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재민 한국조폐공사 디자인센터 수석연구원] 호주의 은행권은 재질과 인물 도안 배치에 있어 세계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은행권 용지의 원료인 촉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질기고 강하며 잉크가 잘 스며드는 면(Cotton)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으나 호주는 1992년부터 폴리머(Polymer)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재질로 된 은행권을 사용하고 있다.

▲ 호주, 100달러, 1996 앞면, 존 모나쉬 경

이 플라스틱의 폴리머 은행권은 열에 약하고 한번 접히면 잘 펴지지 않는 단점이 있으나 기존 면 지폐보다 질기고 쉽게 더러워지지 않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데다 특정 부분을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어 위조방지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호주의 은행권(5, 10, 20, 50, 100달러)은 인물 도안의 배치에 있어서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와는 달리 철저한 남녀평등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즉 지폐의 앞면에 여성의 인물 초상이 있으면 반드시 그 뒷면에는 남성의 초상 인물 초상(5, 20, 200달러)을, 반대로 앞면에 남성의 인물 초상이 있으면 뒷면에는 반드시 여성 인물의 초상(10, 50달러)을 배치하고 있다.

▲ 호주, 100달러, 1996 뒷면, 넬리 멜바

100달러 은행권에는 세계 정상의 오페라 가수 넬리 멜바(1861-1931)와 위대한 군인이자 엔지니어 겸 행정가인 존 모나쉬 경(1865-1931)이 앞뒤로 인쇄되어 있다. 50달러 은행권에는 원주민 작가이자 발명가인 데이비드 유네이폰(1872-1967)과 호주 최초의 여성 의원 에디스 코완(1861-1932)이 앞뒤로 인쇄되어 있다.

20달러 은행권에는 세계 최초의 항공 의료 단체인 로열 플라잉 닥터 서비스(Royal Flying Doctor Service)의 창립자 존 플린(1880-1951) 목사와 1792년 유형수로서 호주에 건너와 해운업계의 거물로 성공하고 자선 사업가로도 활동한 메리 레이비(1777-1855)가 앞뒤로 인쇄되어 있다.

10달러 은행권에는 시인인 AB ‘반조’ 패터슨(1864-1941)과 메리 길모어(1865-1962) 부인이 앞뒤로 인쇄되어 있다. 5달러 지폐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수도 캔버라의 국회 의사당이 인쇄되어 있다.

오페라계의 디바, 넬리 멜바

멜바는 멜버른에서 따온 예명이고 본명은 헬렌 포터 미첼이다. 1861년 스코틀랜드계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넬리 멜바는 어렸을 때부터 성악가의 기질을 가졌다.

어린 시절 성악, 피아노, 음악이론 등을 폭넓게 배운 멜바는 여섯살 때 리치먼드 국립국장 무대에 섰다. 그는 맑은 음색의 미성, 폭넓은 음역, 정확한 가창력으로 음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피아노와 오르간 연주도 뛰어났다.

성악은 1882년 남편 찰스 암스트롱과 결혼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결국 유럽의 오페라계를 장악하고 있는 이탈리아, 독일이 주름잡고 있던 시장을 평정한 전설이 되었다. 멜바의 아버지는 베이스 가수였고, 어머니는 음악교사였다.

호주에서 성악의 기초를 닦은 멜바는 1886년 영국과 유럽에서 최고의 콜라투라 소프라노로 등극했다. 특히 그녀는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때, 음이 샤프되거나 플랫되지 않는 정확한 음정을 구사해 ‘신이 내린 가창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 당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으로 이어지는 멜바의 인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각종 상품에 그녀의 이름이 활용됐고, 하물며 그녀가 즐겼던 칵테일과 토스트는 ‘피치 멜바’와 ‘멜바 토스트’로 불릴 정도였다.

그녀는 파리와 런던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브뤼셀에서 데뷔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그녀가 출연했던 오페라는 연이어 성공하였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