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동준 기타큐슈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또다시 스캔들에 휘말렸다.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학재단 가케(加計)학원이 수의대를 신설하도록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자신이 명예교장으로 있던 오사카(大阪)의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에 연루됐다는 ‘아키에 스캔들’에 이어 '가케학원 스캔들'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 이동준 교수

특히 이번 스캔들에는 총리 부부는 물론이고 측근 그룹과도 문제의 사학이 긴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5일 열린 중의원 결산행정감시위원회에서 외무성 소속 참사관은 야당 의원 질문에 “2013년 5월 아베 총리의 미얀마 방문에 가케(加計)학원 이사장이 동행했다”고 답했다.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이사장은 아베 총리와 미국 유학 시절부터 30여년간 친분을 맺어온 절친한 사이다.

아베 총리는 내각부가 문부성에 '총리의 의향'이라며 압박했다는 문건에 대해 제1야당인 민진당이 재조사를 요구하자 "(신설에) 내 의향은 들어가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문건에는 '(가케학원의 수의대 신설 허가는 총리) 관저 최고 레벨의 의향'이라고 적혀 있다.

스캔들의 발단은 단순했다. 가케학원이 제시한 학생 정원 160명과 교원 70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에 수의사 업계가 충격을 받았고, 그 배경으로 학원 측과 총리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면서 ‘스캔들’로 비화했다.

실제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국회에서 정치권에 입문할 당시 가케학원의 임원을 맡고 보수까지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압력 행사는 강하게 부인했다. 아키에 여사도 가케학원 운영 보육시설의 명예원장을 맡은 적이 있다.

또 아베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 부장관은 가케학원이 운영하는 지바(千葉)과학대에서 객원교수를 지냈고 현재도 무급 명예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수의사 관리 업무를 맡은 농림수산성이 수의사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을 관련 회의에서 거듭 지적했다면서 학부 신설 시 이러한 점이 충분히 검토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타오르미나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타오르미나=AP/뉴시스 자료사진】

'가케학원 스캔들'을 뒷받침하는 문건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도쿄신문은 민진당이 아베 총리가 국가전략특구에 수의대를 신설할 방침을 표명한 지난해 11월 시점에서 문부과학성이 가케학원의 선정을 전제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를 새로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문서에는 가케학원이 수의대 신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今治)시만 언급돼 있을 뿐, 다른 지역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일종의 규제 프리존인 국가전략특구에 수의학부 신설을 공모했는데, 가케학원을 포함한 3곳이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은 것은 가케학원뿐이다.

이에 대해 민진당은 이미 공개된 다른 문건 등을 포함해 검토한 결과, "애초에 가케학원 위주로 계획됐으며, 다른 가능성은 아예 배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아베 총리의 답변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에서 의원 질의에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않아 주의를 받을 정도였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5일 민진당 소속 미야자키 다케시(宮崎岳志) 의원이 가케학원 스캔들에 대해 질문을 하자 "인상(이미지) 조작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야자키 의원이 가케학원 이사장과의 관계를 지적하면서 정계 입문 당시 가케학원 임원을 맡았을 때의 보수를 묻자 "이사장이 친구인 것과 정책에 관여했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면 부인’ 전략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증거 및 증언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가 정치적 생명력을 어떻게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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