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동준 기타큐슈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바닷길과 해상 요충지의 항만 권익을 놓고 중국과 일본 간에 한 치 양보 없는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중국 주도의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신실크로드)에 대해 조건부 협력의사를 표방하면서 중일 간에 훈풍이 부는 듯하지만, 일본은 절치부심 반격을 꾀하고 있다.

▲ 이동준 교수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도쿄(東京)에서의 한 강연에서 일대일로 구상에 대해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지역을 연결하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이 지향하는) 환태평양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권에 바람직한 형태로 융합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언론은 "아베 총리 발언은 중일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신호로 보인다"며 "그동안 중국이 제안한 일대일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일본의 변화된 모습은 환영받을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속내는 그리 간단치 않다. 유럽과 아시아로 이어지는 바닷길 지도를 들여다보면 중일 양국의 경쟁은 점입가경 양상이다.

우선 중국 측 동향을 살펴보자. 중국은 최근 20년간 지속적으로 바다에서 세력 확장 전략을 추구해왔다. 중국 기업은 이미 터키를 대표하는 암발리(Ambarli)항(港)의 주식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국제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며 긴축정책으로 신음하고 있는 그리스로부터 그리스 최대 항구 피레우스(Piraeus)항의 운영권을 인수했다.

중국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거점 항구를 선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피레우스 항구가 중국의 군사거점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아라비아해로 통하는 파키스탄 과다르(Gwadar)항을 사실상 조차(租借)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2015년 중국 국영 항만운영사에 2059년까지 과르다항 소유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과다르는 세계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항구 도시로, 페르시아만에서 배에 실려진 석유와 천연가스가 이곳에서 하역되어 철도를 이용해 중국 내륙으로 옮겨지게 됐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달 20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포럼' 환영 행사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은 국영 항만운영사를 통해 아프리카 지부티(Djibouti)항에 2012년 컨테이너 터미널을 지으며 투자를 시작한 뒤 결국 지난해 자국의 첫 해외 해군기지로 삼았듯이, 과다르항에도 해상무역 보호를 명목으로 군함을 배치할 태세이다.

여기에 중국은 지난해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Hambantota)항의 운영권을 99년간 확보했다.

스리랑카는 인도양의 해상 교통 요충지로서 함반토타항이 완성될 경우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남아시아 최대의 항구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스리랑카에서 콜롬보(Colombo)항 개발 사업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렇게 중국은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벵골 만·인도양-아라비아 해-중동·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바닷길의 주요 거점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고자 동남아, 인도양, 아프리카의 에너지 및 화물 수송로에 위치한 국가들과 정치와 외교는 물론, 경제와 군사 협력까지 맺는 등 관계를 강화하면서 주요 항구를 단계적으로 확보해왔다.

중국의 이런 계획을 이른바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 또는 ‘진주사슬(珍珠金連·진주금련)’전략이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지도에서 중국이 확보한 항구들을 연결해보면 진주목걸이처럼 보인다.

진주는 ‘검은 진주’인 석유를 의미하지만, 이를 실어 나르는 바다를 장악하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다. 중국은 진주목걸이 전략을 통해 에너지와 화물 수송로의 안전을 확보하고 자국 함정들이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이 같은 중국의 해양 전략에 맞서 특히 일본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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