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작은 뉴스 하나가 눈을 끈다.

▲ 김미영 칼럼니스트

인천 연수구가 환경미화원의 근무를 낮으로 바꾼다는 소식. 이게 처음은 아니어서 이미 서울 강동구와 수원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생활폐기물을 낮에 수거하고 있단다.

인천 연수구의 경우 여태까지는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밤 11시에서 오전 7시 사이에 수거하던 것을 2월 17일부터는 오전 4시에서 낮 12시 사이에 수거하는 것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환경미화원이 밤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고 수면부족과 피로 등으로 다치고 숨지는 일이 잇따르기 때문이라 한다. “수거 시간 변경은 환경미화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것으로, 시민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인천시 관계자가 말했다.(경향신문 2020.1.30. 13면)

나는 쓰레기 버리는 문제에 관심과 유감이 많다. 그래서 이 뉴스가 각별하게 다가왔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데, 나 ‘쓰레기’도 아니면서 쓰레기가 잘 보이니 난 쓰레기인가. (왜 요즘 ‘쓰레기’는 텔레비전에 안 나오지?)

아파트 살 때는 쓰레기를 아무 때나 정해진 장소에 내다 놓으면 되니 쓰레기 버리는 일에 신경 쓸 일이 없었다. 재활용품도 대강 내다 놓으면 수위들이 전담해 알뜰히 분리해 주었으니 신경 쓸 일이란 음식물 쓰레기 버릴 때 국물 흘리지 않기 정도. (수위들의 수당이 올랐나?)

▲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예방과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천 연수구가 2월 17일부터 처음으로 시행하는 '쓰레기 수거 주간근무제'를 앞두고 13일 구 송도역 삼거리 역사 건너편 삼성디지털프라자 앞 도로에서 시연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그게 꽤 신경 쓰이는 일이라 각종 솔루션이 있었다. 국물을 분리하는 거름망이 있는 음식 쓰레기통이 있어 사다 써 봤는데 뭐 그리 신통치 않고 닦아야 하는 쓰레기통이 두 개로 늘기만 해서 안 썼다. 음식쓰레기를 갈아서 하수도로 버리는 극악무도한 발상도 버젓이 상품화되어 광고하는 걸 봤다.

단독주택과 연립주택, 빌라 등이 섞인 동네로 이사 오니 쓰레기 버리는 일이 ‘일’이 되었다. 내 딴에는 신경 써서 분리해 놨는데 재활용 품목이 아닌 게 끼어 있었나, 수거되지 않은 채 나동그라져 있는 재활용 쓰레기봉투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면 유쾌할 리 없다.

음식 쓰레기를 노랑색 어여쁜 전용 봉투에 얌전히 담아 내놓았더니 고양이가 제 딴에 신경 써서 살짝 찢어 탐색한다. 비닐을 이중으로 해 방어를 했더니 이중의 언박싱 작업이 잔해를 더 양산한다. 아닌 자리에 (out of place) 선정적으로 노출된 굴비 대가리라니 맙소사.

김치 보시기에 담겨 밥상 위에 놓인 김치는 색도 예쁜 맛있는 음식이다. 시커먼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김치 조각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똑같은 김치인데 말이지.

자기 자리를 벗어나 있는 것, 분류체계를 흩뜨리는 것, 오물이고 위험하다. 음식물이 떨어져 있을 때 가장 더럽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고 싶으면 메리 더글라스의 <순수와 위험>을 보시라.

그 참사를 겪고 보니 집집마다 음식물 쓰레기통이란 게 있는 게 보였다. 뚜껑 여는 고양이는 아직 없는 모양. 구청으로, 분관으로, 반나절 돌아다니며 5천원(?) 주고 통 하나 사다 놓고 아주 뿌듯했다.

