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한필이 칼럼니스트] 9장으로 넘어갑니다. 혈족을 넘어서 집 담장 밖으로 더 확장됩니다.

레이다 커버리지가 넓혀집니다. 개인적 주관이 사회적 보편성을 담보하려면 내 안의 세계와 내 밖의 세상을 동시에 관(觀)하는 눈이 있어야겠지요.

주희는 이것을 서(恕)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 '서(恕)'는 '용서할 서'자로 어짊, 사랑, 타인에 대한 이해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즉, 자신의 마음속에 선을 세우고, 이를 타인의 마음에 잇고, 악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아 악행에 대한 비난의 근거로 삼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권선징악을 나라 다스림으로 본 것인데요, 서(恕)라는 글자가 참 재미있습니다. 파자해보면 '같을 여(如)','마음 심(心)'이 되어서 '내 마음이 네 마음'이 됩니다. 동학의 종지인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이 됩니다. 결국 그리스도의 서학과 수운 선생의 동학은 결론이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LOVE'라는 것이고, 주희는 이를 다스림의 근원으로 본 것입니다.

​대학

傳文9

제가치국(齊家治國)

所謂治國(소위치국) 必先齊其家者(필선제기가자)

其家者不可敎而能敎人者(기가자불가교이능교인자) 無之(무지)​

故(고) 君子(군자) 不出家而成敎於國(불출가이성교어국)

孝者(효자) 所以事君也(소이사군야)

弟者(제자) 所以事長也(소이사장야)

慈者(자자) 所以使衆也(소이사중야)

해석하면 이렇다고 합니다.

[이른바 '나라를 다스리려면 반드시 먼저 그 집안을 다스려 가지런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는 이런 것이다. 집안 사람을 가르치지 못하면서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집밖에 나가지 않고서도(벼슬을 하지 않더라도) 나라 전체에 가르침을 펴는 것이다. 효도란 나랏님을 섬기는 방법, 공손함이란 어른을 섬기는 방법, 자애로움이란 아래 사람들을 부리는 방법이 된다.]

출근길에 쫓겨 지하철 역사를 뛰어 가다가 불현듯 초등학교 1학년 때 미술 시간이 생각났습니다. 기름냄새 나던 크레용으로 한번 잘 그려보겠다고 콧등에 땀 맺히던 시절, 몽당연필 바투 쥐고 산수 풀며 발그레 달아올랐던 뺨도 생각났습니다. (간밤에 곡차가 심했던 것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그 시절 '잘 그려 볼 거야' 마음은 집안 마루를 온통 백악기 쥐라기로 돌린 늦둥이 공룡 장난감 치우는 마음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영혼의 진화도, 한 집안의 자라남도 그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동그랗게 잘 커가겠지요.

O(영)은 빛이요, 진동이요, 하나이지만 무수히 나누어져 있고, 모든 속에 있기도 하고, 하나에 머물기도 한다고 합니다. O력(혹은 마음의 크기)이란 영역(region)이기도 해서, 사고와 인식 범주, 정신 활동의 레이다 커버리지를 결정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사랑의 크기가 이 O력의 크기라고도 하지요. 즉, 고주파 사랑 파동 입니다.

오늘 글은 내 마음 속에 키운 사랑이란 고주파 에너지를 윗사람, 동료, 아랫사람 각각에 걸맞게 전하는 방법을 가정에서 배우고 행하는 이는 그 사랑 파동이 물결쳐 온 나라를 덮어서 벼슬 하지 않더라도 이미 나라를 다스림과 같다는 것입니다. 분리수거날 마눌님이 잔소리 안 해도 알아서 집안 쓰레기 잘 치우고, 피곤해도 늦둥이 마루 놀이터 한번 더 쓰다듬어 보는 손길이 마음 풍선을 키워서 나라 하늘을 덮을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요.

그런 지도자가 사회 곳곳에 이미 많이 계시리라 믿고, 더욱 많이 나타나셨으면 하고 기도해 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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