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현의 강남 부동산 세상

[이코노뉴스=최충현 대치동 서울공인중개사 대표]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가 예고된 바로 지난주 일이다.

▲ 최충현 대표

흔히 부동산 거래는 집을 팔려고 하는 매도자와 사려는 매수자 사이에서 중개업자가 가격 흥정을 한 뒤 성사되면, 계약금의 일부를 매도자 계좌에 먼저 입금하고 서로 편한 시간에 다시 만나 나머지 계약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필자는 지난주 서울 대치동의 대표적 재건축 대상인 은마아파트 115㎡(34평형) 중간 층수를 15억4000만원에 매매키로 하는 계약을 중개했다. 관례대로 일단 매수 의뢰인이 매도자 계좌로 1,000만원을 입금하고 주말에 본 계약을 맺기로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매도자가 전화로 “입금 받은 돈(1,000만원)을 배액 보상 해주고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매수 의뢰인도 지불한 돈만큼 더 준다는 데야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집주인은 은마아파트 단지내 다른 부동산중개소를 통해 15억7000만원에 팔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보상금 1,000만원을 빼도 결국 2,000만원을 더 받은 셈이다.

조금 황당하지만 필자는 아파트값 급등기에 이런 일을 더러 경험했다. 이는 매물이 씨가 말라 있는 상태에서 중개업자간 과열 경쟁과 매도자의 욕심이 만들어낸 씁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아파트 매매는 계약일부터 잔금일까지 60일 정도 걸린다. 지금 잔금을 치르는 은마아파트 115㎡형의 매매가는 14억원대 전후가 대부분이다. 지난 5월말 또는 6월초 계약이 이뤄진 집들의 가격은 14억원 전후였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두 달 만에 1억5000만원~ 2억원이 오른 셈이니 현장의 중개업자들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이 액수는 역대 최고가인 2006년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 와중에 8월 2일 정부에서 또 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은행 창구 직원들이 고객과 주택자금 마련 상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세종시에 대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중복 지정,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증액 및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 강화 등이 골자다. 시장은 일단 “예상보다 세다”는 반응이다.

필자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중개업자는 가격과 상관없이 거래가 자주 이뤄져야 먹고 사는데 당분간은 관망세가 이어질 게 뻔하다. 밥벌이가 걱정된다는 얘기다.

보다 더 중요한 건 ‘공급’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거래가 뜸해지면 급등세를 막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급이 중요하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이번 대책 역시 공급 문제는 도외시한 채 거래 위축을 위한 규제책 위주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동료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의 부동산 정책이 떠오른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면 또다시 거래를 막고 보자는 땜빵식 처방을 내놓았지만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던 그 시절 느낌 그대로라는 사람도 있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뉴시스 자료사진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3일 "현재 강남권을 포함한 일부 부동산 가격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며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급과 관련, 김 수석은 "지난 3년간 공급된 주택량은 단군 이래 최대”라며 “강남에서도 지난 몇 년 평균치의 3배가 허가가 났다”고 강조했다.

이런 마당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불이 나서 불을 진화해야 하는데 그 자리에 왜 집을 짓지 않느냐고 묻는 격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소방수가 제대로 불을 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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