내 사는 동네는 쓰레기 배출 시각이 화 목 일요일 오후 6시 이후이다. 그러면 재활용쓰레기 담당자가 오후 6시 직후부터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문간에 내놓은 것들을 큰 마대나 비닐 봉지에 갈무리해서 군데군데 모아 둔다.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신시가지 일대에서 환경미화원들이 가득 쌓인 담배꽁초와 전단지,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음식 쓰레기와 종량제 봉투에 담은 쓰레기는 그보다 훨씬 뒤에 야쿠르트 아줌마 타고 다니는 것 같은 작은 차량이 앵앵 거리며 골목골목 다니며 모은다. 그걸 다시 좀 넓은 길에 들어와 있는 대형트럭에 모은다. 대형 재활용쓰레기차가 최종적으로 모두 쓸어 가는 것은 대략 새벽 두세 시다.

명절 때 인사라도 할까하고 (산더미같은 쓰레기가 이튿날 아침 말끔하게 치워져 있는 걸 보면 매번 신기하고 기쁘다) 대문 밖을 노리며 기다리던 적이 있어 안다.

번번이 못 보고 포기하고 누워 잠 들려 애쓰면 들린다. 쓰레기차 섰다, 짐 싣는다, 쓰레기차 간다. 보람찬 산업의 소리. 야간노동의 피로는 소리가 없다.

쓰레기에 관한 관심과 유감은 배출하는 쪽의 작태 탓이다. 저녁 6시 이후에 내놓으라고 쓰레기봉투에도 적혀 있건만 그 시각을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한 이들이 많다. 이 동네는 외관은 가정집인데 내용은 사진관, 녹음실, 디자인업체, 하다못해 오퍼상 창고 등의 소기업인 데가 꽤 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면서 일주일치 다 모았나 싶게 많은 쓰레기를 골목에 내놓는다. 그러면 그것들은 일요일 6시 이후까지 2박 3일 동안 꾸준하게 징그럽게 나를 반긴다. 이 동네로 이사온 후 차를 거의 안 쓰고 걸어다니는 터라 보기 싫은 걸 천천히 많이 여러 번 볼 수 있다.

우리 좀 먹고 살아요 하듯 대문 밖에 뻗질러 놓은 때묻은 음식물 쓰레기통은 어떤가. 수거하는 이가 뚜껑을 닫지 않고 가면 그 꼴로 며칠을 가는 적도 있다. 마당도 있는데 그것 하나 둘 자리가 없어 떡하니 대문 밖에 놓나?

언박싱한 박스는 언박싱의 흔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아무렇게나 내깔려 놓기 일쑤다. 스카치 테입 그대로, 사과라면 낱개 포장한 비닐재질 담긴 채로, 그나마 겹쳐 놓을 기운도 없는지 대강 막 내놓는다.

노인들이 리어카나 유모차 밀고 다니며 챙겨간다. (섞여 있는 이물질은 그대로 방치하는 이도 있다. 지대가 낮은 우리집으로 바람에 밀려 내려온다.) 돈 되는 걸 내놓는 것만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건가?

▲ 지난해 9월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 자원순환센타에서 추석연휴기간에 수거된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 작업하고 있다./뉴시스

(그마저도 용달 끌고 다니며 통째로 챙겨가는 이도 있다. 기름값이나 건질라나? 적게 벌어먹는 것도 경쟁이 치열하다. 반지하와 지하가 싸우는 낯설지 않은 형국. 한번은 신문을 챙겨 내놓았더니 젊은 여성이 백팩에 넣어 가던데, 다른 집 앞도 기웃거리는 모습이, 작정하고 하는 듯. 다양한 인구층이 재활용품 수거 일에 뛰어든 느낌.)

연립주택들은 어떤 곳은 깔끔하게 단도리해 내놓고 어떤 곳은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어 왜 그런가 살펴보니 수위를 고용할 정도 규모인가 아닌가의 차이더라.

