는 차를 타고 가고 누구는 걸어가야 하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차는 미니버스만 이용해야 한다.

필자는 천문산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이러한 관광자원을 잘 이용하는 중국인의 상업성에 경탄한다. 아름다운 산이 있으면 뭐하나. 산을 잘 타는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는 것이 과연 옳은가. 자연을 보호한다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않고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옳은가. 이러한 인공적인 시설이 없으면 시간이 부족한 관광객이나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평생 한번도 이러한 장관을 보기 어렵다.

▲ 꼬불꼬불한 길이 10㎞이상 이어지는 통천대로는 미니버스만 운행할 수 있다.

천문산을 보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탄다. 물론 비싼 요금을 지불한다. 정상에서 유리잔도를 지나갈 때도 입장료를 낸다. 천문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도 요금을 낸다. 곳곳에서 자연을 이용하여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 중 중국인이 가장 많지만 필자가 여기를 왔을 때는 한국인이 두번째로 많은 방문객이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으로 성장했음을 생각해보자.

케이블카는 무조건 자연을 훼손한다는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 후손들에게 더 나은 삶의 여건을 만들어 주는 현명한 판단인지 천문산을 보면 하늘의 길이 보인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대표는 중국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베이징(北京)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의 EMBA과정을 마쳤고, 중국 전역을 주유하면서 몸으로 부딪혀 중국을 공부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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