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2년 전 중국의 커피와 차의 현황을 살펴볼 겸 윈난(雲南)성을 여행한 적이 있다. 이곳을 다녀와서 고산병의 후유증으로 한동안 몸살로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중국의 윈난에서 티베트 동남부를 지나 네팔과 유럽까지 이어지는 차마고도(茶馬古道· Tea-Road)는 실크로드와 더불어 수천 년 전부터 동양과 서양을 이어온 두 갈래의 교역로중 하나이다.

기원전 1700년대(商周·상주 시대)부터 윈난 지역에서 차를 재배해 마셨고, 차마고도의 역사 또한 차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했다고 하여 차마고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KBS스페셜 ‘차마고도 5,000㎞를 가다’ 대장정의 서곡은 차마고도 일부 구간이 아닌 윈난성, 쓰촨(四川)성에서 티베트 라싸, 티베트 서부의 미개방 지역, 히말라야, 네팔, 인도를 아우른다.

최고 해발 6,000m 평균고도 4,500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험하고 높은 차마고도를 카메라에 담아낸 제작진의 도전기도 ‘차마고도 다이어리’를 통해 공개되었다.

외국 방송사에서도 접근하는데 실패한 차마고도 전 구간을 3개의 촬영팀을 동시에 동원, 2006년 4월부터 2007년 8월까지 1년 4개월 여 간에 걸쳐 고품위 HD영상으로 촬영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음악은 범세계적인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 2세 피아니스트 양방언이 맡았다. 그는 작곡가로 음악적 장르를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다.

무대의 서막은 윈난성의 푸얼(普洱)시. 보이차로 잘 알려진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가 있다. 이 고차수(古茶樹)의 수령은 어림잡아 약 2,700년. 높이 약 26미터, 폭 역시 20미터가 넘는 커다란 교목이다.

윈난성 남부 지역에서는 이렇게 크고 오래된 고차수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름하여 왕차고수, 모든 차나무의 원조격이다.

많은 소수 민족이 살고 있는 윈난 지역은 차를 재배하는 소수 민족마다 제각기 다른 차신을 모시고 있다. 란창현 징마이촌의 브랑족은 해마다 4월, 차 수확을 하기 전에 차나무신에게 올리는 제사를 지낸다. 차신은 처음 브랑족에게 금과 소 대신 이들에게 차나무를 내렸다고 한다. 이들은 신에게 햇차를 바치며 풍성한 차 수확을 기원한다.

서기 641년 당나라의 태종이 거의 대등한 위치에 있던 토번왕국으로 문성공주를 출가시키면서 차가 토번왕국으로 전파되었다. 그 험한 길은 당나라와 티베트 토번왕국이 차와 말을 교역하던 역사에서 비롯한다.

이후 차는 비단과 함께 중국의 가장 귀한 수출품이 되었다. 지금도 티베트인들에게 소금과 더불어 “차는 피요 생명”이다. 풀 한포기 자라기 힘든 불모의 초원에서 차는 유목민들이 비타민을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당나라 이후 중원의 제국들은 북방 유목 민족과 싸우기 위해 티베트의 강인한 말이 반드시 필요했고 토번왕국은 생존을 위해 차를 필요로 했다.

그렇지만 ‘차로 망한 나라’로 불리는 티베트 장족의 슬픈 차마고도는 중국의 숱한 왕조가 교체되면서 원대 이후 명, 청대에도 이차역마(易茶易馬) 즉, 차로써 말을 바꾸라는 정책은 이어진다.

차는 황실의 전매품으로 티베트 장족과 소수민족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이후 장족은 조공 무역을 통하여 한족에게 차를 의존하게 된다.

이제 이 차마고도의 중심지였던 보이지역과 그 인근에도 차대신 커피나무 경작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상이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과 티베트 그리고 네팔을 지나 인도로 이어지는 차마고도가 혹 커피로드로 바뀌어가는 것은 아닐지 지켜볼 일이다.

※ 한창환 춘천커피통 대표 약력

- 고려대 평생교육원 '커피마스터과정' 책임교수(2006년)

- (주)스타벅스커피코리아 바리스타 자격검정 심사위원

- 에스프레소 콜리아 바리스타 스쿨 자문위원(2008년~2012년)

- 연세대 미래교육원 우수강사상 수상(2008년, 2010년)

- 엔제리너스 월드바리스타 그랑프리 심사위원(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