동네마다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곳이 조성되는데 ‘깨진 유리창’ 이랄까, 지저분한 곳이 더 지저분해진다. 감시카메라가 효력을 발하는 것 같지 않다. 작심하고 대청소해 깨끗하게 만들면 여간해서 다시 더러워지지 않는다. 감시카메라 설치할 돈을 청소부 고용에 돌려야 한다.

말끔하게 빗자루질 한 골목을 걸으면 환대받는 느낌이다. 자기 대문 밖, 담장 옆을 결코! 단 한 번도 비질하지 않는 집은 도대체 뭘까? 우리 옆집이 하필 그래서 그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들릴 리 없는 잔소리를 수없이 꿍얼댔는데 그 꼬라지를 사오년 보다보니 집안에 우환이 있나봐 하게 되더라. 그 집까지 쓸어주는 것은, 뭐랄까 너무 착한 척이고 오지랖인 것 같아 안 한다. 힘들기도 하고. 가끔 무시못할 크기의 지저분한 것을 집어 내 쓰레기봉투를 채우기만 한다.

집 청소에 매일 네다섯 시간을 쓴다는 이가 있다. 청소기 앞의 꼭지를 바꿔가며 소파 옮겨가며 청소한단다. 나는 뭐 로봇 청소기가 “주인님 사랑합니다” 하면 “응 나도 사랑해” 하며 애용하는 쪽이고 대강 지저분하게 지내는 것이 친환경이다 부르짖는 편이다.

그러나 대문 밖,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골목길은 적당히 깨끗하게 유지하려 애쓴다. 무정한 바람과 낙엽, 윗집 쓰레기, 반정부 삐라, 대부업체 명함, 개 오줌 자국, 개똥, 개똥 담은 비닐, 그리고 무수한 담배꽁초들, 나를 좌절시키는 것들 속에 타협적으로 이뤄지는 청결이지만.

▲ 광주 남구 한 골목길에서 환경미화원이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사진=광주 남구청 제공)

가끔 한 달에 한 번 정도 내 집 앞 청소하는 것은 뭐랄까 골목을 공유하는 이들에 대한 예의 아닌가 싶고 마당에 나무 깨나 키우고 사는 자들의 기본 매너 아닌가 싶다. 따 먹지도 않을 감나무는 왜 키우는지? 자기가 싼 똥 자기가 치우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여.....

다시 원래 문제로 돌아가면, 쓰레기 수거 시간을 바꾸는 일에 대해 시민들이 ‘이해’심을 발휘할 일은 별로 없지 않나싶다. 쓰레기를 집 밖에 내놓는 시각이 뒤로 밀려서 안 좋은 일이 뭐 있을까. 귀가 시간이 늦은 현대인에게 말이다.

쓰레기 치우고 청소하는 일을 목격하기가 불편한가? 분뇨수거차는 낮에 다니는데? 자기가 보지 않을 때 몰래 우렁각시가 나타나 싹 다 치워주고 가기를 바라는 것은 끊임없이 생기는 지저분함을 대하는 (아직까지는 여성이 태반인) 이들의 꿈일 것이나 꿈은 꿈이지, 자기 사회의 궃은 일을 대하는 민주 시민의 자세는 아니다.

교통량이 많을 때 일하며 이동시간이 길어지고 교통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지도 모른다는, 청소하는 쪽의 사이드 이펙트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에 일하는 것이 환경미화원의 노동환경 개선에 절대 유리할 것 같다. 차제에 다른 지자체도 이런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새벽 배송을 강조하는 업체가 많다. 이동 시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야간노동이 늘어나는 것은 쏙 빼고 ‘신선함’을 강조한다. 새벽밥 해먹는 집이 그렇게 많나? 식재료를 새벽에 받아야 할 이유가 뭐지? 그 어마어마한 포장재는 또 어쩌고.)

※ 김미영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고려대, 홍익대 등에서 강사로 일했고 학술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전공은 현대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로 관련 책과 논문을 여럿 발표했으며 섹슈얼리티 문제도 연구했다. 광우병 사태 즈음에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연재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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